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도시에서 다시 찾은 바래진 기억
‘naru(나루)’ EP [Grayed Out]
Grayed Out
1. 본디 색이 바래거나 회색 음영이 드리워진.
2. (컴퓨터 메뉴 버튼 등이) 비활성화 되어 회색으로 표시 된 것.
3. 변별성, 개성, 활력 등이 불분명한.
일상은 항상 잘 보이고 회자되는 것들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가려져 있거나 이미 없는 것들이 우리를 움직이기도 한다. 잠시 멈추고 바라봐야 내 안에 정리되고 이해되는 것들이 있다. 불분명한 사실, 감정들을 선명하게 포착해보고 싶었다. 조금은 비효율적인 것 같지만, 분명 그것들은 또 다른 빛과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이런 생각과 느낌을 음악에 온전히 담아내려 연주와 녹음을 집이나 빈 합주실에서 홀로 했다. 특히 어쿠스틱 기타와 목소리의 느낌을 담는 것에 집중했다.
1. 오늘도 난 살았네
쓰리핑거 스타일 기타 아르페지오에 떠오르는 대로 한 호흡에 곁들여 연주해본 피아노, 그리고 노랫말이 어우러지는 단촐한 구성의 포크 곡이다.
성인이 되고, 한 가지 일을 시작한 지 십수 년이 되니 드는 마음과 생각들이 있다. 어릴 땐 당연해 보이던 어른들의 적당한 삶도 막상 내가 살아보려니 쉽지 않다. 모든 단순하고 당연해 보이는 것들을 새삼스레 떠올려보고 경탄하고 부러워도 해본다. 하지만 이런 나도 오늘 내 나름의 삶을 한 번 더 살았으니 나쁘지 않다는 얘기기도 하다.
Lyrics, Composed, Arranged by naru
All Vocals, Guitar, Piano by naru
2. 그런걸까
앨범에서 유일한 얼터너티브 록 스타일의 곡이다. 초안은 10여 년 전에 만들어졌지만, 가사는 제목이기도 한 ‘그런걸까?’ 부분밖에 없었다. 10년이 지나서야 어울리는 편곡을 하고 가사를 붙일 수 있었다. 그사이 내가 좋아했던 것, 사람들은 변하고 사라지고 나는 점차 ‘좋아한다’는 것에 무뎌졌다. 옛 기억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새로운 무언가에 관심을 가져도 보지만 마냥 예전 같지 않다. 그저 시간이 흘러서가 아니라, 점점 자의보단 타의에 의해 움직이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 아닐까. 어쩔 수 없는 걸까.
Lyrics, Composed, Arranged by naru
All Vocals, Guitars, Bass, Drum Programming by naru
3. 봄날
중첩되는 기타와 목소리로 돌아오지 않는 봄을 그려보았다. 사람을 기억한다는 것은 그 사람 자체보단 시간, 장소, 물건 같은 그 사람과 연관되었던 것들, 나의 관점을 함께 기억하는 것이다. 그 사람이 사라지면 모든 것들은 그대로지만 나의 관점은 영원히 영향을 받는다. 이제 봄은 더 이상 그때와 같은 봄이 아니고 그때의 여름은 내 것이 아니었다. 지나간 것은 돌아올 수 없고, 이제 나는 그저 그날을 떠올려보는 수밖에 없다.
Lyrics, Composed, Arranged by naru
All Vocals, Guitars, Programming by naru
4. Did You Have A Good Time?
한밤중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다 보면 드는 기분이 있다. 걷다가 문득 불 켜진 창들을 보면 드는 기분이 있다. 각자 홀로라는 어색한 기분. 이따금 삶의 작은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하루가 좋았건 나빴건 그런 순간만큼은 그 기분이 선명해진다. 우린 그런 기분도 품은 채 산다. 나일론 기타와 목소리 사이로 잡음 같은 신스 선율을 얹어보았다.
Lyrics, Composed, Arranged by naru
All Vocals, Guitar, Programming by naru
5. I’ll Be Waiting
내 현재가 괜찮은 것 같아도 늘 한켠으론 아쉬움과 불안이 있다. 우린 늘 무언가를 원한다. 사랑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랑하고 있는 순간에도 무언가를 기대한다. 지금 사람들, 연인과의 사랑이 만족스럽다면 그것은 각자의 기민함, 힘, 이해 등등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것들 없이는 사랑은 존재할 수 없다. 사랑은 하나의 목적이라기보단, 자신이 아닌 대상을 향하고픈 마음으로 고민하고 움직이는 과정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필요하다. 기다림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런 생각들을 내 안에 다시 한번 정리하는 기분으로 쓴 곡이다. 앨범에서 가장 최근에 쓰여진 곡이다.
Lyrics, Composed, Arranged by naru
All Vocals, Guitars, Bass, Drum Programming, Synths by naru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