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HIS 어쩌고 JUSTHIS 저쩌고
YEAH YEAH THANK YOU...
낭만은 죽지 않았다
타칭이자 자칭 ‘The Underground King’이라는 저스디스의 이명에는 언더독(underdog)을 자처하는 곤조와 더불어, 반대로 최고로서의 위치와 성공도 절대 놓칠 수 없는 그의 욕심 및 자신감이 절묘하게 공존한다. 영화 [그린 나이트]는 바로 이 같은 언더그라운드 킹의 이야기다.
영국 신화 ‘아서 왕 전설’ 속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들 이야기는 서사의 원형으로부터 1500년, 그것의 기록으로부터 60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흥미로운 요소들로 가득하다. 특히 영주들에 복속되거나 그저 봉건제 중간 계급으로 존재했던 훗날의 고루한 중세 기사가 아니라, 진정 명예를 위해 싸우고 또 싸웠던 쟁쟁한 무인들이 거대한 원탁을 앞에 두고 심지어 왕과 함께 무용담을 펼치던 초기 기사들 이야기는 마치 오늘날의 마블 히어로를 연상하게 하는 낭만적 영감의 원천 그 자체다. 이중 [그린 나이트]는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의 J.R.R. 톨킨이 최초로 해석하고 정리한 [가웨인 경과 녹색 기사]를 각색한 작품. 왕의 조카이자 원탁 기사 최고참으로 ‘기사도의 모범’이라고 불릴 정도였지만, 막상 아서 왕과 이후에 등장한 ‘랜슬롯’에게 주인공 자리를 내줘야 했던 2인자 같은 1인자 가웨인의 가장 유명한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원탁의 기사들 앞에 별안간 나타난 기괴한 녹색 기사가 자신의 목을 내기로 걸고, 가웨인은 오로지 명예를 보상으로 그에 맞선다. 이야기 속 호기롭게 나선 용기가 1년 간의 치열한 모험으로 이어지고, 단 한 번의 싸움을 위한 도전이 자기 내면을 탐구하는 여정으로 바뀌는 과정은 저스디스의 이 노래 ‘Sell The Soul’과 닮았다.
‘최고’라는 명예와 ‘돈’이라는 현실적 목표, 그리고 이를 위해 마치 악마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서도 결국 자신이 타고나지 않은 밑바닥 출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치열하게 매달리는 ‘Sell The Soul’의 태도는 앞서 5년 전 원곡으로부터 확인한 바 있다. 이후 Indigo Music 합류와 ‘SHOW ME THE MONEY’ 출연 등 굵직한 변곡점을 겪은 저스디스의 생각에 큰 변화는 없다. 분명 공격성은 다소 누그러졌고, 왕과 악마 사이를 오가는 인생의 숙명에 전보다 순응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그는 여전히 가만히 왕위를 지키는 왕이 아니라 게임을 쥐고 흔드는 체스판 위의 퀸이다. [2 MANY HOMES 4 1 KIDS]의 대서사가 어제를 정복하고 오늘을 구원하는 몸부림이라면, 리믹스로 재탄생한 ‘Sell The Soul’은 현실을 정복하고 낭만을 구원하려는 그의 변함없는 기사도를 다시금 증명한다. 정복했건 하지 못했건 현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중요한 것은 낭만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Words by Chung Byungwook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