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몰래
당신 가슴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바로 그 노래,
‘솔개트리오 소리새, 황영익의 솔로앨범!
‘난 사랑할래요’
글/ 구자형(방송작가, 음악평론가)
sleeve note
소리새 황영익의 사랑하는 날에는
솔개 트리오를 시작으로 소리새로 개명하고 노래했던 국민가요 “그대 그리고 나”의 황영익이 솔로 앨범을 발표한다. 나는 지금 그 노래들을 듣는다. 서해 바다의 해풍이 스며있는 그의 목소리, 그것은 숱한 파도의 깃발들이 솟구치는 장엄함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휠링 보다는 힐링으로 우릴 인도한다. 그렇다. 소리새 황영익의 노래는 마치 어느 외딴 성당 고즈넉한 기도처 같은 고요함과 한없는 적막함이 있다. 어찌나 아늑한지.... 자꾸 들어도 좋고 들을수록 좋다.
이 음반의 백미는 “사랑하는 날에는”이다. 실로 오랜만에 만나는 포크 발라드 가요의 명곡 중 명곡이다. 무엇을 더 이야기하랴. 함춘호의 기타와 심상원의 바이올린이 그윽하고 평화롭다.
그렇다. 소리새 황영익의 노래는 그 모두가 잃어버린 사랑을 회복하는 것이고, 그 모두가 잊어버린 사랑의 소중함을 되찾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꿈이다. 그래서 설레인다. 그래서 사랑은 아름답고 영원토록 뜨거운 심장이다. 그 꿈을 노래하는 “소리새 황영익”의 사랑을 꿈꾸는 이 노래들! 사랑을 잃고 남몰래 우는 저 숱한 이 땅의 그대들이여!
수록 곡 설명
1. 먼지 없는 이 세상에/ 이 노래는 전설의 작곡가, 한정선이18살 어린 나이에 인천 교도소에 묶인 몸이었을 때, 그안에서 백지에 오선지를 그려서 작사.작곡을 한 노래이다!그 옥창(獄窓)살 넘어로 바라보이던 풀포기들 그리고 면회를 다녀가는 평화의 천사들에 대한 아니 그 위로 불어가는 자유의 바람에 대한 소망의 아픈 풍경화이다.
특히 당신의 오디오가 허락한다면 반드시 크고 웅장하게 이 노래를 들어 보시길 간곡히 권한다. 아직도 못 다한 사랑, 여인, 연극 중에서 등의 작품을 솔개 트리오를 통해서 남긴 한정선은 지금은 행불자다. 그가 남긴 수백 곡의 악보는 지금 사라졌다. 다행히 황영익이 이 노래와 다수의 노래를 기억해 냈다. 이처럼 꿈은 스스로 자유의 꿈을 여행하는 유일무이한 생명 아닐까.
2. 사랑하는 날에는 / 한국의 풍류에는 한, 흥, 무심이 있다. 그중 이 노래는 무엇에 속할까? 한이 30%, 흥이 17%, 무심이 83%인 것만 같다. 그렇다. 이 노래는 이별의 한이 깃들어있다. 그것도 실제 상황이었다. 황영익이 맨 처음 인천 돌체소극장에서 솔개 트리오로 노래할 때, 함께했던 어느 여대생 아가씨, 피아노를 잘 쳤고 공부는 국문학을 했던 그녀와의 첫사랑이 이 노래의 소재다. 하지만 그 사랑 왠지 이별이 되고 말았다.
참 많이 아팠다. 양평의 밤 강물이 있었고, 인천의 밤바다가 있었고 그렇게 오고가던 사랑의 길들이 있었다. 거기 밤 별들이 빛났고 그녀의 눈동자가 빛났고 황영익의 가슴이 속절없이 물결쳤다. 그리고 이별이었다. 사랑은 죽었다. 그 사랑의 시작이 흥이었고, 그 이별이 한이 됐다. 그 이별의 빈자리에 황영익은 가눌 길 없어 술을 부었다. 참 많이도 끝없이도 그렇게 부었다. 시퍼렇게 여전히 살아있는 그리움을 잠재우고 쓰러뜨리기 위해서 매일 밤 그리했다. 그렇게 한참을 지나서야 황영익은 이별을 따라 죽지 않고 부활했다. 비로소 약간의 무심함, 그 문턱을 넘어선 셈이다.
그리고 이 노래를 썼다. 꽃이 피는 날에는... 하지만 이제는 ‘나는 사랑할래요’다. 사랑의 새로운 선언인 것이다. ‘아 젖어드는 이 마음/ 난 어쩔 수 없어요..’ 왠지 가늘게 떨리는 황영익의 목소리, 아, 결코 다 보내지 못하는 마음 그래서 어쩔 수 없고 그래도 외면해 보는 것이다. 가능할까? 황영익 마져의 이별이? 모르겠다. 이 노래는 어디로 흘러가는 건가? 황영익이 꿈꾸는 새로운 사랑, 그것은 쉽지 않다.
타말파 예술통합치유가 송승희는 이렇게 말했다. “황영익님의 난 사랑할래요는 힐링의 노래죠. 요즘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큰 시대입니다. 이 노래는 바로 그런 역할을 해 주네요.” 그렇다. 무심의 휴식이 힐링의 노래로 들려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가늘게 떨리는 그 휠링에 또 다시 주목한다. 나처럼, 아니 나 보다 더 쓸쓸했구나. 황영익이 그래서 이 노래를 부르고 있구나. 떠나간 사랑을 부르고 있구나. 새로운 사랑으로 위장한 채 말이다.
그런데 이 노래는 문제가 있다. 가만히 듣노라면 눈물 맺힌다. 아마도 그러할 것이다. 당신도 그러할 것이다. 그렇다. 이 노래는 가만히 따라 불러도 좋고 가만히 들어도 좋고 진정 위대한 연인과 블르스를 살금살금 때려도 좋을 것이다. 그것이 이 노래의 순정어린 진정성이자 다정성인 것이다.
솔직히 난 이 노래, 난 사랑할래요를 끝나면 첨부터 또 듣고 되 듣곤 했다. 그렇게 편할 수가 없고, 그렇게 끌려 들 수가 없고, 그렇게 빨려 들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난 어쩌면 이 노래를 듣기 위해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운명에 기꺼이 순응한다. 꽃은 가늘게 떨리고 외로운 두 손으로 고독한 얼굴을 감싸듯 그렇게 고요하고 적막한데 이상하게 자랑스럽다.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는다고 했던가? 비유가 좀 그렇긴 하지만 사랑도 해 본 놈이 해 보는 것이다. 그렇다. 지워지지 않은 사랑이 있다. 사랑을 배워 준 누군가가 인생에 삶 속에 문득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별로 완성된 사랑을 남기고 그녀는 어느 님의 품에 안겨버리고 남은 놈은 폐허 위에 혼자 서있다. 그때 바람이 불어간다. 그 바람이 뼈아픈, 그 뼈를 악기 삼아 불어가면 사랑에 물든 그 뼈와 정신과 가슴과 두 눈동자와 메마른 입술은 차가운 빗방울에 입술 적셔, 어깨 적셔, 머리카락 적셔 다시금 노래하는 것이다. 무엇이라고? 이미 잘 알고 계시지 않는가? ‘따스한 눈길로.. 그대를 난 사랑할래요’ 라고. (당연히 황영익 작사, 작곡이다.)
3. 외로운 여자/ 궁금하다. 이 여자. 남자를 불질러 버린 것 같다. 아니 남자가 이 여자 때문에 가까이 좀 뫼시러 갔다가 다 타버린 것 같다. 부디 누군가를 만났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넉넉한 가슴 이 한반도에 존재하겠지 싶다. 자곡가 한정선의 처절함과 간절함을 황영익이 애절함과 절절함으로 요리했다. 황영익 표 포크 블르스, 조심하시라. 여기 한번 빠지면 세상을 잊어버릴지도 모르니까.
4. 멀어져간 친구/ 이 노래 역시 한정선이 만들었다. 누군가는 한정선을 부평역 근처에서 보았다 한다. 부평역 근처에 가서 그를 찾으면 잘하면 만날 수 있지 싶다. 그 한정선이 솔개 트리오1집을 발표하고 멤버들하고 2년간 헤어져있다 다시만난1983년 카페에서 젊은 혈기와 음악적 개성과사상, 욕망 때문에 멤버들끼리 논쟁할 때, 그 풍경을 지켜보던 한정선이 그 자리에서 악보를 꺼내 이 노래를 썼다. 그래서 ‘서로 다른 바램들만 늘어 놓은 채’란 가사가 나온다. 그러다 ‘온전한 사랑도 없이 그대는 내게 무얼 바라나’란 다소 머쓱할 수 있는 민망할 수 있는 가사도 나온다. 하지만 ‘친구여 사랑이여 느껴볼텐가’ 하고 해피엔딩으로 이끌고 있다.
나는 이 비사를 황영익과 함께 또 이 음반의 디자인을 맡은 오진동 등과 함께 인천의 어느 낡고 작고 오랜 주점에서 술 한 잔 마시며 이야기 들었다. 뻘이 드러났던 서해 바닷가에는 다시 물이 들어오고 갈매기들이 몹시도 끼룩대고 있었다.
5. 나는 바람/ 애잔하고 잔잔해서 술 한 잔 하고프다. 역시 김현식 작사, 작곡답다. 허무한 듯, 달콤한 듯 그렇다. 자유이기에. 30년전 tv에 김현식이 기타를 들고 나와서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푹 빠졌던 황영익은 이 노래를 리메이크해 구름을 뚫고 우뚝 솟아오른 동화 속 거인처럼 노래한다.
6. 그리움/ ‘미울 때도 있었지만 웃는 걸 보면 다 풀려요. 한방에 풀려요. 그렇게 웃는 모습이 좋았어요.’ 누가? 그리움의 작사, 작곡가 한정선에 대한 황영익의 추억이다. 한정선은 초등학교 때부터 밴드부 악장이었다. 고2때 음악을 하기 위해 자퇴할 때까지 그러했다. 기타고 독학을 했으나 매우 매우 우수할 뿐이었다. 또한 그의 주요 히트곡들은 18살 때부터 써 나갔던 노래들이었고 스무 살 때 이미 꽃이 활짝 만개했었다. 작곡을 할 때면 가사와 곡이 동시에 줄줄 흘러나오듯 그렇게 써 나갔고 빈 종이에 오선지를 그려 즉흥곡을 많이도 쓰기도 했었다. 그 장소는 인천에 있는 대동분식 2층이거나 나무계단 삐걱거리는 작은 찻집 같은 곳이기도 했었다.
7. 자유의 하늘 높이/ 포크 컨트리의 용맹스런 생동감과 활기가 힘차고 한결같다. 이 노래는 밥 딜런의 정신적 스승이었던 미국의 우디 거스리(이 땅은 너의 땅)와 후트내니 운동의 대부 피트 시거(꽃들은 어디로 갔나)와 한국의 청년문화의 원류인 한 대수(하룻밤), 김정호(푸른 하늘 아래로) 풍의 맥을 잇는 노래다. 황영익은 이번 앨범에서 포크의 그 순수와 소박함으로 회귀했다. 특히 이 노래가 그러하다.
8. 밤비여/ 어릴적 비가오면 툇마루에 앉아서 비오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전율을 느꼈던 추억들이 있을거다!회상을 하면서 들으면 좋지 않을까?
9. 하늘의 문턱에서/ 이 노래는 한정선이 무대에서 한대수의 노래 오면 오고를 부르다 바로 연결해서 즉흥 작사.작곡을 한곡이다!법률과 음률은 질서와 자유로 갈 길이 좀 다르다. 궁극적으로 인간의 행복, 인류의 행복을 위해서지만 그래서 음률에 속하는 자들은 고단 쫌 하다. 그래서 나그네가 되어 사람들이 출세를 위해서 줄을 붙잡으려 할 때 그네 타듯 스윙의 리듬 타듯 그렇게 바람의 길을 떠나는 것이다. 그런 뜻에서 이 노래 ‘하늘의 문턱에서’는 찬바람만 불지만 그 허공 속에서 음률의 자들은 꽃잎을 보는 것이다. 그 꽃잎같은 음표들을 황영익이 노래 부른다. 기타는 함춘호다. 시인과 촌장 출신이고 7080의 기타리스트이며 송창식과 이장희와 함께 하는 기타 파트너인 그가 기타를 때린 것이다. 이제 황영익과 함께하며 이 음반에 수록된 노래들과 함께 그의 기타가 라일락 향기처럼 불어가며 그 역시 우리들처럼 함께 영혼의 회복을 맛보았을 것이다.
10. 내 뒷모습/ 여기 아혼이 나온다. 아혼(我魂)은 나의 영혼을 뜻한다. 이 노래를 만든 한정선이 만들어 낸 말이다. 사랑을 떠나보내고 내 혼에 잠겨있다는 말이다. 허망함만 남아 그리 됐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가슴을 치는 가사가 나온다. ‘정들까 두려웠던 뭇 내음 때문에..’ 철없던 시절에 사랑하면서도 이별을 먼저 예감해 얼마나 무수한 이룰 수 없는 사랑들이 이 땅을 적셨던가. 그 상처가 산을 이루고 그 눈물이 강을 이루고 그 후회가 바다를 이루고 있다. 여전히 말이다. 그래서 황영익의 이 노래는 회복에 속한다. 무엇에 대한 회복인가? 평화의 회복, 사랑의 회복이다. 황영익은 시대의 유행의 찰나를 거슬러 올라가 노래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여행에 도전한다. 그것이 이 음반이고 들으면 들을수록 그의 진실에 다가 설 수 있을 것이다.
11. 가고 싶은 그대 곁에/ 명쾌하고 휘파람부는 것 같은 노래다. 황영익은 훌리오 이글레시아스처럼 축구를 즐기고 사랑한다. ‘조랑말 개울가를 건너 내게로 오면은.. 우리님 계시는 곳... 그곳에 여행 떠나고 싶네...’ 이런 황영익을 두고 주변에서는 바보, 멍충이, 벙어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까닭은 여럿 있겠으나 간단한 예 하나로 대한민국 명품가요 중의 명곡인 ‘그대 그리고 나’(소리새)가 100만장 이상의 음반이 판매됐다고 하나 정작 황영익을 비롯한 이들에게 주어진 것은 짜장면 한 그릇 같은 소홀한 대접일 뿐이었다고 한다. 정말 그랬을까? 하지만 사실일것이다. 지난 시절 대한민국의 진짜 축제주의자들은 물과 소주와 아침이슬로만 버텼던 것이다. 그 상황은 지금도 더하면 더했지 똑 같다. 계약도 몰랐고 권리도 몰랐던 그날들, 그처럼 순진, 순수, 순박의 그랜드 슬램의 슬럼예인들이었던 것이다.
12. 5월의 편지/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최주호 작품자의 사랑 이야기다. 오래 전 이 노래가 너무 좋아 황영익에게 전화 걸었다. ‘5월의 편지 너무 좋아. 어떻게 해서 노래하게 됐는지?’ 그래서 미국으로 전화 걸었고 최주호와 통화 나눴다. 담백한 국어 선생님 말투 같았고 흥분성 음악인이라기 보다는 침잠하는 시인 같았다. 황영익이 참 감미롭게 불렀다. 나를 홀린 노래였다. 나는 이 노래가 교과서에 실렸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있다. 그렇지 않은가? 5월의 교정에서 이런 노래를 부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상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13. 슬픔을 그쳐라 아이야/ 포크 록 풍의 이 노래는 집시들의 춤처럼 흥겹고 보헤미안의 취기처럼 아름답다. 리듬은 유쾌하고 가슴은 애잔하다. 그것이 인생의 진실 아닌가. 이 노래를 부른 황영익과 이 노래를 만든 한정선은 운명처럼 만났었다. 1980년 한정선은 김정자와 함께 제3회 TBC 젊은이의 가요제에 나가 ‘경아’라는 노래로 입상을 한다. 그 무렵 인천의 무아 레스토랑에서 황영익과 둘은 만나게 되는 것이다. 첫 인사는 한정선이 당구칠줄 아느냐였고, 다행히 당구 150인 황영익이 당구 80인 한정선에게 당구를 한수 가르쳐 주면서 둘은 가까워진다. 그렇게 며칠 후 한정선은 늘 그렇게 뜬금없듯이 기타들구 자신의 숙소로 오라고 말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음악을 함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한정선은 당시 인기 스타였던 이영식(영화 겨울여자의 영화음악 겨울이야기를 김세화와 함께 듀엣으로 노래했던 인천 출신의 가수)과 함께 1980년 겨울 신곡 ‘바람 부는날’를 취입 하기로 하고 프로로서의 가수 데뷔를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영식은 빙판에 넘어져 다리를 심하게 다친 상황이되었다. 녹음을 불과 얼마 안 남기고서였다. 하는 수 없이 한정선은 음반 회사에 솔개 트리오를 소개하고 1981년3월 연극 중에서와 아직도 못다한 사랑 등이 담긴 솔개 트리오 1집을 발표한다.
14. 아름다운 내 사람/ 황영익은 어린 시절 기찻길 옆에서 살았었다. 문을 열면 기찻길이 바로 앞에 보였다. 어쩌다 친척들이 와서 하룻밤 머물고 가려면 기차 소리 때문에 너무 자주 잠을 깨곤 했다. 잠을 설치곤 했다. 하지만 황영익과 가족들은 숙달돼서 몰랐다. 가사가 너무 좋다. 외로워서 빗물이 되고, 그리워서 눈물이 될 때 언제라도 날 찾아 줄 아름다운 사람.. 또 그 사람 위해 노래 불러 슬픈 미소를 지우개 할 때- 바로 이런 한없이 촌스럽고 소박함의 노래를 간직하고 부르기에 황영익의 음악적 아련함, 아늑함, 아득함의 위대함이 이룩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누군가를 감싸 안고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주고 그것이 노래의 힘이고 음악의 아름다움인 것이리라. 그렇다. 정치인들은 나를 무슨 자리에 앉혀주면 눈물을 닦아 주겠노라고 공약한다. 하지만 음악인들은, 그중에서도 황영익은 이처럼 이미 오래전부터 앞으로도 영영 그 노래를 불러주고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세상을 위로하기 위해 황영익은 애로가 많으나 그는 여전히 천진하다.
15. 너, 나의 고독/ 행복의 나라로를 만든 한 대수가 이미 오래전 내게 말했었다. ‘가난한 사람일수록, 가난한 나라일수록 노래가 발전했어.’ 맞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빈민가에서 탱고가 태어났다. 흑인들의 거주지인 할렘가에서 블랙 뮤직이 태어났고 세계를 울리고 춤추게 했다. 그렇다. 노래는 역사의 산물이다. 역사가 굴러갈 때 그 수레바퀴 맨 꼭대기 위에서 느긋하게 가는 사람도 있고, 맨날 그 수레바퀴 밑에 깔려 헤어나지 못한 채 그 역사의 무게 때문에 자기가 왜 눌리는지도 모르는 체, 알려고 하지도 않는 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졸라 아프기 때문에 비명을 지르는 가진 것 없고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있어왔다. 그들은 아파서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가난한 그들에게도 꽃은 아름답고 구름은 여유롭다. 그들에게도 눈동자가 있기 때문이고 가슴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 난처함과 민망함 속에서 노래는 태어나고 영원은 그리움이 되고 말았다.
포크는 그런 공동체의 비명을 노래 불러왔다. 아니 살기 위해 절규해 왔다. 아니면 하나님에게 혹은 부처님에게 혹은 어느 신에게 혹은 사랑하는 그녀에게 편지를 써 왔다. 그것이 포크 송인 것이다. 무언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아름답게 살기 위해서 부끄럽지만 먹고 살기 졸라 바쁜 가운데 서툴게 기타를 뜯고, 바람을 마시고 허공을 노래하는 것이다. 언젠가 한번 슬몃 보고 스쳐간 그녀를 위해서 그 한순간의 사랑의 아픔을 어떡해서든 치유하기 위해서 스스로 상처를 어루만져 보는 것이다. 그렇다. 가장 가난한 자들의 생존방식이 바로 음악이고 조그만 길양식이었던 것이다.
그 전통 위에서 그 역사 위에서 이 노래들이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황영익은 스스로 작사, 작곡한 너, 나의 고독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영원토록 사랑하리 이 세상이 끝나도’ 그렇다. 만날 수 없어 초라해진 나, 그 고독이 이제 빗물이 되고만 님, 만날 수 없는 님 때문에 몹시도 마음 저려 헤메이지만 이렇듯 이빨을 악물고 한발자국, 아니 겨우겨우 가슴 한가슴 낮은 포복으로 그 어려움 속에서도 힘겨움 속에서도 사랑하나 간직한 채 그거 꼭 끌어안고 겨우 겨우 1밀리미터씩 전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포크이고 이것만이 포크인 것이다. 봄날의 무수한 저 꽃들처럼 피어나는 고통들, 그것을 이 노래에서는 의젓하게 고독이라 칭하고야 만다. 그러면서 꽃잎에게 묻고 있다. 꽃잎
아 너 알지?하고 말이다. 밥 딜런은 전쟁이 언제 끝날지 내 친구 바람이 알고 있다고 말했었다. 노래했었다. 이제 황영익도 이렇게 이렇듯 노래하고야 마는 것이다. 삶의 고통이 끝나고 언제 행복해질지, 언제 마음 놓고 두려움 없는 사랑이란 걸 해 보는지, 그것을 노래하고야 마는 것이다. 그렇다. 너와 나의 고독, 두 개의 고통, 자아와 세계 그 모든 고독한 고통에 대해서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라스트 신이 묘하다. ‘그대와 나의 고독이 떠나는 먼 하늘’로 돼있다. 마무리가 아니라 돼있을 뿐이다.
그렇다. 포크는 잃어버린 자들을 위해서 잃어버린 것들을 노래 속에 되 살려 전해주는 거칠지만 세상 무엇보다 뜨뜻한 손길인 것이다. 그렇다. 포크는 삶에 바빠서 살기 지쳐서 내다버리고 잊어버린 것들을 자기 열일 젖혀놓고 그것들 속에 빛나는 사람과 사랑과 삶의 눈부신 아름다움들을 기억해 내고 기어코 시대의 호주머니 속에 슬그머니 넣어주는 따스한 어머니이자 눈매 서늘한 누이인 것이다. 심지어 그것들을 빼앗아가는 각종 도둑들 예를 들면 시간을 훔쳐가는 회색인간, 아니 회색도둑놈들로부터 시간을 회복 시켜 주는 모모인 것이다. 그래서 이 음반의 황영익은 모모포크 아티스트인 것이다.
그렇다. 텅 빈 기타의 사운드 홀 그 허공과 허망함 위에 황영익은 사랑, 행복, 눈물, 그리움, 희망, 꿈, 전진이라는 6개의 줄을 걸고 하늘의 이야기 그 바람 같은 호흡으로 당신을 위해 잃어버린 것들과 잊어버린 것들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P.S/ 그렇다. 이제 한국의 포크는 그동안의 어떤 공백, 암흑시대를 이 노래로 인해 회복하기 시작한다. 그렇다. 위대한 포크의 등불들이 있어왔다. 참 무수하지만 포크 발라드 가요의 맥으로 말해 보고자 한다.
트윈 폴리오의 하얀 손수건, 김세환의 잊지못할 추억의 번안곡에 이어 한 대수의 바람과 나, 이장희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어니언스의 편지, 김정호의 이름 모를 소녀, 한영애의 마음 깊은 곳에 그대로를, 조동진의 제비꽃, 강인원의 제가먼저 사랑할래요, 해바라기의 이젠 사랑할 수 있어요, 임지훈의 사랑의 썰물, 소리새의 그대 그리고 나, 유익종의 그저 바라볼 수만 있어도, 안치환의 내가 만일,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한동준의 너를 사랑해, 등에 이어 이제 황영익의 난 사랑할래요가 수록된 이 음반이 악학궤범을 인용해 말한다면 한동안 잊혀졌던 ‘그 혈맥을 다시 뛰게 하고’ ‘그 정신을 다시 유통시킬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