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을 견뎌 고개를 든 당신에게, [WALLFLOWER]
지난 해, 매력적인 음색과 낭만적인 음악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싱어송라이터 PL (피엘)이 전작 [LA LA LAND]와 [TRUMAN SHOW]로부터 이어지는 시네마 트릴로지의 마지막 장 [WALLFLOWER] 를 발매했다. 동명의 영화 속 저마다의 결핍을 안은 채 살아가는 세 청춘의 이야기처럼, PL은 이번 앨범을 통해 아픈 성장기를 거듭하는 우리 주변 속 어른아이들의 모습에 대해 노래한다. 자존감 낮은 이들의 독백과 연애, 이별 그리고 또 다른 만남에 대한 이야기들이 순차적으로 담긴 트랙리스트는 PL이 라디오 방송을 통해 소통했던 팬들의 사연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기에 특히나 그 의미와 진정성이 남다르다.
힘든 이에게 “힘내”라는 말 대신 “너의 노래를 들려줄게.”라는 감성적인 디톡스를 건네며 듣는 이들로 하여금 슬픔과 아픔을 있는 그대로 마주할 수 있게 하는 이 앨범의 스토리텔링은 그간 바쁜 세상 속에서 자기연민의 감정을 외면한 채 살아야 했을 수많은 외톨이에게 따뜻한 슬픔을 허락한다. 전작 [TRUMAN SHOW]를 통해 팬들과의 소통으로 성장한 아티스트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번 앨범에서 PL은 그들의 삶에 더욱 깊이 들어가 진한 공감과 위로를 품은 소통의 테라피를 전한다. 또한, 어반 중점의 [LA LA LAND]과 신스팝 기반의 [TRUMAN SHOW]에 이어 이번 EP에서 선보여지는 빈티지한 밴드 사운드를 통해 그의 넓어진 음악적 스펙트럼은 물론, 다채로운 매력까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From PL
영화 ‘월플라워’ 속 세 친구의 삶을 지켜보면서 저는 제 주변의 수많은 외톨이와 어른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렸어요. 의도할 수 없는 삶의 속도와 무게 아래서 껍데기만 어른으로 자란 채 내면은 아이로 남겨져 있는 그들의 모습이 꼭 그 세 친구들과 닮아있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전 그 불완전한 모습 그대로를 노래로 표현함으로써 제대로 슬퍼할 기회와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진정으로 ‘어른스러운’ 방식의 위로와 성장일 테니까요. 결핍, 상실 그리고 사랑을 노래한 이 앨범 속 주인공의 이야기가 여러분, 어쩌면 저에게도 좋은 거울이 되어 비쳐졌으면 합니다. 사랑받지 못한,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불러주고픈 다섯 가지 이야기 - 긴 겨울을 견뎌 고개를 든 당신에게, WALLFLOWER
1. INNER CHILD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부터 이어지는 결핍을 하나씩은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부모의 사랑, 친구, 연인과의 관계, 지식 혹은 부 등 다양한 대상들 앞에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결핍을 느끼고 그것으로 인해 완전한 어른이 되지 못한 채 어른들의 세상을 떠돌아요. 노래 속 주인공은 누군가에게 믿음을 주는 것도, 사랑을 주는 것도 서툰 ‘어른아이’ 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믿음의 결과가 늘 본인이 바랐던 만큼 따라주지 않아 기대와 실패, 그리고 절망을 반복하는 인물이에요. 앨범에서 펼쳐지는 다섯 가지의 이야기 중 가장 애처롭고 독백적인 무드가 담긴 곡입니다.
2. PILLOW
연인 관계에서 일방적인 사랑 밖에 할 줄 모르는 주인공의 모습을 ‘베개’라는 사물에 비유해 표현한 노래예요. 베개가 의인화된 내용의 가사가 처음엔 감성적으로 들리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인공의 무지한 헌신과 상대방의 일방적인 무관심이 씁쓸한 노랫말에 표현됐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멀리서 본다면 ‘행복’이고 가까이서 본다면 끝없는 ‘불공평’의 연속. 관계가 서툰 이들에겐 어쩌면 그것이 사랑의 ‘실체’일지 몰라요. 그들에게 공감의 테라피로써 색다른 방식의 위로를 전해주기 위해 이 노래를 썼습니다.
3. CAMOUFLAGE
그동안 주인공이 보여주었던 헌신적인 관계의 연애 방식을 암울한 결말과 함께 끝맺음시키는 노래예요. 실패한 연애는 자존감을 앗아가지만 그래도 주인공은 결국 자신이 ‘사랑’보다 ‘사람’을 필요로 했었다는 깨달음 하나를 얻게 돼요.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마주할 수 있게 된 동시에, 본인의 결핍과 바람이 얼마나 애처롭고 초라한 것인지도 알게 되면서 주인공은 끝없는 비참함과 무기력함에 잠기고 맙니다. 실제로 사랑에 서툰 많은 이들이 연애에 실패하고 나면 그것을 겁내기 시작해요. 그런 이들에게 “괜찮아”, “다시 시작해”와 같은 말들은 위로가 되지 않을 거예요. 그때만큼은 그냥 그들과 같이 울고 그 슬픔을 함께해주기로 해요. 이 노래처럼요.
4. ORCRID
다시 한번 찾아온 사랑의 기회 앞에서 망설이는 주인공. 상대가 내뱉는 말에 매번 물음표를 덧붙여 반문하고, 후회 섞인 기록을 근거 삼아 사랑의 감정을 억누르는 그는 자신이 주는 만큼의 감정을 상대에게서 받지 못할까 봐, 상대가 자신과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 금방 멀어질까 봐, 수십 가지 걱정을 늘어놓으며 자신의 선명한 감정을 계속 얼룩지게 해요. 그런 그들의 모습을 난초(특이한 잎을 가진, 키우기 어려운 식물)에 비유했어요. 우리 주변에 흔히 “연애할 생각이 없다”라고 말하는 이들은 어쩌면 생각이 아니라 ‘자신이 없는’ 상태인 것 아닐까요? 이 노래를 통해 그들에게 “당신은 이미 충분히 준비돼있다”라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5. HOMEMATE
나의 영혼까지 나눌 수 있는 상대가 Soulmate 라면 나의 집이 되어주고 안정을 가져다주는 사람은 “Home-mate” 가 아닐까 생각하며 이 곡의 제목을 지었어요. 짧지 않은 방황을 거친 뒤에 찾은 진정한 내 삶의 안정. 그것은 사랑이 될 수도, 사람이 될 수도, 손에 잡히지 않는 뭔가가 될 수도 있어요. 이 앨범 속 주인공이 예상 못 한 행운을 맞닥뜨린 것처럼 행복을 찾는 데에 있어 완벽한 방정식은 없다고 생각해요. 안전한 망설임을 밀쳐낼 불완전한 행운이 지금 제 노래를 듣는 여러분에게도 꼭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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