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민' [남길 遺]
이번 앨범은 도전이라 할 수 있다.
이전 곡들과 달라진 이번 곡들은 오롯이 밴드 곡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으로 이뤄졌다.
기타, 베이스, 드럼 등의 밴드 구성을 집어넣어 곡이 풍성히 느껴지게 하였고, 그에 따라 강해진 곡 분위기에 맞춰 보컬 또한 이전보다 강하게 이뤄졌다.
기존 느낌에서 너무 무거워지지 않게 하며 그전보다 무겁고 힘있게 한다는 것도, 좋아하는 구성을 버리고 저번과 다른 밴드 구성으로 한다는 것도, 그 모든 여정의 것들이 역시 쉽지 않고 어려웠지만, 이 곡을 들어줄 분들이 이 욕심이 좋은 욕심이었다고 느껴질 수 있기를 바란다.
1. 끝에
시작은 얼마나 찬란했던가, 나를 위한 시간과, 너를 위한 과정이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고개를 들었을 때, 아늑하기만 해도 아름답던 끝없는 시간들이 얼마나 벅차 올랐던가.
나를 위해 시작했고, 우리를 위해 버틴 시간들은 분명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찬란함은 언제까지일 수 있을 까.
돌고 돌아, 고개를 들었을 때 아름답던 아늑함은, 언제까지 아름다울 수 있을 까.
힘들어도 행복했던 시간들이 이제 행복하지 못하고, 끝없음에 벅찼음은 이제 끝없음에 지쳐간다.
보이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끝이 눈 앞에 아른거릴 그때에.
우린 괜찮다 할 수 있을 지.
너무 멀리 돌아와버린 지금. 그 끝을 잡을 수야 있을 지.
[끝에]는 하루의 끝에 서 어딘가의 끝을 바라보는 이의 고백이다. 나와 함께 해준 이들에게 차마 고하지 못할 끝을 홀로 고백한다.
들어주는 사람 없는 곳에서, 용기 없는 마음을 달래며. 혼자 끝을 내보는 이는 결국 그들에게 용서를 구할 수밖에 없는 아픔을 가진다.
많은 이들이 포기에 대해, 그리고 끝에 대해 좋지 않다 말하지만 그것을 이루는 무게는 그러하지 못하다는 걸.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지.
시작하는 것 만큼의 용기가 포기에도 필요함을 말하고, 포기 하는 것 또한 하찮은 것이 아닌 힘든 시작임을 전하고 싶었다.
밴드 곡으로 이전보다 풍성해진 사운드로, 고백하지 못하는 이의 쌓인 울분을 표현하고 싶었다.
혼잣말이 아닌 누군가의 앞에서 말하는 듯한 기분을 주며, 그런 상상을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좀 더 강해진 사운드가 그런 마음을 달래고 같이 소리쳐 주길 원하였다.
더 이상 혼자 있는 곳이 아닌, 내가 진정으로 말을 전해야 하는 사람들 앞에서 말할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이 곡을 통해 마음을 보낸다.
2. 남길 遺
마냥 좋기만 하던 우리의 시간에, 넌 다른 생각을 했을 지 모른다.
웃기만 하던 시간, 넌 울고 있었을 지도 모르고.
행복했던 시간, 넌 아팠을 지도 모른다.
그 모든 시간이 너에겐 고통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래, 난 그렇게 너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였다.
[남길 遺]는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곡이다. 누군가 떠났을 때, 그리고 그들과의 인사를 끝 맺었을 때.
그제서야 그 사람에겐 우리의 행복이 마냥 행복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을 위해. 그리고 그 순간에 아파할 사람을 위해.
밴드 곡으로 구성된 [남길 遺]는 극적인 요소를 넣기 위해 노력하였다. 갑자기 조용해 지는 순간과, 다시 뛰는 순간. 감정이 한순간에 터지는 순간을 표현하였다. 참으려 해도 미친 듯 아파올 수 밖에 없는 시간이 필요했다. 또한 그 안에서 남겨진 사람의 감정이 온전히 하나일 수 없는 것처럼, 많은 감정변화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랬다.
처음 시작하는 베이스가. 가볍지만은 않은 잊음을. 그리고 점점 쌓여가는 다른 밴드 구성들이, 쌓여가는 여러 그리움, 감정을. 풍성한 밴드 사운드는 가라앉지 않는 감정을 표현하도록. 흐름에 따라 각각의 역할들을 넣었다. 많은 감정들이 표현될 수 있어야했다. 이러한 것 들에서 이 곡이 밴드 곡으로 함으로써 가장 잘 표현된 곡이라 할 수 있다.
많은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이 곡이 그 많은 감정들에 닿아 공감해줄 수 있길 바란다. 상상치도 못한 이들의 이별과 함께할 수 있기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