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스스로 소리내지 못하고, 선배의 목소리로 부르는 사모곡
- 김석준의 "함경도 혜숙이"
H. 33년생.
열여덟 살에 홀어머니 따라 월남했다. 전쟁이 끝날 무렵 소녀시절도 끝이 났다.
손이 곱고 글씨가 예뻤던 그녀는 안개가 명산물이라는 동네의 처녀 선생님이 되었다.
배호의 묵직하게 깔린 저음을 좋아하던 H는 곧 결혼을 하고, 남매의 어머니가 되었다.
어느새 다 커버린 아들이 품안을 떠나 세상에 이름 석자를 남기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자랑과 염려가 혼재된 눈으로 늘 바라보던 그녀.
우리는 모두 끝이 예정된 삶을 살고 있다.
명망 있는 삶을 살던 이들도 죽음 앞에서는 무력하다.
유한한 인생의 끝자락 혹은 그 너머에서
누군가가 존재를 기억하고 곡을 붙여 노래를 만든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기록이다.
H와 동시대를 살았던 수많은 유명인들 중에서 헌정곡을 받는 운 좋은 이는 얼마나 될까 생각해본다.
비슷한 연배인 박완서 작가에게 헌정곡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현대사의 굴곡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한 사람의 일생을 담담히 풀어나가는 한동준의 목소리는,
현대 트로트 문법을 따라 꺾어지는 법 없이 절제를 잃지 않아 신파가 아닌 동화같은 서사를 완성한다.
혜숙. 그녀가 생전에 보냈던 무한한 지지와 사랑을 오롯이 받은 아들은 그래서 이 음악을 영전에 바친다.
노래는 삶을 영위하는 이들만의 것이 아니라 이미 하늘의 별이 된 이들에게도 닿을 힘이 있다.
혈육의 진한 그리움으로 완성한 이 노래가 그곳에 닿는 날 마침내 두 사람은
이승과 저승 중간 어느 지점에서 만나 어깨를 토닥이며 라스트 댄스를 완성할 것이다.
- reviewed by 무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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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김석준
곡명: 함경도 혜숙이 (feat. 한동준)
리드보컬: 한동준
작사, 작곡: 김석준
편곡: 김준오
보컬 디렉팅: 김영국
Drums: 신석철
Guitars: 김준오
Keyboards: 김태수
Contra Bass: 이동민
Chorus: 이혜림
트래킹: 허성혁(사운드솔루션), 성영민(컴패니언뮤직)
믹싱, 마스터링: 허성혁(사운드솔루션)
자켓 아트: 오인호
커버 디자인: 김윤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