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가을이었다. 우리는 양수리의 한 농가에서 라이브 비디오를 찍었다.
농막 스테이지
바닥은 불친절했고 시종일관 위태로운 두 사람의 머리 위로 하얀 조명이 모든 것을 선명하게 만들었다.
오렌지색 흙바닥 위에 푹 꺼져버린 싱크홀, 천정에서부터 길게 늘어뜨린 마이크, 수레에 실린 기타 앰프를 무대 삼아 연주했다.
비닐하우스 스테이지
싱그러운 초록의 냄새가 코를 자극하는 비닐하우스 안은 녹색 줄기와 무성한 잎들 그리고 거미줄의 왕국이었다.
빨강/주황/노랑/파랑/녹색, 공사장 조명들을 달고 불을 켰다.
나뭇가지로 심벌을 후려치고 골 사이로 길게 난 좁은 길 위를 비트와 자장가 인트로에 맞춰 전력 질주 했다.
하우스 입구로 신이 난 마을 주민들이 모여와 함께 춤을 추었다.
2021년 여름. 라이브 앨범을 만들다.
이미 1년이 된 녹음본을 앨범으로 만들어도 되는 걸까. 다른 것도 아닌 '라이브'라니.
다시 양수리를 찾아가 이제는 다른 흙으로 메워져서 평탄해진 땅을 그때의 모양으로 다시 파기로 했다.
삽질하고 호미질하고 본래 구멍하고 비슷해질 때까지 모양을 만들어서 앨범 아트웍에 담았다.
2021년 시월. '이 구덩이는 그때 그 구덩이는 아니지만'
메워진 땅 위에 삽질로 창조해낸 구덩이는 우리에게 허리 통증만을 남기지는 않았다.
일 년 전 그날의 시간과 노래는 오늘 당신을 통해 재생(Playback)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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