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피아니스트 비안 (VIAN)의 팝 프로젝트 세 번째 싱글 [안녕, 멜로디]
이 노래가 담고 있는 가사처럼, 한 때 사랑했던 연인이 서로의 앞날을 축복하며 헤어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사람과 함께 했던 추억들은 쉽게 잊혀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헤어짐 이후에도 그 시간들을 떠올리며 가슴 아려하는 날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안녕, 멜로디]가 그런 분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비안의 서정미를 가득 담은 가을 노래
낯선 청춘 최 규용
서정!
비안의 음악은 재즈 특유의 긴장 속에서도 서정미를 담고 있었다. 그의 서정 어린 음악은 뜨거운 여름 같았던 청춘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으며, 영원을 약속했지만 시간 속에 덧없이 사라진 사랑에 대한 아련함, 특별한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지만 실상은 조용히 지나가는 일상의 소소함을 느끼게 했다.
감상자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하는 그의 음악은 사려 깊게 한음 한음 이어가는 연주 때문이기도 했지만 작곡의 힘이 매우 컸다. 재즈가 아무리 순간성을 중요하게 여긴다지만 그 즉흥적 감흥은 결국 곡 자체에 내재된, 연주 시작 전부터 자리잡은 정서로부터 나온다.
따라서 그가 팝 프로젝트라는 컨셉으로 자유로운 연주가 보다 돋보이는 재즈가 아닌 보컬 중심으로 작곡이 보다 강조된 (싱글) 곡을 발표한 것은 의외성만큼이나 신선한 기대를 불러 일으켰다. 그 기대만큼 봄에 발표한 [산책]과 여름에 발표한 [여름, 끝 바다]는 장르적 특성이 달라도 변하지 않는 비안의 서정을 담고 있어 개인적으로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팝/가요를 지향한다지만 재즈적인 맛 또한 잃지 않은 것도 좋았다. 여기에 싱글 곡들과 함께 발표된 연주 곡들 ‘Lost & Found’와 ‘Grace’는 재즈 연주자로서의 비안을 잊지 않게 해주어 좋았다.
그렇게 봄과 여름을 지나 가을이 끝날 무렵 그의 세 번째 싱글 [안녕 멜로디]가 발표되었다. 앞의 두 곡처럼 이영원이 다시 한번 가사를 쓰고 김영후(베이스), 이상민(드럼)이 비안의 피아노와 호흡을 맞추어 연주했고 따스하고 포근한 목소리의 존박이 노래해 완성된 곡이다.
비안이 20대 시절. ‘A Portrait of Young Lady’란 제목으로 썼지만 발표하지 않고 서랍 속에 두었다가 이번에 먼지를 털어 내어 새로운 제목의 노래로 발표하게 된 이 곡은 “우리의 겨울은 끝나가고”란 가사로 시작되지만 “이별”이라는 가을다운 정서를 담고 있다. (그러고 보면 “산책”은 봄다웠고 “여름, 끝 바다”는 여름다웠다.)
사랑했던 연인이 이런저런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서로 다른 길을 간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이 곡은 마냥 슬픔에 빠지게 하지 않는다. 지금은 슬프지만 시간이 흐르면 결국 좋았던 기억만 남아 있을 것이라며 위안으로 슬픔에서 벗어나오게 한다. 나는 이 곳에서 너는 그 곳에서 행복하길 바라며 손 흔드는 이별을 그리게 한다.
연주 부분 또한 슬픔과 위안이 어우러진 곡의 분위기를 잘 담아 냈다. 특히 중간에 (존박의 허밍을 뒤로 하고) 흐르는 비안의 반짝이는 솔로는 우울에 빠질 수 있는 곡의 흐름에 한 줌의 위안을 부여한다.
나아가 그의 재즈 앨범과의 강한 연관성을 느끼게 한다. 이번 기회에 그의 재즈 앨범들도 들어보기 바란다. 코 끝을 시큰거리게 하는 우수와 마음을 부풀어오르게 만드는 동경이 어우러진 음악에서 [안녕, 멜로디]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비안은 계절에 한 곡씩 팝 프로젝트 곡을 발표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음 곡은 겨울다운 곡이 될까? 갑자기 차가워진 공기 속에서 그의 다음 곡을 기다려본다. 아울러 이 곡들이 모여 한 장의 앨범이 되기를 바래본다. 그 때 이 작곡가 비안의 앨범과 함께 재즈 연주자 비안의 앨범이 함께 발매된다면 더 좋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