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my turn’ [WE]
To. W
안녕, 잘 지내? 거기는 한밤중이겠다. 나는 늦은 점심을 먹으며 편지를 써.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과연 이방인인 내가 잘 지낼 수 있을지 두려웠어. 오늘 마트에 갔는데, 직원 한 명과 눈이 마주쳤어. 나를 노려보는 것 같았지. 필요한 것들을 계산하고 문을 나서는데 그가 말을 걸었어. 놀란 나는 황급히 가게를 빠져나왔지. 거리에 부는 산들바람에도 피로감을 느꼈고, 스쳐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조금도 머물지 못하도록 종종걸음쳤어. 그러다 발을 헛디뎌 넘어지고 말았는데 하필 새로 산 실뭉치가 빠져나와 제멋대로 굴러갔어. 뒤뚱대며 쫓아갔지만 바람 때문인지 실뭉치는 멈추지 않았고 덕분에 나는 보기 좋게 한 번 더 넘어졌어. 이곳은 바람 한 점, 실뭉치 하나까지도 나를 외롭게 만드나 싶었지. 그때 웃음소리가 들렸어. 벤치에 앉아 있던 꼬마 하나가 내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는지 깔깔대며 웃더라. 근데 나도 웃음이 났어. 그렇게 웃어본 게 정말 얼마 만이었는지 몰라. 실뭉치를 사러 다시 마트에 갔을 때, 그 직원은 내 머리색이 멋지다고 했어. 늦은 점심을 먹게 되었지만, 나는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니 너무 걱정 말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어. 하루빨리 만나길 바라.
From. E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