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일로와이로'의 첫 번째 EP 앨범 [만우절]
'일로'의 서울 상륙 후 처음으로 공개하는 미니 앨범
거짓말에 관한 그들의 이야기
'일로와이로'의 음악을 들으면 문득 90년대가 떠오른다. 그 시절 향수를 갈망하며 써낸 곡 전반에는 그 당시 유행하던 댄스 음악의 요소들이 느껴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사엔 주로 자아성찰에 관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얼핏 보면 사랑이야기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애매모호함이 '일로와이로'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일로와이로'는 메인 보컬리스트인 싱어송라이터 '일로(강원우)', 그리고 드럼을 맡은 '이로(강전호)'와 신스베이스 '삼로(곽진석)'으로 구성된 삼인조 밴드이다. 2014년도에 군대를 입대한 '일로'가 컴퓨터 장비를 들고 갈 수가 없어서 아날로그 레코더를 들고 가서 Bootleg 음반을 만든 게 계기가 되었다. 전역을 한 후 대학교 동기 '이로'를 만나 클럽 오디션을 보러 다니기 시작하였고, '삼로'를 만나게 되며 지금의 삼인조 체제가 완성되었다.
90년대 감성을 갈망하는 '일로와이로'의 음악은 일로, 이로, 삼로가 만나면서 마냥 촌스럽지만은 않은 듯한 90년대를 만들어내고 있다. 핌프록, 하드코어, 힙합, 펑크, 등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가져가고 싶어서였을까, 장르에 한정적이지 않은 이들은, 다양함을 통해 한 음반 안에서 여러 가지 요소를 급진적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이들의 새 EP [만우절]에는 '일로와이로'의 음악에는 언어유희적 표현들이 있다. 음반 제목이 [만우절]인데, 그 내용물 역시 거짓말에 관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제목이 만우절이라서 만우절에 발매하겠다는 고집으로 만우절에 발매하게 된 이 음반은, 원래 있던 일로와이로 첫 번째 Bootleg 음반 (만우절)동명의 음반에 있던 곡을 스튜디오에서 다시 녹음하여 좀 더 선명하게 만든 음반이다. 그냥 그대로 낼 수는 없었기에 거짓말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 "완벽한 진심"이라는 곡을 추가로 넣었다고 한다. 이 음반에는 음원 서비스로는 들을 수 없는 "skit"이라는 트랙이 있는데 이 음원이 듣고 싶다면 음반을 사서 들어야 한다. 그 내용에 대해서는 비밀이라고 말하니 음반을 사서 들어봐야 한다고 한다.
전자음악을 좋아하게 되며 한동안 신디사이저에 빠져 있었는데 일로. 타이틀곡 "하얀 거짓말"은 이런 신디사이저의 소리들이 기타를 대신해 곡을 가득 채워냈다. 음반을 들을 때 신디사이저에 초점을 맞춰서 관찰하는 느낌으로 듣는다면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 "검정색 사실"은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 알고 있던 사실이 후에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마음을 표현하였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잘 못 된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그 순간 느껴지는 부끄러움 혹은 속상한 감정이 잘 나타나 있다. 마지막의 장난끼 넘치는 건반이 양념의 역할을 맡아주었다. "오후의 프라푸치노"는 일로가 밴드 '액체인간'을 하던 시절 "오후의 카푸치노"라는 곡의 뒷이야기이다. 바람을 피우는 어느 유부녀의 이야기, 그리고 그 여자를 따라다니는 어떤 스토커에 대한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마냥 어둡지만은 않게 표현했다 완전히 새로운 느낌의 "완벽한 진심"이라는 곡은 우리의 숨겨진 모습에 대해서 말하는 곡. 모두 살면서 약간의 거짓말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순간이 많은데, 그 순간 본심 같은 것을 곡에 표현해보았다. 이로(강전호)는 이 음원을 어떤 곡인지도 모르고 녹음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라이브로 한번도 공연한 적 없는 이 곡, 모두가 만우절에 처음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드럼 샘플과 묘한 조합과 보컬에 걸려있는 이펙터 등 여러 요소들을 찾는다면 음악을 감상하는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이 곡에 스크래칭 솔로는 일로가 직접 녹음했다고 한다.
90년대의 감성을 재연해보고 싶어하는 일로. '일로와이로'의 첫 음반 [만우절]을 어릴 적 향수를 꺼내가면서 만들었다고 한다. 당신도 90년대 2000년대 초반에 향수가 있다면 이 곡들을 통해 추억하여라. '일로와이로'는 변하지 않았다. 다만 발전했을 뿐이다.
[만우절]은 일로가 서울에 상륙하면서 처음으로 만들어낸 음반이다.
글: 강원우(일로와이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