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The Crows) [Re-Birth of The Blues]
‘까마귀’하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사실 우리에게 익숙한 존재는 아닙니다. 심지어 까치와 비교해 불길한 존재라고 여기곤 하죠. 에드거 앨런 포의 시를 보면 외국에서도 비슷한 느낌인 것 같습니다. 공포영화의 분위기를 살리는데 까마귀 울음소리만 한 게 또 없죠.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는 이도 있습니다. 김현영의 ‘까마귀가 쓴 글’에는 인간 세상을 세심히 관찰하는 존재로 등장합니다.
2021년 한국 대중음악상 ‘최우수 록-음반’과 ‘최우수 록-노래’ 부문 후보에 오른 촉망받는 록 밴드 ‘배드램’의 기타리스트로 잘 알려진, 싱어송라이터 편지효는 일찍이 ‘까마귀’라는 이름으로 씬에 등장했습니다. 홍대 클럽을 자주 다녔다면 한 번쯤은 마주쳤을 ‘막걸리 아저씨’를 노래한 싱글 “Mr. Ricewine”으로 활동을 시작했죠. 이렇게 기타-보컬리스트 까마귀는 살면서 겪은 일들을 관찰하고 노래합니다. 마치 ‘까마귀가 쓴 글’에 나오는 까마귀처럼. 이른바 ‘까마귀가 부른 노래’인 셈이죠.
그 수단으로써 선택한 것은 당연히 ‘블루스’였습니다. 아니, 선택했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군요. 화려한 속주 기타리스트의 노래를 연습하는 와중에도 그의 가슴을 울린 것은 블루스였습니다. 까마귀에게 블루스는 설명할 수 없는, 본능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블루스 뮤지션으로서 몇 개의 싱글과 정규 앨범 [Caw Caw]를 발표했습니다.
2021년 7월, 까마귀는 2집 [Re-Birth of the Blues]로 돌아왔습니다. 언제나처럼 살면서 겪은 일들을 관찰하고 부른 노래 9곡을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하지만 꼭 블루스에 연연하고 싶지는 않았나 봅니다. 그래서 나름의 방식으로 블루스를 재탄생시키기로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첫 번째 곡은 질주감 넘치는 컨트리 곡인 “카우보이 비밥”입니다. 이어지는 “소음공해” 역시 연주력이 돋보이는 강렬한 컨트리-블루스 곡이구요.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Beat the Boss”와 델타 블루스를 연주하는 레드제플린이 연상되는 “이상한 소식”까지 앨범의 전반부는 날것의 느낌이 나는 “깊은 빡침”을 표현했네요.
진짜 반전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더보울스의 윤현섭이 연주하는 처연한 트럼펫 선율로 시작되는 “우천시 자동취소”는 까마귀가 있는 감성 없는 감성 다 끌어모아 노래하는 팝-재즈 발라드입니다. 김건모나 박광현 혹은 이승철의 “잠도 오지 않는 밤에” 감성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굉장히 반가울 것 같네요.
전반부의 노래들이 고전 블루스 록 느낌이라면 “Lottery Ticket”은 좀 더 요즘의 감성을 노래합니다. 개리 클락 주니어 혹은 로다운30 느낌의 네오-클래식 “유치원에 간 사나이”를 지나 불꽃 튀기는 기타 연주를 들려주는 “Shift+Del”에서는 까마귀의 고음 보컬과 하헌진의 저음 보컬이 멋진 조화를 이룹니다. 마지막으로 트럼펫이 빠진 “우천시 자동취소”가 앨범을 잔잔하게 마무리합니다.
글 게이트플라워즈 / ABTB 보컬 박근홍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