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푸르른 세상과 따스한 이불 속의 뒤척임. 우리가 처음 만난 계절을 기억하니. 겨울밤 같던 나는 언제나 꽁꽁 언 마음을 뒤척였고, 잠시 몸을 녹이고 가도 좋다는 말을 처음 건네준 사람은 너였어. 간밤에 아픈 꿈을 꾸었다며, 잔뜩 웅크린 표정으로 너는 나에게 물었지. 함께 어디로든 떠나줄 수 있겠느냐고. 마침 눈이 왈칵 쏟아지고 있으니, 오늘은 훌쩍 사라지기에 나쁘지 않은 날인 것 같아.
거짓말처럼 하얀 눈이 내리는 날, 사람들은 모두 어딘가를 향하고 있어. 해가 비출 무렵이니 우리도 걸음을 옮겨야겠지. 서두르지 않아도 좋아. 꿈속에서는 눈이 그칠 일이 없을 테니. 희미한 발걸음과 사뿐한 눈의 착륙, 우리는 그 속으로 천천히, 눈처럼 내려앉을 거야. 아픔은 소복이 묻어두고 오자. 편히 쉬어갈 수 있도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