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공주병 환자들의 발칙한 연애 편지. 프린세스 디지즈의 두 번째 EP [Love Letter]
2012년 여름, "알아요 몰라요"를 들고 혜성처럼 등장하여 큰 사랑을 받았던 '프린세스 디지즈'가 두 번째 EP [Love Letter]로 돌아왔다. 홍대씬의 얼굴 없는 가수로 알려진 이들은 이렇다 할 홍보나 공연활동 없이 음원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많은 음악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 해왔다. 베일에 가려진 채 블로그와 트위터를 통해서만 만날 수 있었던 이들의 정체가 이번 음반을 통해 드디어 밝혀진다. 가슴 떨리는 첫 사랑에게 바치는 연애편지. 저만 잘난 줄 알고 살아왔던 공주병 환자들이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것.
그 대상은 바로 오로지 음악만으로 프린세스 디지즈를 지지하고 응원해 주었던 팬들이다. 핑크와 민트를 사용하여 파스텔 톤으로 채색된 앨범 커버와 멤버가 손수 쓴 동글동글한 가삿말은 마치 감수성 예민한 소녀가 정성스레 꾹꾹 눌러 쓴 연애편지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또한 "Dear" (인트로)로 시작해 "P.S." (아웃트로)로 끝을 맺은 편지와 같은 앨범 구성에서도 세심한 프린세스 디지즈의 정성이 느껴진다. 6인조로 변신, 깜짝 놀랄 웰메이드 팝 음반. 작곡은 물론 연주와 노래, 편곡과 녹음까지 2명의 멤버가 직접 작업했던 지난 음반들과 달리 이번 음반은 깜짝 놀랄 변화가 있었다.
6인조 밴드로 변신하여 스튜디오 녹음을 감행한 것이다. 그 동안 팬들과 자주 만나지 못했던 것을 미안해 했던 이들은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다른 어떤 커뮤니케이션보다 공연을 통한 음악적 만남이 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워낙 독자적으로 활동해왔기에 주변에서 멤버를 구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들은 별 다른 기대 없이 인터넷에 구인 광고를 올렸고 평소 프린세스 디지즈의 팬을 자처하는 수 많은 지원자들의 답신을 받고 놀라게 된다. 긴 시간의 오디션을 거쳐 확정된 새로운 4명의 멤버는 세션 연주자들 못지 않은 농익은 연주력으로 '프린세스 디지즈'의 음악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 주었다.
이러한 밴드 사운드에 감명받은 기존 멤버 백설과 조울은 이 연주 그대로를 팬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스튜디오를 찾게 되었다. 두 달여의 각고의 녹음 끝에 완성된 이번 음반은 기존의 홈레코딩 사운드에서 완전히 벗어난 웰메이드 사운드로 기존의 멤버는 물론 새로 가세한 멤버들 모두 만족할 만한 퀄리티를 갖추게 되었다. 도저히 고를 수 없었던 두 개의 타이틀. 모든 것이 만족스럽게 진행되었던 제작과정과 달리 타이틀 곡을 고르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청아한 백설의 보컬과 달콤한 멜로디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Sweeter"는 '사랑하는 이에게 보내는 수줍은 연애 편지'라는 앨범 컨셉에 가장 잘 부합되는 곡으로 부드러운 어쿠스틱 기타 연주에 점점 깊어지는 사랑의 감정을 녹여 내었다.
재기 발랄했던 첫 EP의 음악 색깔과 전혀 다른 곡으로 프린세스 디지즈의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또 하나의 타이틀 곡인 "키스해줄래요"는 가슴 떨리는 사랑의 세레나데이다. 따스한 어쿠스틱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여 풍성한 코러스와 담백한 멜로디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세련된 팝 넘버이다. 역시 한층 성숙해진 이들의 음악적 변신을 느낄 수 있다. 멤버들은 물론 의견을 구했던 음악 관계자들의 반응 역시 엇갈려 마지막까지 논쟁을 벌였지만 두 곡 모두를 타이틀 곡으로 하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서로 완전히 다른 색깔을 지닌 두 곡을 함께 선정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음반을 듣는 팬들은 모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프린세스 디지즈 특유의 재기 발랄함에 세련된 밴드의 편곡이 더해진 업템포 트랙 "반하겠어요", 농염한 재즈팝 "놀러와요"까지 순식간에 다가온 3월, 봄의 시작처럼 듣는 이들의 마음을 핑크빛 설레임으로 가득 메울 곡들이 수줍게 기다리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