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놈이 만든 미친 밴드의 미친 앨범 Atom Music Heart, 'Elephant Funeral on Air'
시작부터 욕을 해서 미안하지만 아톰 뮤직 하트(이하 아뮤하)의 리더 훈조는 미친놈이다. 90년대 중반부터 근 30년 동안 한국 인디 뮤직 씬을 지켜보고 그 안에서 활동해온 입장에서 이런 사람은 처음 봤다. 그리고 그가 내놓은 이번 앨범은 지난 30년 대한민국 인디씬에서 나온 록 음반 중 가장 인상 깊은 음반 중 하나다. 밴드 더 모노톤즈 활동으로 어느 정도 이름을 알렸지만 여전히 훈조는 흙 속의 진주 같은 뮤지션이다. 이번 앨범을 계기로 많이 알려져야 하고, 아마도 그렇게 될 것이다.
이번 EP의 전곡을 작곡, 작사한 훈조는 얼터너티브 록의 본고장인 시애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 때문인지 아뮤하의 음악은 일견 90년대 Grunge를 닮아있지만 자유롭고 풍성한 곡의 전개나, 일렉트릭과 어쿠스틱의 경계를 넘나들다 오케스트라까지 동원하는 이색적인 편곡을 통해 아뮤하가 '요즘 음악'을 하는 밴드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잠재적인 구매자들을 위해 굳이 유사 카테고리의 밴드들을 말하자면 Black Keys, Grizzly Bear, Of monsters and men 등이 있다.) 두 마리의 불독(방구, 땡구)과 함께 직접 운영하고 있는 '방구 레코딩 스튜디오', 그 연남동 지하에서 오랜 시간 멤버들과 함께 한 땀 한 땀 빚어낸 연주와 믹스는 완성도가 뛰어나면서도 독특하고, 뭐랄까 걸쭉하다. 아뮤하의 음악은 마치 미치도록 로큰롤과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음악 같다. 노래하는 훈조는 파워풀한 보컬을 뿜어내지만 소나 말처럼 순수한 눈빛으로 가사를 읊는다. 박준형 (기타), 홍인성 (기타), 그리고 최예찬 (베이스) 역시 가장 높은 광기로 이 로큰롤 로맨스를 함께한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티스트 훈조와 그의 친구들, 아뮤하에 주목하라. 한국 록 역사의 새 장이 지금 시작된다! [9와숫자들 보컬 송재경]
곡소개
트랙 1: 해피
누가복음 8장 중에는 ‘등불을 그릇으로 덮어두거나 침대밑에 두지 않는다’ 라는 내용이 있다.등불은 본디 등잔 위에놓아 들어오는 사람들이 그 빛을 보게 해야 되는데, 나는 이 등불을 계속해서 감추려는 스스로를 종종 목격한다. 환하게 내비칠 용기도 없었고 그저 그렇게 타들어가고 있었다.그러나 지독한 삶 속에서도 아름다움이 존재하길 간절히 바란다. 코로나 시국을 하루빨리 극복하고 싶단 이야기다. 언제 나아질까. 언제 행복할 수 있을까?
트랙 2: 스페이스 파트 2: Fly into space
이 노래는 15세 때 만들었다. 연주는 형편없었지만 4트랙 카세트 녹음기에 꾸역꾸역 나의 우주에 대한 사랑을 담아서 녹음했다. 기차를 타고 창밖의 풍경을 보듯, 어른이 되면 우주선을 타고 멀어지는 지구를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이제는 삶에 엄청난 변화가 있지 않는 이상, 우주의 풍경을 내 두 눈에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점점 인정하고 있다. 처음 이 곡을 만들었을 때 미지의 모험을 꿈꿨던 소년의 감성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우주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어른 아이가 곡 안에 있다.
트랙 3: 스페이스 파트 1: He needs to be lighter
우주에는 중력이 없어서 식물의 뿌리가 아래로 자라지 못한다고 한다. 식물은 뿌리를 내릴 방향을 알 수 없어 지구에서처럼 뿌리는 아래로 줄기는 위로 자라지 않게 된다. 성장 속도는 지구에서보다 느리지만 모든 줄기와 뿌리가 사방으로 뻣어나가면서 생명력을 연장한다. 외롭고 공허한 무중력의 우주여도 좋다. 조용하고 우울해져도 괜찮다. 아름답게 사방으로 흩어지고 싶다.
트랙 4: #78
사람들은 컴퓨터 지능이 바둑에서만큼은 인간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기정사실로 여겨져왔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결과는 우리가 이미 아는 바와 같이 알파고의 대승. 하지만 4대국에서 이세돌 기사의 한 수가 알파고의 오류를 유도한다. 4대국의 78번째 이세돌 기사의 한 수, 신의 한수라 일컫는 그 수를 두고 이세돌은 대 컴퓨터 지능 알파고에 첫 승을 기록한다. 이로부터 멀지 않은 어느 날, 국수 이세돌은 바둑계를 은퇴한다. 나는 바둑을 둘 줄 모르지만, 바둑의 그 느린 미학, 그리고 소리 없는 전쟁과 비명을 무척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인생에서 78수는 무엇일까. 과연 그 수는 내게 찾아올까?
트랙 5: 워킹 이지 (Walkin easy)
쉽게 걷고 싶다. 목적지가 없었으면 좋겠다. 천천히 걷고 싶다. 남들보다 느리다고 비교되지 않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내 탓도 있겠지만 모조리 다 내 탓은 아닐텐데, 세상은 참 모질다. 어른이 되었어도 보도블럭 빨간 벽돌만 폴짝폴짝 밟으면서 소리 내어 웃고 싶다. 즐겁고 싶고 기쁘고 싶다. 워킹 이지 하고 싶다.
트랙 6: 스페이스 파트 3: Space bird
우주버전의 블랙버드 같은 노래다. 3절 가사는 원래 계획에 없었는데 조지 플로이드 의 죽음과 블랙 라이브스 매터 운동을 생각하며 썼다. 기타를 효과음으로 사용하여 두둥두둥 하는 심장박동소리를 표현했고 이는 생명, 탄생, 그리고 환생을 청각화 한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