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미친걸지도 몰라. '일로와이로'의 두 번째 EP [TV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어린이날에 대한 그들의 이야기
'일로와이로'의 두 번째 EP 앨범 [TV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이 발매되었다. 첫 번째 EP 앨범 [만우절]이 발매된 지 약 한 달 만에 새로운 EP가 발매된 것이다. 첫 번째 EP와 같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와 CD가 함께 발매되었다. 이번 앨범에는 어린이날을 겨냥해 5월 5일 발매하게 되었다. 90년대 음악을 사랑하고 여전히 그 시절을 추억하면서 살고 있는 '일로와이로'의 음악은 적어도 지금 2, 30대들에게 많은 공감을 주지 않을까 싶다.
'일로와이로'는 메인 보컬리스트인 싱어송라이터 '일로(강원우)', 그리고 드럼 '이로(강전호)'와 신스베이스에 '삼로(곽진석)'으로 구성된 3인조 밴드이다. 2014년도에 군대를 입대한 '일로'가 컴퓨터 장비를 들고 갈 수가 없어서 아날로그 레코더를 들고 가서 Bootleg 음반을 만든 것이 계기가 되어 전역을 한 후 대학교 동기 '이로'를 만나 클럽 오디션을 보러 다니기 시작하였다. 이후 '삼로'를 만나게 되면서 지금의 3인조 체제가 되었다.
90년대 감성을 갈망하는 '일로와이로'의 음악은 '일로', '이로', '삼로'가 만나면서 마냥 촌스럽지만은 않은듯한 90년대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핌프록, 하드코어 ,힙합, 펑크, 등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가져가고 싶어 해서였을까? 다양함을 통해 장르에 한정적이지 않고 한 음반 안에서 급진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들의 새로운 EP 앨범 [TV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역시 언어유희적 표현들이 넘쳐난다. 음반의 제목은 동요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만우절에 이어 이번엔 어린이날에 등장한 이 음반 역시 '일로와이로' 두 번째 Bootleg 음반 [TV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동명의 음반에 있던 곡을 스튜디오에서 다시 녹음하여 좀 더 선명하게 만든 곡들과 새로운 곡 "텔레토비", 그리고 CD에만 들어있는 "학생회장 (Intro)"와 "Skit #2 (교장선생님 말씀)"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음반이다. 또한, 이번 음반은 적청안경을 끼고 속지를 보면 어릴 적 향수에 흠뻑 취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든다. 앨범 자켓에는 팬들이 주었던 선물 혹은 소중한 것들로 채워 넣었다고 하니 유심히 관찰한다면 재밌는 부분들이 보일지도 모른다.
"학생회장 (Intro)" 라는 곡을 지나 만나는 '소년병'은 중2병이라는 인터넷 속어에서 시작된 곡이다. 이 곡에서 소년병은 '일로'가 소년이라는 말을 좋아해서 '소년병'이라고 붙인 것이다. 소년병에 걸려서 주인공이라고 착각을 하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 되는 곡이다. 베이스 녹음에는 뷰티핸섬의 베이시스트 '이재'가 함께 하였으며, 로큰롤 정서와 펑크의 정서가 물씬 느껴진다. 이어지는 타이틀 곡인 "TV show"는 TV에 나와서 부모님이 기뻐한다면 좋겠다는 곡이다. 엄마, 아빠, 막내 삼촌, 할아버지, 할머니, 친동생 '찬우'의 실명까지 언급되는 이 노래의 가사를 보면 일로의 가족에 대한 사랑과 마음을 엿볼 수 있는 곡이다. 전자 드럼의 소스들이 리얼 드럼을 퍼커션처럼 사용하게 만들었다는 걸 알고 듣는다면 나름의 재미 포인트일 것이다. Bootleg 음반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곡 "텔레토비"는 '일로'는 어릴 적부터 개사해서 부르는걸 좋아하곤 했는데 그 가사를 잘 살려서 최근 가스비를 못 내서 힘들었던 시절과 맞물려서 만들어진 곡이라고 한다. 90년대 대안 문화의 중심이었던 개러지 밴드를 연상시키는 곡이다. 앨범의 마지막 곡인 "아이"는 '일로와이로'의 의외의 모습인 서정적인 곡이다. 여기서 '아이'는 어린아이를 뜻하기도 하고 나(I)를 뜻하기도 한다. '일로'가 갓 태어났을 때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 일로의 아버지는 어떠한 생각을 했을까. 무엇보다 '일로'의 장래희망인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느껴진다. 이 곡의 후반부에는 트럼펫이 잔잔하게 울려 퍼지며 이들만의 서정적인 감성을 은은하고 부드러운 사운드로 잘 풀어나갔다. CD를 사서 듣는 사람들은 스트리밍 서비스에는 제공하지 않는 히든트랙들을 들을 수 있는 혜택이 있다.
'일로와이로'는 여전히 '일로와이로'스럽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더 탄탄해지고 '일로와이로'만의 색깔로 자리 잡아갈 그들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글: 강원우(일로와이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