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리는 감각으로 담은 새로운 행보-
검은잎들의 1집 이후 첫 싱글 [철교 위에서 본 나]
새벽녘의 어두침침한 창을 열자 한기가 얼굴에 훅 스쳐왔다. 그와 동시에 내 휴대폰의 알람이 울렸다. 검은잎들의 새 싱글이 메일함에 있었다. 음악이 재생되면서 내 시선은 바람 속에서 스산하게 흔들리는 산 중턱의 나무들로 향했다. 나무들이 움직이는 것이 아닐 수도 있었다. 나의 감각이 어떤 식으로든 떨리고 있는 것 같았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쟁글팝 밴드라는 딱지를 영원히 달고 다닐 것만 같았던, 검은잎들이라는 팀을 오래 봐온 나는 낯선 감각에 사로잡히고 있었다. 음울하게 흐느끼는 듯한 피아노와 기타 소리가 방안을 채우더니 곧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나무들이 속삭이는 것처럼 조심스러운 울렁임이 음을 하나하나 만들어 나갔다. 더 이상 갈 데 없이 지친 나무들의 목소리처럼.
이 곡에는 조용한 떨림과 터질 듯한 감수성이 있다. 울분을 토하지 않는 나지막한 목소리가 있고, 섬세하게 귓가에 스치는 기타 소리가 있다. 여기서 우리는 최대의 음압으로 감상자를 위압하는 듯한 이 시대의 음악에는 찾아볼 수 없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은 새로운 앨범이 과거 한국의 록/포크 음악에서 기원할 것이라고 종종 말해 왔는데, 이 싱글은 그러한 영향을 따지기가 무의미하다. 그만큼 여기에는 과거 암울한 시대의 모습을 경유하여 2021년으로 걸음을 옮기는 검은잎들만의 감수성이 짙게 배어 있다. 과거 음악이 표현한 한국의 어두운 시대사가 여전히 현재의 젊은 세대들의 피에 흐르고 있다는 것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어두운 색조로 디자인되었던 이전의 커버 자켓들과는 완전히 다른 이 싱글 커버는 이들의 앞으로의 방향을 짐작게 한다. 청춘의 이름으로 연주되었던 음악에서 벗어나 더 핍진한 삶을 담으려하는 검은잎들의 모습이 보인다면 과장일까. 우리는 이전의 검은잎들을 그리워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의 앞으로의 행보를 더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그토록 기다려온 음악일 수도 있다.
-김유은
[ 크래딧 ]
검은잎들
권동욱 – 보컬
김성민 – 기타/어쿠스틱 기타
최은하 – 베이스
윤영웅 - 드럼
Executive produced by 최인희 @ ORM ent.
Produced by 검은잎들
Composed & written by 권동욱, 김성민
Arranged by 검은잎들
Mixed & Mastered by 강은구
Recorded 서명관 @ Heatwave studio
Piano by 김보경
Synth by 김성민
Artwork by 장태구
Design by 임민영
M/V produced by 박세영
민락인디트레이닝센터 제작 지원 작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