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음악감독님도 만나서 인사하고 그쪽에서 연결해준 녹음실에서 녹음도 다 마쳤다. 정말 나오는 건가 싶다. 일주일이 지났다. 진행 상황을 알 수가 없다. 모니터 트랙이 넘어오지 않는다. 이주가 지났다. 문제가 생겼다고 하는데 여전히 기다려 보란다. 기다린다. 삼 주가 지났다. OST 제작사가 갑자기 바뀌면서 음악감독님이 그만뒀다고 한다. 이pd가 요 며칠 내 눈치를 본다. ‘아 우리가 무명 밴드라 또 짤렸구나.’ 이젠 화도 안 난다. 이유를 물어보니 코로나가 어쩌고 참 내. 요즘 시대엔 지나가던 강아지한테 물려도 코로나 탓이다. 욕하고 싶은데 이번엔 욕하지 말란다. 영향력 있는 분들이니 적 만들어 좋을 거 없다면서. (저번엔 아니었나보다) 근데 누누이 말하듯이 나 같은 여자애가 이런 글 쓴다고 누가 신경이나 쓰겠냐? 히밤 뽀또 꺼져버려라. 본인은 일개 소시민이라 거대 권력이 무서워서 만만한 이pd를 향해 욕해본 거다. 오해하지 마시라. 결국 그 드라마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방영 일자가 무기한으로 미뤄지다 여차저차 방영했는데 결국 망했다고 한다. 그 와중에 베이시스트였던 친구는 끝까지 다 봤다고 해서 속으로 존나 때리고 싶었다.
시간이 꽤 지났다. 아직도 코로나는 창궐 중이고 우리 모두는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았다. 고작 드라마 OST 까인 게 대수인 걸까.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전하고 싶다는 말이 인터뷰용 멘트로만 남아서는 안되지 않겠나. 가사를 바꿨다. 조금 더 따뜻한 희망의 말을 더했다. OST용으로 멋진 기타리스트(aka. 기택쌤)가 쎄션한 트랙을 지우고 내 투박한 기타를 얹었다. 드럼과 베이스 트랙을 ‘우리’ 녹음실에서 재녹음했다. 이 년 동안 늙어버린 내 성대를 위해 키도 낮췄다. 무튼 이 노래는 내 야망으로 출발해서 모두를 위한 위로의 메시지로 도착했다. 누가 들어도 수사물 ost 같은 기타 리프로 시작하는 곡이지만 코로나를 때려잡겠노라 하는 형사의 마음이라 포장해 본다. 이것 정도는 봐줘라. 신선하잖아.
비 온 뒤에 이 땅이 더 단단해지길. 눈물 뒤에 여러분의 마음이 폭신해지길. 너무 힘들고 지친 마음에 아직 이겨낼 힘이 남아있길. 준비된 자들이여, 저기 꼭 큰 한방을 얻어내길. 그리고 우리의 음악이 산세베리아처럼 숨 쉴 수 있는 작은 구멍이 되길 바라며 앨범일지를 마무리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