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스(Ducks) [현실 아닌, 현실]
'나를 둘러싼 이 현실 같지 않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덕스의 두 번째 EP 소개를 하기 전에 이 글을 쓰는 '나'를 소개하는 것이 여러분의 이해를 돕겠군요. 저는 음악비평가도, 음악인도 아닙니다. 저는 그저 가끔 음악을 듣고, 간혹 음반을 사고, 아주 드물게 공연장을 찾는 그저 그런 '보통'의 인간입니다. '앨범 리뷰'라는 꽤 전문적인 일을 할만한 사람은 아닌 셈이지요. 그런 제가 이 리뷰를 굳이 '자청'해서 쓰고 있는 이유는 덕스(Ducks)의 노래가 가진 묘한 중독성을 함께 논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덕스 무대를 보며 처음에는 촌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에는 '그래도 재미는 있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나중에는...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의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중독의 과정이 저에게만 일어난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제 주변에는 "처음엔 그렇게 좋은 줄 몰랐는데(!) 어쩐지 자꾸 부르게 돼"라고 고백하는 친구들이 여럿 있으니까요.
음악 감상자(라고 쓰고 소비자라고 읽는다) 입장에서 음악은 몇 가지 종류로 나뉘어집니다. 쇼핑몰에서 정신줄 놓고 마구 지르라고 틀어놓는 노래, 실연 당하거나 괜히 눈물 한 번 후련하게 빼고 싶을 때 듣는 노래, 맨 정신으로는 절대 못할 클럽춤을 부비+부빌 때 우퍼 터져라 쿵쾅거리는 노래, 그러다 유체이탈한 넋을 궁색한 몸에 다시 부르기 위해 듣는 잔잔하고 우아한 노래...어찌 됐든 덕스 노래는 이 어디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앞서 말했듯 약간은(노래하는 사람이) 촌스럽고, (가사가) 조금은 재미있고, 그래서 그저 무심하게 들었다 싶었는데 어느 새인가 자꾸 따라 부르게 되는 그런 노래입니다. 중독이라고는 했지만, 자극적인 구석은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으니 그것이 참 묘해서 자꾸 생각하게 만듭니다. "내가 왜 이러지?"
아마도 '나'는 지쳐있었나 봅니다. 끊임없이 돋아나는 욕심과 집착, 불안과 공포에 간밤에도 편히 쉬질 못했나 봅니다. 그래서 아침부터 덕스의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겠지요. 쓰린 속이 해장국을 찾듯 어지러운 제 영혼은 덕스의 노래를 찾았습니다. 우리 모두는 '나만의 아늑한 방'을 원합니다. 하지만 예쁘게 꾸며진 방 안에서 영혼은 자꾸만 밖으로 내달립니다. 덕스 노래가 제게 그러했듯 당신의 영혼에게도 세상으로 나설 수 있는 쪽문 하나 열어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예쁘지만 고립된 공간에서 숨막혀 하고 있었다면, 덕스가 뒤뚱거리며 걷는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당신이 문을 열었을 때 당신은 덕스처럼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세상의 어느 길을 걷고 있겠지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