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털이 덥수룩한 남자지만, 누구보다 상냥하고 살림을 잘하는 엄마. 팔등신의 몸매를 가진 여자지만, 가장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아빠. 우락부락 건장한 몸을 가진 딸, 여리여리한 체격의 아들.
텍스트만 읽어보면 도대체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이들은 오래 전 우연히 읽었던 일본만화의 주인공들이다. 심지어 이들은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고, 각자의 필요에 의해 한 공간에 모여 살며 각자 잘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가족이라는 형태를 갖춘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가족으로부터 깊은 상처를 받았다는 것. 과연 이들이 한 공간에서 가족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싶은데 (물론 만화 속 이야기이지만) 이들은 어떤 가족보다 진한 사랑과 정을 나누며 살아간다. 범상치 않은 외모와 구성요건 때문에 티격태격 다툼이 일기도 하지만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주며 힘이 되어준다는 점에서는 세상 어떤 가족 못지않다. 당시 이 만화책을 읽었을 때, 뭔가 큰 쇠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했다. 그리고, 오래 동안 풀리지 않았던 삶의 숱한 문제 중 하나의 열쇠를 찾은 것도 같았다.
'가족의 두 얼굴'이란 책을 쓴 저자이자 한세대 심리대학원의 '최광현' 교수는 가족은 하나의 유기체와 같아서 부속품 하나가 빠지면 이를 누군가가 대체해야만 존속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직장을 잃은 아빠를 대신해 돈을 벌어올 또 다른 가족,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 줄 또 다른 가족.. 난 여기에 구성원들이 서로가 서로를 향해 무한한 응원과 지지를 보내야 가족이 흔들림 없이 존속된다고 덧붙이고 싶다. 인간들이란 아무 대가 없이 희생을 치를 만큼 순수하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그리고, 또 하나. 사회가 정해준 원치 않은 자리와 지위 대신 그 자리에 진짜 적임자를 찾는 것이 가족이 유지되는 진짜 비결이 아닐까.
가족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가족으로부터 상처받고 그 상처를 가족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 오늘도 홀로 쓰디쓴 삶을 안주 삼아 눈물을 삼키는 이 세상 모든 가족들에게 이 노래를 바친다.
글 Koazme
[함께 한 사람들]
작사, 작곡, 편곡: 김현석
노래, Guitar: 김현석
나를 깨워준 친구: 바다
Bass: Woozi (산다는 건), Piano: Koaz (집으로 가는 길)
Recording: 김현석
Mixing & Mastering: 205
Photo: 김현우
쟈켓디자인: 김현석, Koaz
스토리텔링: Koazme
프로듀서: 김현석 & 구름코끼리 (Cloudelephant)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