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다음에는 무엇이 있을까?' 깊은 은혜를 알게 되었지만 별다를 것 없어 보이던 일상 안에서 시작된 개인적인 질문이었습니다. 나에 대한, 나를 둘러싼 것들에 대한, 세상에 대한.. 거창한 답을 기대한 것이 아니라 정말 내 손에 쥘 수 있는 유의미한 것들을 찾아가고 싶었던 마음. 그 마음을 품은 채 시간이 흘렀고 그 간에 많은 사람, 일, 말, 글들을 만났습니다.
나는 내가 난 곳으로 조금씩 돌아가고 있다는 것과, 끝이 어딘지 모르는 그 여행길에서 나를 지으신 분과 더 진실하고 깊은 우정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것, 그분의 한마디 한마디는 수많은 선택지 그 너머의 길이며 동시에 그 길을 비추시는 빛이라는 것, 그리고 살아있게 하고 살아가게 하시는 생명이라는 것을 더 새기게 된 과정이었습니다. 함부로 '안다' 말할 수 없는 그분의 세계 안에서 내 몫만큼만 더듬거리며 열심히 살고 힘써 즐거워하면 된다는 사실은 이전과는 다른 평안으로 나를 데려다주었습니다. 아직 많이 남은 그 여정에 있습니다.
새로 앨범을 만들게 된다면 온전히 내 속에 있는 말들로 채워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고, 욕심만큼 따라주지 못했던 실력과 용기 덕분에 이제야 겨우 세 곡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나를 포기하지 않고 당근과 채찍을 반복해주셨던 지혜로운 분들 덕분에 이제라도 이렇게 작은 모음을 내게 되어 다행이고 그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게 노래라는 좋은 선물을 주신 주님께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첫 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임했고, 때맞춰 만나게 해주신 분들과 즐겁고 감사하게 작업했습니다. 이대로 띄워보내려고 합니다. 갈수록 노래가 정말 좋고, 제 삶에 주신 많은 이야기들이 진주같이 귀해집니다. 이 노래가 함께 '집'으로 향하는 분들에게 좋은 길동무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01. 예수 내 구주
"이는 너희가 죽었고 너희 생명이 그리스도와 함께 하나님 안에 감추어졌음이라. 우리 생명이신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그때에 너희도 그와 함께 영광 중에 나타나리라." (골로새서 3:3-4)
예수님이 내게 어떤 분인지를 처음 깨달았던 날, 그날이 퇴색되진 않았지만 희미해지는 시간 속에서 골로새서 말씀을 만났습니다. 곡을 써보라고 부추겨주던 친구 덕분에 처음으로 진지하게 써 내려간 고백이고 자연스럽게 첫 트랙이 되었습니다. 저는 아무리 보아도 흠 투성이인데 하나님이 아니라 하시니... 그 믿음 안에 부족한 하루 하루를 올려드립니다.
02. 눈을 들어 하늘 보라
오래도록 마음 한켠에 저장하고 있던 찬송가입니다. 우리 정서에 우리 말 곡이어서 더 좋았고, 가사가 쓰인 배경과 마지막 소절 '믿는 자여 어이할꼬'라는 물음이 와닿았습니다.
03. #시119105
"주의 말씀은 내 발의 등이요 내 길의 빛이니이다." (시편 119:105)
몸과 마음이 너무 지친 날 집 앞 골목을 겨우 걷는데 '아무리 힘들어도 골목에서 잔 적은 없지'하는 조금 우스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으로 향한다는 건 그런 의지이구나 싶었고 곧 주님이 지어 놓고 기다리시는 '집'이 떠올랐습니다. 그날, 꽤 늦은 밤이었지만 가로등은 집 앞까지 안전하게 비춰주었고 걷기를 포기하지 않으니 곧 아늑한 곳에서 편안히 쉴 수 있었습니다. 집은 그런 곳이구나 싶습니다.
[Song Credit]
01. 예수 내 구주
작사,작곡 주리/ 편곡 민세정
Vocal 주리
Piano 민세정
Drum 황정관
Bass 구교진
Cello 정희진
02. 눈을 들어 하늘 보라
작사 석진영/ 작곡 박재훈/ 편곡 민세정
Vocal 주리
Piano 민세정
Cello 정희진
03. #시119105
작사,작곡 주리/ 편곡 민세정
Vocal 주리
N.Guitar 손성목
Flugelhorn 최선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