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e on baby blue"
록밴드 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거는 'Let There Be Love' 라는 곡에서 저 한마디를 시작으로 등장한다.
김페리는 그 한마디에만 집중했다. 저 한마디는 '우울함'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김페리는 언제나 무기력, 번아웃 따위의 이야기를 종종 주제 삼아왔고 그것은 보통 허무주의 패배감 등의 이야기로 마무리가 되었다. 그것은 사회구성원인 우리가 넘을 수 없는 어떠한 벽 같은 것의 표현이었다. 아쉽게도 세상은 공평, 공정 따위의 말로 표현할 정도로 희망적이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노엘 갤러거의 저 한마디 가삿말은 김페리에게 "우울과 무기력을 받아들이고 맞설 것이냐" 혹은 "포기하고 순응하며 살아갈 것이냐"의 물음을 던지게 했던 것이다. 노엘이 의도했던 안했든 간에...
앨범의 첫 트랙은 꽤나 힘차게 시작한다. 싱어송라이터 이립의 거친 목소리로 "그대의 내일에 태양이 떠오르도록 노래하자"라고 희망차게 노래하지만 곡의 분위기는 어딘가 어둡고 불안하다. 거친 세상에 준비되지 않은 듯하게 엉성해 보이는 면도 있고, 화자 주변의 상황은 좋지 않지만 화자의 패기는 누구보다 가득하다.
그러다 두 번째 트랙 '거리거리'를 보면 실패를 맛본 듯하다. 혹은 무언가 실수를 한 것만 같다. 희망차게 시작했던 화자는 두 번째 트랙이라는 시간이 올 동안 마음에 우울함이 스며든 듯하다. 무엇에 취한 듯이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거리를 배회하는 화자를 뮤지션 호란이 도회적으로 시니컬하게 표현해낸 것이 인상적이다. 그래도 한 번씩의 위로는 있기 마련이다.
세 번째 트랙 '그녀의 노래'에서는 그 점이 묘사되어 있다. 음성 기반 앱 '클럽하우스'에서의 이야기에서 시작되어 어느 여성 뮤지션의 공연에서 받은 느낌으로 가사를 완성했다는 김페리는 어둡고 굴곡진 하루하루에서도 희망과 위로가 꽃 핀 다는 사실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네 네 번째 트랙 'GAME'에서는 결국 또다시 패배하고 마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글의 초반에서 말했듯 일개 구성원인 우리가 넘을 수 없는 어떤 '벽'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삶의 시작, 그 패기처럼 성공한다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은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게 우리들이다. 그러면서 마음속 어딘가엔 응어리진 분노가 일컫기 마련이다. 우리가 학교나 일터에서 그렇듯이... 보컬리스트 제리는 그녀만의 감정으로 지금의 현실을 노래한다. 폭발하듯 노래하지만 어딘가 정교한 그녀의 목소리는 결국은 사회에서만큼은 정돈된 모습을 보여야 하는 우리의 모습 아닐까?
김페리는 이 앨범에서 남들이 말하는 흥행공식을 따르지는 않았다. 그는 본인 입으로 그 것을 잘하지도 않고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따위는 관심 있지도 않다 말한다. 그러면서 남들이 말하는 평범한 삶을 노래하는 모순을 즐긴다. 그의 음악들에는 그런 모순점들이 가득하며 이 앨범은 그 모순점의 정점이라 할 수 있겠다. 마치 꿈은 화려하지만 오늘도 사회의 훌륭한 톱니바퀴가 되기 위해 아침을 맞이하는 당신과 우리처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