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개 밑엔 가끔 슬픔이 숨어있어, 나는 잠들기 전 슬픈 생각을 하곤 했다.”
때때로 날 찾아오는 무기력과 우울감이 있다. 스스로를 다독여봐도, 사람들 속에 녹아보려 해도 쉬 나아지지 않던 그 따끔한 느낌. 한번 찾아오면 세상이 끝난 듯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흐릿해지던 그 감정.
처음엔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적지 않은 시간을 지나 그 우울감이 이제는 내 일부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느낌들은 내 마음대로 움직여볼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었으니까. 통제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서야 비로소 찬찬히 살펴볼 수 있었던 그 감정의 실체는, 사실 그리 대단한 건 아니었다. 드러내 말하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겪는 일이기도 한 것 같았다. 이제 나는 어두움에 익숙해졌고 그 기분을 조금은 따뜻한 시선으로 보게 되었다. 날 괴롭히는 불청객이 아닌, 아무 때고 무심히 찾아와 별일 없던 것처럼 다시 떠나가는 오래된 동네 친구처럼 말이다.
무력감의 순간들을 잡아 초점을 맞춰 악기를 연주하고 리듬을 쌓아 올렸다. 잘 하고 싶다는 욕심도 잠깐 접어두고서, 손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한 달에 두 곡씩 반년 동안 작업했다. 그 결과물들을 모아 놓고‘Unnamed Feeling’이라 이름 붙였다. 이 기분들이 누군가에게는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가 되길 바란다. 서늘하게 다가서는 멜랑콜리의 사운드를, 여럿 말고 혼자서, 낮보다는 차가운 밤에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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