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영조·정조 시대 꽃을 피운 최고의 성악장르인 가곡(歌曲), 그리고 거기에서 파생된 시조(時調). 그 정점에는 영조때 가객(歌客) 이세춘(李世春)이 있다. 그 이후 이세춘이 만들었다는 시조는 300년 이상 우리민족의 사랑을 받아 왔다. 그 이후에 시절가조(時節歌調)를 새롭게 노래하는 신조(新調)는 단기 4300년(서기 1967년)에 죽헌(竹軒) 김기수(金琪洙, 1917-1986)선생께서 편찬한 새로운 노래집인「대마루 77, 고가신조 古歌新調」이다.
이번 음반은 가객 예찬건이 2018년 12월 15일에 작고하신 어머님 고(故)이희순 여사에게 바치는 사모곡과 헌화하는 노래 음원이다.
돌이켜보면 어머님은 가진 모든 것을 가객 예찬건에게 주고 가셨다. 어려운 가정 형편을 비관하지 않고 항상 근면함으로 인생을 어찌 살아야 한다는 모범을 보여주셨다. 경북 경산시장에서 기억력 하나로 모든 외상 거래를 다 가능하였던 것은 적을 수 있는 능력보다도 더 위대했다. 여기에 적은 내용은 숨김없이 진실하게 한 평생을 살다간 어머님을 위한 기억을 오롯이 나레이션과 시절가조(時節歌調)에 엮어서 순간에서 영원으로 남기고자 큰 용기를 내어 이 노래를 천상(天上)에 계신 어머님께 바친다.
① 때는 1942년 1월 29일 남존여비 사상이 이 나라를 지배하던 시절~
고성이씨 집안에 딸로 태어난 소녀 희순은
오빠들이 모두 학교에 등교한 뒤면 혼자서 집안일을 도맡아 하였다.
세종대왕님께서 만들어 주신 한글을 깨우치는데 육십여년을 혼자 연마하였으니 마침내 가장 높은 대학, 노인대학에서 한글을 깨치시고 세종대왕님 만나곤 눈물 훔치면서 속으로 웃었다.
한평생 문맹으로 받았던 수모를 모두 떨쳐버리고 정말로 울엄마 울지 않고 웃었다.
대단한 고성이씨(固城李氏) 남녀(男女)가 유별(有別)하여
나 홀로 깨우쳐서 육십년(六十年) 걸린 세월(歲月)
울 엄마 세종대왕(世宗大王)님 만나보곤 웃었다.
② 때는 1970년대, 의흥예가 양반 집안에 시집와서 아이들 공부를 시키고자 경북 청도군 이서면 대전리의 조그마한 전답을 팔아서 경북 경산시로 이사 왔으나 당시 3번의 돼지 파동에 생계가 어려운 가정을 지키고자 홀연히 일어나서 노점 채소 과일 상을 하게 되었으니..
딸기 철이 되면 커다란 고무 다라이(큰 대야) 5개에 가득 채운 딸기를 1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기차에서 내리고자 개미보다 더 큰 초강력 허리힘으로 내리는 신공을 펼치시니 어찌 개미에 비교할 손가!
울 엄마 이렇게 벌어서 삼남매를 키워내셨다. 그 중에 한명은 가객이 되었다.
개미야 저리 가라 내 어찌 한가(閑暇) 하랴
삼남매(三男妹) 키우고자 혼신(渾身)을 기울이다
마침내 당대(當代)의 가객(歌客) 큰길 열고 가노라.
③ 때는 2018년 12월 요양병원에서 마지막 생명의 불씨를 태우고 계실 때
평생을 어머님께서 예수님을 믿고 따르고자 기도한 큰 딸의 간절한 기도에 응답하여 말씀은 이제 못하셔도 고개를 끄덕여 [예수님 사랑해요]로 응답하니 마침내 울 엄마 하느님 만나러 천상으로 오르신다.
마지막 등불 태워 하늘을 날아 보자
큰 딸의 간절함에 고개로 화답(和答) 하여
저 하늘 높은데 계신 천상(天上)으로 오르네.
④ 77년 한 평생을 시집오기 전엔 남존여비의 속박에서, 시집와서는 남편과 시집살이의 속박들을 모조리 집어삼켜 속으로 삭였으니, 암 덩어리는 장을 막고, 혈관이 막혀 오고 종국에는 등뼈가 모두 무너져 내렸어도...
생애의 마지막엔 한마디 미소를 남기시면서 보란 듯이 가시는구나.
[영감! 나이는 5살이나 내가 적지만 먼저 갑니다. 내 몫까지 잘 살다 오시오]
한 평생 속박(束縛)들을 모조리 집어삼켜
혈관(血管)이 막혀 오고 등뼈가 부서져도
한마디 미소(微笑) 남기며 보란 듯이 가노라.
⑤ 때는 2018년 12월 15일,
경산시 옥산 장례식장에는 평소에는 소원하게 지내던 친척들이 한 자리에 모여 울 엄마 애도할 때,
미처 준비 못한 영정사진을 뽀샵(포토샵)으로 준비하니
평소에 못 입던 꽃 한복을 어느새 입고서는 웃는 얼굴로 맞으시다가
손자 손녀들도 생소한 이름 석 자 이·희·순을 혼백함에 남기고는 떠나신다.
소원(小遠)한 친척(親戚)들아 한 자리 모였는가!
꽃 한복(韓服) 입고서는 웃고만 계시다가
이 희순(李羲順) 이름 석 자를 혼백함(魂魄函)에 남기네.
⑥ 평소에 아버님께서 장지로 사용할 묘터(묏자리) 구입에 성화가 한창일 때
이미 본인 사후의 뜻을 밝히셨으니, 삼남매 키운다고 여행도 못해 보고 구경도 못해 본 이 세상을 죽어서는 마음껏 새의 눈이 되어서 보고 싶다고 하시면서
[나 죽거든 화장해서 뿌려 주면 그대로 하고
안 뿌려 주거든 찰진 찰밥을 하여 묻혀서 산속에 뿌려 주면
산새들이 모두 먹고 훨훨훨 날아다니면서 세상 구경을 많이 하련다.]
하셨으니
이제 드디어 한 마리 새가 되어서 저 하늘로 가시는구나.
온몸을 불태우고 한 줌의 재가 되면
곱게 한 찹쌀밥에 묻혀서 뿌려 주오
이 몸은 새가 되어서 저 하늘로 가리라.
⑦ 생전에 유천에서 딸기를 떼어서 경산역까지 아침마다 기차를 타고 다녔으니
이제 저 세상으로 가시면 새의 몸이 되어 원 없는 비행을 하는구나.
생전에 구경 못한 것들을 오늘에야 보면서 훨훨훨 한 마리 새가 되어
창공으로 오르시네.
이생엔 기차 타고 차생(次生)엔 비행(飛行)이라
생전(生前)에 못 본 공연(公演) 오늘에야 둘러보며
훨훨훨 한 마리 새 되어 창공(蒼空) 높이 오른다.
⑧ 과연 죽어서 가죽을 남기는 호랑이는 몇이나 되며
죽어서 이름을 남기는 사람은 몇이나 되는가?
가객을 아들로 둔 울 엄마 사모곡 한 곡 이 세상에 남기는구나.
살아서는 보지 못한 아들의 공연을 이제는 하늘에서 내려 보십시오.
호랑이 죽어죽어 가죽을 남기듯이
사람이 죽어서는 이름을 남겨야지
울 엄마 사모곡(思母曲) 한 곡(曲) 이 세상(世上)에 남기네.
⑨ 고(故) 이희순(李羲順) 약력
1942년 1월 29일 생
본적: 고성이씨
○의흥 예가 집안에 시집와서 딸 하나 아들 둘을 놓아 키우다가 자식 공부시키러 도시로 나와서 가족 생계를 보살피고자 노점으로 과일 야채상을 평생 하시다.
○여자는 학교를 안 보내던 고성이씨 집안의 남존여비에 희생되어 문맹으로 평생을 설움을 받고 사시다가 육십이 넘어서 노인대학에서 문맹의 눈을 뜨다.
○뇌혈관에 꽈리가 생긴 것을 극복하고 회생하다
○대장암으로 장이 폐색되어 장의 1/3을 절제하고 회생하다
○위암으로 전이되었으나 1달간의 방사선치료를 견디고 회생하다.
○방사선치료의 후유증으로 척추 뼈가 모두 내려앉다.
○2018년 5월 뇌혈관으로 대구 동산병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경북 경산시 양지요양병원에서 요양하시다
폐렴으로 대구동산병원 응급실에서 3주간 치료를 마치고
마지막에는 경북 경산시 강변동로에 위치한 수성의료재단 영남요양병원에서 2018년 12월 15일 07시 19분에 하늘나라로 한 마리 새가 되어 오르시다.
○경산시장에서 노점상으로 장사를 하시면서 작은 아들 예찬건을 가객으로 키워 이 세상에 남기다.
○생전에 아들의 공연은 한 번도 못 보고 가시다.
○가객이 된 아들이 지어준 사모곡을 듣고 공연을 보시면서 천상(天上)에서 웃으시다.
어머님께 바치는 노래들
◎ 가사 상사별곡 (20:39)
�� 인간이별(人間離別) 만사중(萬事中)에, 독수공방(獨守空房)이 더욱 설다.
(인간의 온갖 이별 중에서, 독수공방이 더욱 서럽다.)
�� 상사불견(相思不見) 이내 진정(眞情)을, 제 뉘라서 알리 맺친 시름.
(임을 그리워하면서도 만나지 못하는 이 내 마음을, 그 누가 알아 주리요 맺힌 시름.)
�� 이렁저렁이라 흩으러진 근심, 다 후루처 던저두고.
(이럭저럭이라 쓸데없는 근심, 모두 내팽개쳐 던져두고,)
�� 자나 깨나 깨나 자나, 임을 못 보니 가삼이 답답.
(자나 깨나 깨나 자나, 임을 못 보니 가슴이 답답.)
�� 어린 양자(樣子) 고은 소래, 눈에 암암(黯黯)허고 귀에 쟁쟁(錚錚).
(얼굴 모습 고운 목소리, 눈앞에 아른거리고 귀에 들리는 것 같네.)
�� 보고지고 임의 얼굴, 듣고 지고 임의 소리.
(보고 싶네 임의 얼굴, 듣고 싶네 임의 목소리.)
�� 비나니다 하나님, 임 생기라허고 비나니다.
(비나이다 하나님께, 님 오시라고 비나이다.)
�� 전생차생(前生此生)이라 무삼 죄로, 우리 둘이 삼겨나서 잊지 마자허고 백년기약(百年期約). (전생(前生)과 이번 생에 무슨 죄로, 우리 둘이 생겨나서 잊지 말자 하고 백년을 약속.)
�� 만첩청산(萬疊靑山)을 들어간들, 어느 우리 낭군(郞君)이 날 찾으리.
(겹겹이 겹쳐진 푸른 산을 들어간들, 어느 낭군이 날 찾으리.)
�� 산(山)은 첩첩(疊疊)허여 고개 되고, 물은 충충 흘러 소(沼)이로다.
(산은 겹쳐져 고개 되고, 물은 빠르게 흘러 연못이 되었구나)
�� 오동추야(梧桐秋夜) 밝은 달에, 임 생각(生覺)이 새로워라.
(오동잎 떨어지는 가을 밤 밝은 달에, 임 생각이 새롭구나.)
�� 한번 이별(離別)허고 돌아가면, 다시 오기.
(한번 이별하고 돌아가면, 다시 오기 (어려워라).)
◎ 내포제 사설시조 ‘부소산 저문비에’(4:16)
부소산(扶蘇山) 저문비에 황성(荒城)이 적막(寂寞)하고
(부소산 저문비에 황폐한 성이 적막하고)
낙화암(落花巖)에 잠든 두견궁아원혼(杜鵑宮娥冤魂) 짝을 지어
(낙화암에 잠든 두견화(진달래)와 궁녀들이 원혼이 짝을 지어)
전조사(前朝事)를 꿈꾸느냐 (전대 왕조인 ‘백제’를 꿈꾸느냐)
백마강(白馬江)에 잠긴 달은 몇 번이나 영휴(盈虧)하며
(백마강에 잠긴 달은 몇 번이나 뜨고 졌으며)
고란사(皐蘭寺) 효종(曉鐘)소리 불계(佛界)가 완연(宛然)하다.
(고란사의 새벽 종소리는 사자루를 흔드는 듯 불세계가 완연하다.)
수북정(水北亭) 청람하(靑嵐下)에 돛대 치는 저 어부(漁夫)야
(수북정 부옇게 푸른 빛 감도는 저녁 으스름 속에서 돗대 치는 저 어부야)
규암진(窺岩津) 귀범(歸帆)이 예 아니냐?
(규암진으로 돌아가는 배가 아니더냐?)
운소(雲霄)에 나는 기러기는 구룡포(九龍浦)로 떨어지고
(구름낀 하늘에 나는 기러기는 구룡포로 떨어지고)
석조(夕照)에 비친 탑(塔)은 반공중(半空中) 솟았으니
(석양에 비친 탑은 허공에 우뚝하게 솟았으니)
부풍팔경(扶風八景)이 완연(宛然)하다.
(부여의 팔경;부풍팔경-부소산, 낙화암, 백마강, 고란사, 수북정, 규암진귀범, 백제탑, 구룡포-이 이곳이 아니더냐?)
◎ 일원상 법신불(一圓相法身佛) & 게송(偈頌) (4:31)
작사: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1891~1943)
일원(一圓)은 법신불(法身佛)이니
우주만유(宇宙萬有)의 본원(本源)이요
제불제성(諸佛諸聖)의 심인(心印)이요
일체중생(一切衆生)의 본성(本性)이다
유(有)는 무(無)로 무(無)는 유(有)로
돌고 돌아 지극(至極)하면
유(有)와 무(無)가 구공(俱空)이나
구공(俱空) 역시 구족(具足)이라
가객 예찬건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원광대학교 국악과 졸업
제2회 전국정가경창대회 일반부 성인1부(가곡·가사) 금상수상
제13회 전국국악경연대회 가곡·가사·시조부문 일반부 대상수상
(재)월하문화재단 사무국장
선비문화기획 대표
시조시인
음반:
①‘가객 예찬건 정가·악(신나라 2CD)’
②‘가객 이세춘의 팔도유람기’,
③‘가객 예찬건의 옛노래 새가락’,
④‘가객 이세춘의 팔도유람기_우조의 완성 그리고 옛 성현을 만나다’,
⑤‘예찬건의 단소 영산회상’,
⑥‘가객 예찬건의 새 노래(新歌), 새 가락(新調)’
⑦‘가객 예찬건의 새 노래(新歌), 새 가락(新調)’2 _선비, 풍류로 쉬어가다.
⑧‘가객 예찬건의 새 노래(新歌), 새 가락(新調)’3_(사)한국시조협회 시인편.
⑨‘가객 예찬건의 새 노래(新歌), 새 가락(新調)’4_박헌오 시인(詩人)의 [대전팔경가]
⑩‘가객 예찬건의 옛노래(古歌), 새 가락(新調) 2_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의 자연가
⑪‘가객(歌客) 예찬건(芮讚乾)의 『옛 노래(古歌) 새 가락(新調) ⓷』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의 어부사사사(漁父四時詞) 춘사(春詞)’
⑫‘가객(歌客) 예찬건(芮讚乾)의 『옛 노래(古歌) 새 가락(新調) ⓸』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의 어부사사사(漁父四時詞) 하사(夏詞)’
⑬‘가객(歌客) 예찬건(芮讚乾)의 『옛 노래(古歌) 새 가락(新調) ⓹』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의 어부사사사(漁父四時詞) 추사(秋詞)’
⑭‘가객(歌客) 예찬건(芮讚乾)의 『옛 노래(古歌) 새 가락(新調) ⓺』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의 어부사사사(漁父四時詞) 동사(冬詞)’
⑮‘가객(歌客) 예찬건(芮讚乾)의 『옛 노래(古歌) 새 가락(新調) ⓻』이세보(李世輔)의 순창팔경가’
⑯가객(歌客) 예찬건(芮讚乾)의 『새 노래(新歌) 새 가락(新調) ⓹』울 엄마 소천(召天) 하신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