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rious Artists [허수아비들의 거룩한 밤]
완벽한 성탄절은 어떤 것일까 상상을 해본다. 성탄절트리에 엮인 불빛과 빨간 촛불아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포도주를 마시며 마주보는 것. 한 해가 그리 쉽지는 않았지만 내년에는 뭔가 잘될거라는 희망을 가지며 나누는 이야기들. 농담 같은 싸구려 선물을 띁어 보며 웃고 떠드는 시간. 거기가 교회든 시끄러운 주점이든 좁은 원룸이든 신을 믿는 자들은 신에게 기도를 올리고 신을 믿지 않는 자들은 서로에게 기도를 올리는 날.
코로나라는 역병이 창궐한 2020년 우리는 완벽함과는 정반대의 성탄절을 맞이할 예정이다. 가까운 사람들은 더 멀리 있고 코앞에 다가온 내년을 맞이하기가 두렵기만 하다. 차가운 방에 홀로 4캔 만원 맥주를 들이키며 파란 컴퓨터 화면속에 ‘새로운 신’을 보는 수 밖에 없다. 우리의 노래가 ‘12월의 광복절’ 같지는 않을 지라도 그 차가운 방 어느 구석에서 깜빡이는 작은 불빛 이라도 될 수 있기를 기도한다. 다 같이 해피.
[허수아비들의 거룩한 밤]
1. [D Em A] - Amazing Visual
지내오다 보니 까닭없이 멀어진 친구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별볼일 없이 별걱정 없이 무작정 빛났던 것 같습니다. 함께 웃다가 웃다가 배가 고파지면 먹었고, 먹다가 마시다가 심심해지면 기타나 우쿨렐레를 치며 무의미한 작은 멜로디를 흥얼거렸습니다. 가사도 제목도 없던 노래들은 그 여름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테지만 야속하게도 우리는 벌써 2020년을 등지고 있습니다. 우리 언젠가 다시 만나는 날, 옹기종기 마주 앉아 ‘다같이 해피’ 합시다.
2. [산타와 바다] - 행지
기억이란 걸 하기 시작한 뒤 처음 맞이한 크리스마스에는 아버지께서 사오신 큰 트리가 있었습니다. 너무 커서 꼭 그것만 보면 산타가 정말 올 것 같았습니다. 거실 구석에 세워두려는 걸 바다가 잘 보이는 베란다에 세워두려고 떼를 썼었죠. 산타가 조금이라도 더 잘 찾아 올 수 있게 하려 했어요. 하지만 결국엔 안왔죠. 어느 순간부터 크리스마스가 되면 큰 트리가 있던 자리에서 바라보는 ‘검은 바다’와 ‘큰 선박’들이 성탄절을 맞이해줬어요. ‘고요한 밤, 거룩한 밤’에 겨울 밤 바다만큼 잘 어울리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산타는 없으니까요.
3. [크리스마스가 돌아왔네] 김태춘
크리스마스에 떠난 옛 사랑을 떠올리며 만든 노래.
4. [십자] - 엉클밥
땅 바닥에 누워 있는 십자와 하늘 위로 세워져 있는 십자 중에 우리를 보살펴 주는 것은 어떤 십자 일까. 새하얀 눈이 녹으면 언젠가 들통날 것들을 기어이 숨기고 겨울을 맞이 합니다.
5. [SOLSTICE] - Seth mountain
내가 쓴 노래 중 가장 희망적인 노래 중 하나. 내 인생에서 가장 슬프고 어두운 시기 중에 하나야 그 이후로 여러 번 좋은 약이었다. 봄은 언제나 다시 옵니다. 얼음이 녹는 소리를 듣고 느낄 수 있고, 들으면서 눈 사이로 새어나오는 초기의 초록빛 새싹들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봄이 가까워졌습니다.
6. [새로운 신] - 8an99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우리는 점점 서로 멀어지고 컴퓨터와 더 가까워지고 더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정말 구시대가 끝나가고 있나 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