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Enough 1st. EP Album
[READY TO PULL THE TRIGGER]
서로 다른 색채의 네 사람이 모여 '이프이너프'를 이루듯, 이번 EP 앨범에 수록된 네 곡들도 다양한 장르 안에서 각각의 의미와 개성을 담아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내었다.
먼저 힙합과 미디 사운드를 기반으로 카리스마를 보인 선공개 곡 ‘Boss’로 서막을 열었다. 한창 어리고 순수했던 날들을 함께 걸어온 우리의 새로운 기점이 될 일종의 플래그와 같은 곡이다. 주체적이고 강인한 여성상을 '여성 밴드' 로서 당당히 표현했으며 이러한 메시지는 타이틀곡인 ‘Trigger’ 와도 일맥상통한다.
첫 번째 트랙은 오직 나만을 위한 야망과 편견에 맞서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쓰인 반면 ‘Trigger’는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지키기 위해 강해지려는 결연한 의지를 담았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인 만큼 이전까지 보였던 무드와는 다르게 팝의 느낌을 가미한 강렬하고 세련된 락 장르로 박진감 있게 곡을 진행시켰다. 이건 사랑 노래가 아닌 벅차도록 살아내는 여러분을 위한 위로곡 (慰勞曲)이다. 굶주린 맹수들에게 쫓기듯, 막다른 길에 놓이듯 언제나 마지막의 순간이 오면 난 당신을 위해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길 것이다.
세 번째 트랙 ‘Radio’ 도 마찬가지로 연인과의 애정에 국한된 것이 아닌 광범위한 사랑과 그리움을 다룬다. 원하든 원치 않든 누구나 이별과 마주하게 되지만 그것에 익숙해지기란 어렵고 또 과거와 현재의 간극 속 공허에 빠져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냄새로 계절을 기억하듯이 영원히 남겨질 음악으로 그리움을 기록하고자 했다. 이렇게 추억과 나를 잇는 매개체가 바로 라디오다. 곡명과 걸맞은 아날로그적인 인트로와 다이내믹해지는 후반부 진행에 이어 스트링을 더해 한 층 웅장한 사운드를 만들어내었다. 오래된 라디오 속 흘러나올 한 철의 인연을 지나 네 번째 트랙 ‘Flow To Me’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사랑이 낯선 이들에게 걱정과 고민이란 가벼이 털어내기엔 참 무거운 것이 아닐까. 우린 그들을 위해 굳이 말을 보태지 않아도 가득 안아 달래줄 호수가 되어 이 곡을 전하고 싶다. 물이 흐르고 바람이 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듯 우리들의 풍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앨범의 피날레를 함께할 누군가에게 절망 속 희망, 상처 속 위로가 되어주길 바라며 시작을 알리는 우리의 프롤로그, 첫 번째 EP [READY TO PULL THE TRIGGER]의 방아쇠를 당겨본다.
글/ 최형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