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 [공중부양]
다 만들어놓고 보니 대체로 뭔가 붕 떠있는 느낌이었다. 일단 가사가 그랬다. 뭘 잘못한 건지 모르고, 얼마나 갈지 모르고, 부러움을 모르고, 가만 있으면 그만이고, 결국 다 떠나보낸 사람의 이야기. 디딜 땅을 잃은 채 둥둥 뜬 삶.
또 한 가지, 이 음반엔 베이스가 없다. 처음부터 안 넣으려던 건 아니었는데, 일단 내 목소리부터 쭉 녹음하고 더 필요한 최소한의 소리만 요것저것 추가해서 만들다보니 다섯 곡 모두 베이스 없는 음악이 되어버렸다. 디딜 땅을 잃은 채 둥둥 뜬 음악.
1. 뭘 잘못한 걸까요
아무 이유 없이도, 고통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런 경우에도, 고통의 이유는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2. 얼마나 가겠어
어느 날 문득, 내가 살아봐야 얼마나 살아봤다고 세상 다 살아본 사람처럼 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3. 부럽지가 않어
모든 자랑을 다 이기는 최고의 자랑은 뭘까? 자랑계의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시는? 아하, 부럽지가 않다는 자랑이겠군!
4. 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
스스로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가사로 꼭 한번 쓰고 싶었다. 이 문장을 쓰고, 두번째 줄을 쓰려는 순간, 나는 또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었다. 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
5. 다
밴드를 마무리한 뒤부터 이 음반을 만들기 시작할 무렵까지 이 년 동안 파주에서 살았다. 자유롭다면 자유롭게, 한가롭다면 한가롭게, 또 외롭다면 외롭게 지냈다. 이 노래를 부르거나 들을 때면 그때 집에 가만 앉아 쳐다보던 맑은 하늘이 마음속에 그려진다. 그야말로 붕 뜬 채 흐르던 나날들이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