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 첫 번째 정규앨범 《우리는 빛으로》
온 가족이 잠드는 밤이 찾아오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새카만 천장을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문구점에서 사 온 야광별 스티커를 천장에 가득 붙였다. 천장에 가득한 야광별을 보며 끝없이 펼쳐진 공간에 서 있는 나를 상상했다. 무섭진 않았다. 야광별이 항상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별들을 따라 선을 그어가며 내가 있는 자리를 찾았다. 그러면 어느새 잠들고, 아침이 밝아오고, 하루를 시작했다.
야광별은 삭아 바닥에 떨어졌고, 나는 훌쩍 자라 성인이 됐다. 그 사이 학교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나는 내 자리를 찾아 헤맸다.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고, 지레짐작으로 남을 넘겨짚으며 회피하기도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관계를 단절시키기도 했다. 상처를 주고받는 시간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도대체 다른 사람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이 시간을 어떻게 버티고 있을까.
이글루의 첫 번째 정규앨범 《우리는 빛으로》는 지금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진솔하게 앨범에 꾹꾹 눌러 담아냈다. 나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시선〉, 바닥에 쪼그려 앉아 음악 같은 걸 읊조리는 〈굴러가는 하루〉는 당장 돈이 되지 않는 일에 시간을 쪼개 끊임없이 뭔갈 하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자조적인 가사로 이루어져 있다. 가볍지 않은 가사와 상반된 경쾌한 리듬을 보여주는 두 곡은 타인을 탓하거나 공격하지 않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 그 사이 〈먼지〉에서는 자신을 작고 힘이 없는 우주의 먼지라고 부른다. 스스로 느끼고 있는 그대로를 말하는 동시에 그래도 내 세상에 작은 소동이 생긴다면 조금은 행복할 거라고 솔직하고 담담하게 표현한다.
2019년에 나온 EP 앨범 《이글루로 와요》의 〈뜬 꿈〉, 〈Dear. Moon〉을 통해 타인의 시선과 말을 통한 상처, 불안과 흔들림을 포착해 표현한 지점이 《우리는 빛으로》도 이어진다. 특히 〈걷는 밤〉과 〈나무의 정수리〉는 시공간이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가사와 느리고 풍성한 음악이 저절로 나를 그 장면으로 데려가 준다.
어른이 되고 마음이 견딜 수 없는 날이 찾아올 때면 길을 걷는다. 다리를 건너고 반짝이는 가로등과 간판이 널려있는 큰길을 지나 동네 어귀를 빙빙 돌아 집으로 들어간다. 능숙해지고 싶지만, 아직도 나는 계속 실수만 하는. 투명해지고 싶지만 닦아내고만 있는 〈걷는 밤〉. 지는 노을을 보며 나는 항상 남들의 뒤통수만 바라보는 인간이 아닌지 초조해하는 〈나무의 정수리〉. 어른이 돼도 계속되는 불안과 슬픔이 느껴져 여기서 난 울고 만다. 그 가운데 여전히 사랑하고, 사랑을 보내는 일은 계속되는데 EP 앨범 《이글루로 와요》의 〈좋아할래〉를 통해 사랑의 시작을 노래했다면, 2019년 싱글 〈비가와〉로 자신의 이별을 직감하고 스스로 정리하는 모습을, 《우리는 빛으로》의 마지막 곡 〈우리는 얼마 정도의 깊이로〉에서는 외면하고 싶지만 계속 마주칠 수밖에 없는 사랑에 대해 노래하며 사랑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눈이 쌓이지 않는 도시에서 만들어진 밴드 이글루는 눈이 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글루를 짓고, 음악을 만든다. 눈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눈앞이 캄캄하고 막막할 때면 그저 그들이 만들어 놓은 이글루로 들어가 보자. 나는 이글루로 들어가 천장에 붙어있는 야광별을 보며 오늘도 내가 있는 자리를 찾아 안심하고 잠든다.
김인숙 (커피는 책이랑)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