싱어송라이터 이진호의 첫 번째 앨범 [늦은 밤]
이십대 중반부터 서른까지 the melody, 소규모아카시아밴드, 우주히피 등에서 객원 드러머로 활동하던 그는 밴드활동을 접고 공주에 있는 어머니 댁으로 내려간다. 그러나 '음악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거야.' 라는 말은 항상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그것이 드럼 이외에 음악적 지식이 없던 그가 기타를 잡은 이유였다. 그는 외할아버지가 쓰시던 장롱으로 부스를 만들어 녹음을 했다. 한계에 부딪혀 방황하기도 했다. 공주와 서울을 오가며 홍대 인근 클럽에서 공연을 했고, 서울에 집이 없는 그에게는 성냥팔이 소년, 넝마주이, 음악 노동자와 같은 별명이 생겼다. 앨범제작비 마련을 위해 '함께 들어주실래요?' 라는 공연제목을 내걸고 전국을 돌며 제작비 마련 공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는 어떤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자신을 몰아붙였던 것일까.
[곡소개]
1. "벚꽃놀이"
그가 처음 만든 노래로, 사랑하는 사람과 처음 벚꽃을 보러갔을 때 남은 기억을 노래에 담았다. 나일론기타와 전자기타의 단촐한 편곡으로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다.
2. "Stop"
"벚꽃놀이"와 "Stop"은 다른 듯 닮은 곡이다. 같은 시기에 쓴 곡이며 이야기하는 대상도 같다. 행복한 기억들을 이야기하지만, 그녀가 떠나고 난 뒤 그는 혼자서 그녀를 바라본다.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것에서 기억이 끝났으면 하는 의미에서 'Stop'이다. 행복한 기억과 슬픈 기억이 공존하는 노래이다.
3. "내 8월의 어느 늦은 밤"
밴드 활동을 정리하고 공주로 내려가 처음 만든 노래이다. 비가 내린 집 앞 공원에 앉아 있는데 그의 어깨에 빗방울이 떨어진다. 괜히 좀 측은하다. 혼자 공주에 내려와 있는 자신의 모습을 담담한 목소리로 풀어냈다. 곡에 삽입된 풀벌레 소리는 그가 외할아버지 댁 작은 채에서 작업 중일 때 직접 녹음한 소리이다. 고요한 여름 밤에 풀벌레 소리에 집중하게 되듯이,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곡이다.
4. "부산 가는 길"
처음으로 혼자 부산으로 가는 기차에 올라 쓴 글이다. 음반 작업에서 한계에 부딪쳐 방황하던 그는 부산에 오라는 친구의 전화를 받는다. 그에게 있어 '부산'은 중요하고도 복잡한 대상이다. 당시의 심경을 조용히 목소리로 읇조려 표현한 트랙이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처음 노래라는 것을 만들게 한 사람, 어쩔 수 없이 계속 생각나는 한 사람. 그의 인생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 하지만 서로에 대해서 너무 몰랐던 그와 그녀는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다시 혼자가 된 그는 말하고 싶었다. 내가 이렇게 널 사랑했다고, 나에겐 이런 일이 있었다고. 그에게는 [늦은 밤] 앨범에 실린 노래들 말고도 그녀를 위해 만든 노래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그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노래들도 함께. 그의 꿈은 계속 음악을 하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이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