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 2집 [Journey]
Jazz, Funk, R&B에 이어 국악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음악에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 베이시스트 김진의 2집 'Journey'가 출시되었다. 1집 'Breeze' 이후 3년간 작, 편곡과 더불어 직접 프로듀싱하며 진행한 이번 음반에는 국내외 유수의 뮤지션들과 함께 한 여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1집이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내며 음악적 정체성을 발견하는 과정이었다면, 2집은 다양한 삶의 의미가 기록된 사진 들이 합쳐진 하나의 앨범을 보는 듯하다. 함께해 온 사람들과의 만남, 추억, 기쁨과 슬픔, 사랑과 우정 등 무수한 감정과 모습들이 담긴 김진의 'Journey'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아는 친구들이 그에겐 있다. 늦은 밤 전화해서 '형님' 하며 인생을 나누는 기타리스트 김범준, 같이 연주할 때마다 커다란 에너지가 되어 그에게 기쁨을 안겨주는 박상현, 버클리 유학 시절에 만나 이젠 13년 지기 친구가 된 드러머 Engin Gunaydin, 30년간 함께해 걸어온 든든한 동반자 드러머 김대형이 그렇다. Rock과 Jazz를 넘나드는 실력파 기타리스트 김예준, 세련된 톤과 노련함이 묻어나는 드러머 김지택 역시 소중한 친구들이다. 교수로 재직하며 만난 제자들과도 동역자가 되어 교감하고 함께 음악을 만들어간다.
미국 퓨전재즈 거장들과의 현지 레코딩은 그에게 즐겁고 유쾌한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LA에서 만난 건반 연주자 David Garfield와 드러머 Jimmy Branly는 프도듀서, 레코딩 엔지니어, 대학교수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최고의 뮤지션들이다. NY에서는 탁월한 감각의 드러머 Engin Gunaydin과 섬세한 감성을 지닌 건반연주자 Pablo Vergara와 함께 했다. 이 두 도시에서 만난 뮤지션들과 나눈 교감과 진행 과정이 그에게는 더없이 행복한 순간이었으리라. 이번 앨범에서 즐거운 감상 포인트 중 하나. 캘리포니아와 뉴욕, 그리고 서울에서 진행된 레코딩의 서로 다른 고유의 색채다. 새로운 뮤지션을 만나며 도전하는 김진의 열정과 노력이 앨범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첫 곡 'That's my Girl'의 테마가 들려주는 여행의 신호탄으로 김진과 친구들의 거침없는 질주는 시작된다.
[Track List]
1 That's my Girl
시종일관 디테일이 살아 숨 쉬는 Jimmy의 감각적 드러밍이 곡 전체에 흐른다. 20대 후반이라는 나이를 예측하기 힘든 기타리스트 Will의 깊이 있는 연주에서는 계산된 작업이 아닌 동물적 감각이 느껴지고, David의 화려하면서도 절도있는 건반 솔로는 음악을 정점으로 끌어 올린다. 단순하면서도 굵직한 테마는 곡을 지배하며 연주가 끝난 뒤에도 여운을 남긴다.
2 Caribbean Morning
김진과 함께 한 또 한 명의 기타리스트 김예준의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톤, 음악에 에너지를 더하는 속주와 간결한 연주 사이의 안정적 밸런스가 매력적이다. 피아니스트 송영주의 연주는 안개를 뚫고 내리쬐는 캐리비안의 햇살을 연상케 하는 빛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해변의 아침 풍경에서 느끼는 자유로움을 만끽하게 하는 Engin의 드러밍, 여기에 밀착된 김진의 베이스연주가 곡의 완급을 조절한다. 자신의 소리를 내면서도 다른 연주와의 합을 누리는 것이 얼마나 멋진 작업인지 아는 김진만의 연륜이 돋보이는 곡이다.
3 Malibu Breeze
말리부 해변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 도로 위. 어디로 떠날지 생각에 잠긴 채 고개를 돌려보는 장면을 시작으로 산등성이를 돌고 돌아 올라가면 보이는 바다 풍경까지, 김범준 특유의 감각적인 일렉기타 톤과 연주로 말리부 브리즈를 느껴보자.
4 Amazing Grace
미국 LA와 한국 뮤지션들의 절묘한 조합을 느낄 수 있는, 수없이 들어왔던 어메이징 그레이스의 색다른 편곡이다. 생명을 되찾고 광명을 얻은 그 기쁨은 김훈희와 신은총의 시원한 가창력에 기타리스트 김범준의 블루지하면서도 진한 일렉기타 연주가 더해져 더 깊어진다. David의 시원한 건반 솔로 레이백에 귀기울여보자.
5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
'Jesus Loves Me', 'The First Noel'과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은 한국인에게 친숙한 찬송가를 김진만의 감각으로 재탄생 된 곡들이다.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은 그간 김진의 작품에서 만날 수 없었던 보컬이 처음 등장한 곡으로 김지훈을 선택한 안목과 편곡 및 프로듀싱까지 총괄하는 김진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곡이다. 폭넓은 음역을 거침없이 오가며 소화하는 김지훈의 안정된 가창력과 풍부한 표현력은 선명한 메세지를 전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6 Yes, Jesus Loves Me
피아니스트 송영주의 따뜻하면서도 깊이 있는 연주가 단연 돋보인다. 피아노 솔로를 포함한 곡 전체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표현과 한국의 대표 기타리스트 Sam Lee의 세련된 선율은 어느 한 곳 흐트러짐 없이 피아노와 통일성을 이루며 음악적 아름다움을 더한다. Engin의 드럼 솔로는 독창적인 표현들이 자유분방하게 펼쳐진 즐거운 행진이다. 김진의 감성에 연주자들의 개성이 묻어나 새로운 톤이 탄생했다. 창의적 재해석이 된 경우라고 할까, 매력적이다.
7 The First Noel
찬송가에 국악을 접목해 퓨전재즈로 재탄생시켰다. 과연 김진의 행보가 어디까지 계속될지 기대하게 하는 지점이다. 아기 예수 나신 그 날 밤 풍경을 상상하듯 시대를 넘나드는 음악으로 표현했다. 인도 전통악기 시타르와 우리나라 국악기 피리의 독특한 음색, 박상현의 E.Piano는 다양한 연주로 디자인되어 구성과 사운드밸런스 모두 조화롭게 창의적 공간에서 하나 된다. 경기민요 소리꾼인 견두리는 판소리의 에너지를 머금고 노래를 깊이 있게 풀어내는 특유의 표현능력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타악기 이승호와 피리, 태평소 강주희의 합류는 김진의 끊임없는 음악적 상상이 실제가 되게 한다. 이 다양한 조합에서 보일 듯 말 듯 모습을 바꾸며 공존하는 박상현의 피아노 연주 또한 탁월하다.
8 Journey
7/8 박자의 곡이다. 이색적 리듬표현과 멜로딕한 패턴이 결합하여 서정적이면서 로맨틱한 기운이 맴돈다. Will의 기타와 David의 건반 연주는 여행을 떠나려는 이의 기대감과 새로운 시간에 대한 약간의 망설임을 느끼듯, 여행의 시간 속에 찾아오는 여러 가지 감정을 잘 표현해 냈다.
9 What's up NY
김진의 음악에 다양함을 더해 준 곡으로 다가온다. 다른 곡에 비해 좀 더 이국적 색채가 감돈다. 이번 앨범에서, 캘리포니아와 뉴욕에서 각각 진행된 곡들의 색채는 도시가 가진 개성과도 연결될 것이다. 그 차이를 음악과 함께 느껴보길 바란다. Engin의 드러밍과 건반 Pablo의 자유롭고 독특한 연주에 김진이 함께 하고 있다. 연주자들의 창의적 해석이 인상 깊다. 오랜만에 뉴욕을 찾은 김진의 감상이 어땠을지 떠올리게 된다. 빼곡한 건물 숲, 뉴욕의 바쁜 회색빛 거리, 그 속에서 지나치는 수많은 인파 속에 오랜만에 그 자리에 있던 한 사람의 시선이 담긴 곡.
10 Julia
김진의 따뜻한 감성이 돋보인다. 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친구들과 함께 자신의 음악을 표현하는 열정의 여정 속에 자신을 맡겨 온 그다. 이런 그를 늘 응원하고 사랑해 주는 이에 대해 소중함을 간직한 마음이 느껴지는 곡이다. 뉴욕의 숙소에서 맞은 아침,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 아름다운 선율로 표현했다. Pablo의 잔잔하고 아련하게 느껴지는 연주는 그런 애틋한 마음을 잘 그려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