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의 뱅어는 이런 것이다
Nubset, ORDNRYCITIZEN EP [Green Rush]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된 뱅어(banger)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춤을 추기에 좋은 크고 에너지 넘치는 비트의 노래”. 나는 이 앨범에 담긴 모든 곡이 뱅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비슷한 BPM에 비슷한 스타일을 선보이는 수많은 음악 안에서 이 앨범은 남들과 다른 걸 해서 좋은 것도 있지만 제대로 신나는 음악을 선보이기에 반갑다. 뱅어는 아무나 만드는 게 아니다. 먹어본 자가 맛을 안다고, 무엇이 신나는지 알아야 어설프게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듣는 이를 움직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Nubset과 ORDNRYCITIZEN은 올해 제대로 된 뱅어를 내놓았기에 놀 줄 아는 음악가들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Nubset과 ORDNRYCITIZEN은 “Time Loop”이나 “Gold Freestyle”과 같은 곡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데, [Green Rush]가 담고 있는 다채로움과 유연함을 생각하면 두 곡은 그저 맛보기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앨범에 담긴 다섯 곡은 비교적 러닝타임이나 호흡이 짧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듣는 이를 춤추게 만든다. Nubset의 랩은 트랙의 리드미컬함에 맞춰 속도감 있게 진행되며, 그러면서도 타격감은 물론 랩에 있어 기술적 측면까지 놓치지 않는다. ORDNRYCITIZEN은 당장 더기(dougie)를 춰야 할 것 같은 트랙은 물론 2000년대 클럽 뱅어부터 가장 최신의 전자음악까지 고루 녹여낸다. 다른 래퍼들은 손도 못 댈 것 같은 트랙에도 Nubset은 자연스럽게 랩을 하고, 그게 심지어 춤추게 만든다.
[Green Rush]는 두 사람의 장점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인터넷 시대, 비대면 시대에 이만한 뱅어가 나오면 반가움이 앞선다. 물론 지금의 사태가 끝나고 사일러밤과 같은 디제이들이 이 앨범의 수록곡을 클럽에서 틀면 좋은 반응을 넘어 공간 안에 있는 이들이 다 같이 열광할 거라고 확신한다. 그럴 수 없으니 그때까지 더 많은 사람이 각자의 공간에서 이 앨범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신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랩도 잘하고 음악도 좋다는 건 기본 전제다. Nubset의 자신감 넘치는 가사와 훌륭한 전달, ORDNRYCITIZEN의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사운드 구성까지 흥이 나는 와중에도 감탄할 요소는 상당히 많다. 하지만 내가 권하고 싶은 건, 일단 즐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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