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oles (더 폴스) [The High Tide Club]
약동하는 젊음의 소리가 울려퍼질 때
더 폴스의 출발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갓 중학교에 입학한 김다니엘과 이황제는 락 음악을 좋아한다는 교집합을 발견하고 무작정 각각 기타와 베이스를 잡았다. 관성적인 합주를 이어오던 둘에게 보컬 조장관과 드러머 신동규가 가세하며 이들은 점차 밴드의 얼개를 갖추게 된다. 밴드를 결성하고 가장 먼저 할 일은 송라이팅도, 보금자리 찾기도 아닌 이름 짓기라 했던가. 팀명을 '리메인즈(The Remains)'로 결정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려던 찰나, 동명의 밴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내 이름을 '나비(Nabee)'로 바꾼다. 몇몇의 수상으로 알음알음 인지도를 쌓아가던 그때, 여러 이해관계로 조장관과 신동규가 탈퇴하며 팀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여담으로, 수년 후 신동규는 김다니엘의 새로운 밴드 wave to earth의 드러머로 전격 합류한다. 여러모로 흥미로운 사실.
더 폴스가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2015년의 일이다. 우연한 계기로 둘은 현재 더 폴스의 드러머인 김경배를 만나게 되고, 김다니엘의 고등학교 동창 박종연이 기타리스트로 가세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순간의 극점을 노래하겠다는 포부를 담은 '더 폴스(The Poles)'라는 이름을 짓게 된 것도, 첫 클럽 공연에 나선 것도 이 무렵의 일이다. 2017년 가을, 우여곡절 끝에 대망의 데뷔 EP [from the outset]을 발표하고 여러 라이브 클럽을 종횡무진하며 더 폴스는 점차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크고 작은 이유로 밴드는 박종연과 아름다운 이별을 맞이한다. 현재 우리가 아는 김다니엘-이황제-김경배의 트리오 체제가 비로소 갖춰지게 된 것. 밴드의 대표곡인 'moon in water'와 'Sun Shower'를 비롯하여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한국 인디 씬을 대표하는 밴드로 자리매김한 더 폴스가 마침내 첫 번째 정규 앨범을 발표한다.
더 폴스의 데뷔 풀렝스 앨범 [The High Tide Club]은 <벡(BECK)>과 같은 소년-성장 만화를 닮았다. 5평 남짓의 작은 합주실에서 출발한 밴드는 ('space') 때로는 잔뜩 술에 취해 뛰놀고 ('Goin' High) 기타에 잔뜩 드라이브를 걸어 세상이 떠나갈 듯 합주하며 ('Find Me!') 성공을 다짐한다. 호조에 오른 밴드는 ('High Tide') 꿈에 그리던 무대에 하나둘 도장격파하듯 오르며 찬란한 순간을 맞이하지만 ('Sun Shower') 여전히 초심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좁고 지저분한 연습실로 돌아온다는 ('space: acoustic ver.') 한 편의 만화 같은 이야기. 약 40분 가량의 플레이 타임 속에 더 폴스의 청춘과 낭만, 그리고 젊음이 오롯이 담겨 있다.
2017년 데뷔 이래 정규 앨범을 발표하기까지 꼬박 5년이 걸렸다. 하나의 완성된 작품을 만들기에 충분한 역량을 지녔음에도 이제서야 정규 앨범을 발표한 것을 보면, 그만큼 음악적 정체성에 관한 고민과 방황이 적지 않았지만 이제서야 그 답을 찾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The High Tide Club]은 순도 100%의 락을 담아낸 앨범이다. 저마다의 장르를 이야기하기 머쓱할 정도로 음악 간의 경계가 희미해진 작금의 시대 속에서 더 폴스가 발견한 실마리는 문자 그대로의 락, 그 자체였다.
이들은 하루 중 해수면이 가장 높은 때인 만조(High Tide)에서 착안해 'The High Tide Club'이라는 앨범명을 짓게 되었다 한다. 더 폴스의 과거와 현재를 아낌없이 가득 담아낸, 약동하는 사운드의 파도에 몸을 맡겨보길 바란다.
글 / 키치킴 (포크라노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