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빈, Room217 (룸217), 이준용, 현준민 [2013. The Guitar King]
'골방 안의 기타 플레이어들이여, 모두 모여라. 기타의 왕을 가리자.' '기타킹'을 기획하는 데 가장 큰 영감을 준 사람은 영화배우 잭 블랙(Jack Black)이었다. 영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High Fidelity)'를 시작으로 '스쿨 오브 록(The School of Rock)'으로 이어지는 괴짜 록음악 마니아로의 이미지는 문제의 영화 '터네이셔스D (Tenacious D In The Pick of Destiny)'에서 그 포텐(포텐셜의 줄임말, 잠재력)이 터져버린다. 전설의 기타피크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동네 바보 형들의 B급 영화. (잭 블랙은 실제로도 록그룹 '터네이셔스D'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악마와 기타 대결을 펼쳐 전설의 기타피크를 차지하는 소위 '병맛' 냄새 물씬 풍기는 이 영화에서 '기타킹'은 출발했다. 2011년 모든 방송국이 오디션 열병을 앓던 시절. 우리도 비록 라디오지만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느냐며 서로의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보던 그 때. 라디오만이 할 수 있는 그 무엇, 도대체 그게 뭘까. 라디오가 좋아서 음악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보여줄 수 없는 미디어의 한계가 점점 크게만 느껴지던, 열정이 식어가던 무렵이었다. 통기타를 연주하는 아이유가 전 국민의 여동생이 되었던 그 해, 드라마 때문인지 오디션 때문인지 통기타 시장은 1970년대 이후 제2의 호황을 누렸다. 거리에는 통기타를 멘 청년들이 늘어나고, 예쁜 언니들은 우쿨렐레로 기타를 대신하며, 동네에는 기타 학원이 하나 둘 다시 생겨나기 시작했다. 통기타 시대가 다시 돌아온 것이었다.
라디오와 통기타. 이 둘은 라면과 김치, 철수와 영희처럼 환상의 콤비, 절친(切親) 중의 절친이다. 따뜻한 포크 음악은 라디오와 얼마나 잘 어울리던가. 한겨울에 라디오로 듣는 따뜻하고 감성적인 기타 연주. '그래 이거다! 보여줄 수 없다면, 가장 라디오적인 것으로 돌아가자.' 라디오로 들려줄 수 있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소리. 움직임 없는 기타 연주는 영상 매체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게 아니던가. 아니 대체 언제까지 노래만 할 텐가. 그렇게 시작한 '기타킹' 구성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연주 동영상을 신청받아 이 가운데서 인원을 추리고, 라디오 생방송으로 기타 연주 대결을 한다. 연주만 하면 지루하니까 노래하는 분야도 추가해, 최종 10명을 가려서 공연장에서 공개방송으로 진행했다. 기타킹에게는 우승 상품으로 순금으로 특수 제작한 기타 피크와 통기타를 준다. '기타로 쓰는 편지' 미션을 가미해서, 출연자가 편지를 읽게 했다. 사연 있는 연주로 청취자의 마음을 좀 더 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출연자들은 친구와 애인에게 또 아빠, 엄마, 선생님께 오랜만에 편지를 썼고, 덕분에 가족이 함께 듣는 프로그램이 됐다. 시각장애가 있는 남자 친구에게 편지를 썼던 어느 여성 참가자의 기타 연주는 감수성 100% 제작진을 모두 울리고 말았다.
'기타킹'의 반향은 생각보다 컸다. 우승 상품은 37.5g 황금 기타 피크와 통기타, 그리고 음원 제작이었다. 큰 상품은 아니지만, 황금 피크를 향한 기타 베틀이라는 스토리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기타 플레이어들의 심리를 자극하고 싶었다. 포털사이트에서 연주 동영상을 접수한 덕인지, 전국 각지에서 숨은 고수들이 참가했다. 어른들은 장롱에서 먼지 쌓인 통기타를 다시 꺼냈고, 소년소녀들은 골방에서 연마한 필살기를 보여줬다. 겨울의 끝 무렵, 라디오를 통해 듣는 기타 연주는 따뜻하고 아름다웠다. 심사에 참가했던 내로라하는 기타연주자들도 신기함과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연배가 있는 분들에게는 통기타의 추억을, 청춘들에게는 '나의 첫 악기' 기타에 흠뻑 취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라디오 방송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이런 프로그램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전화를 몇 통 받았다. 2012년 처음 시작한 '기타킹'은 올해로 2번째 대회를 마쳤다.
올해 기타킹은 13살 꼬마 임형빈 군이 차지했다. 임형빈 군은 이미 기타 신동으로 이름이 알려진 한국판 '어거스트 러쉬'의 주인공이다. 이 친구가 어떤 기타리스트로 성장할지 기대가 크다. Room217(룸217)은 기타+노래 부문에서 우승했다. 재즈 보컬과 기타의 조화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려주었다.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이준용 군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결승에 올라 멋진 연주력을 보여주었다. 이제 고등학생이니 앞길이 정말 기대된다. 인기상을 받은 현준민 씨의 연주곡 "Seasons Of Cru"는 현재 그가 살고 있는 집과 포도밭 농원을 배경으로 만든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곡이다. 기타를 잘 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기타 연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는 않아 보인다. 비록 경연이라는 형식을 갖췄지만[기타킹]은 악기를 연주한다는 즐거움과 기타 소리의 매력을 다시 알게 해준 그런 시간이었다. 심사를 맡아 주었던 김목경, 김도균, 성우진, 유병열, 김세황, 최우준, 박주원, 강웅, 권석정 심사위원들과 참가해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