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조(散調)는 한국 전통 민속음악에 뿌리를 둔 대표적인 기악독주곡으로 연주자와 악기가 지닌 본연의 소리로 삶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농도 짙게 표현하는 음악이다. 이 음반에는 산조 중 서용석류 대금산조(徐龍錫流 大笒散調)를 담았다.
고(故) 서용석(徐龍錫, 1940~2013)은 남도 음악의 정수를 간직한 대금(大笒)의 명인(名人)으로 전라남도 곡성의 예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이모 박초월(朴初月) 명창에게 흥보가와 심청가를, 이모부 김광식(金光植), 한주환(韓周換) 명인에게 대금과 산조 음악을 학습하였다. 또한 아쟁산조의 창시자인 정철호(鄭哲鎬)에게 아쟁을, 호적의 명인 방태진(方泰鎭)에게 태평소를, 서공철(徐公哲)에게 가야금산조까지 전수하였다. 이렇듯 넓고 깊은 음악적 배경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국극단 악사로 활동하였으며,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을 역임하였다.
대금산조의 창시자 박종기(朴鐘基), 그의 제자 한주환의 맥을 이으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가락을 더하여 완성한 서용석류 대금산조는 서용석의 깊은 예술세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서용석류 대금산조는 남도 지방 특유의 음악으로 붙임새가 정확하며 가락의 짜임새가 충실한 것이 특징이다. 진양에서는 본청 우조, 변청 우조, 본청 계면조, 변청 계면조 등 다양한 조놀음이 느린 장단에 다채로움을 주었으며, 특히 중중모리의 호걸제와 자진모리의 변청 계면조에서 본청으로 돌아오는 조의 변화는 음악적 분위기의 변화와 선율의 극적인 전환을 느끼게 해준다. 그는 대금산조뿐만 아니라 피리산조, 아쟁산조, 해금산조도 만들었으며, 그 예술성 또한 높이 평가되고 있다.
본인은 중학생 시절, 대금산조에 입문하면서부터 서용석 명인을 사사하였다. 종로 낙원동에서 서용석 선생님께서는 어린 제자에게 산조 대금에 숨을 불어넣는 방법, 소리를 떨고 꺾어 음을 만드는 방법부터 대금을 직접 불어주시며 산조의 시작을 열어주셨다. 이후로도 서용석 선생님은 국립국악고등학교, 서울대학교 학업의 과정과 유수의 콩쿠르 및 연주회까지 본인의 음악 인생에 십수년간 늘 곁에 계셨다. 20대 시절 여름, 귀향하신 스승님께서 계시는 남원에 한 달씩 머무르며 서용석 선생님과 마주 앉아 대금을 함께 불었던 기억이 본인의 큰 음악적 자산이다. 굵직한 선율 흐름 안에서 격정적인 대금의 에너지부터 섬세함과 따뜻함이 녹아 있는 명인의 연주와 소리는 본인으로 하여금 대금이라는 악기의 본질에 대한 의미를 깨닫게 해주었다. 스승님께서 대금을 연주하시어 사사한, 소리 그 자체를 체화(體化)한 마지막 세대로써 늘 감사한 마음이 있다.
이 음반의 연주는 오래전 선생님과 수업한 녹음의 기록을 되짚어가며 그 시절 서용석 명인의 성음(聲音)에 충실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특별히 이번 녹음은 서용석 명인께서 직접 부시던 악기, 스승님께 물려받은 대금으로 산조를 연주하였다. 이에 더하여 스승님께서 남기신 서용석 대금산조 음반(수도음반, 2001)에 담긴 허튼소리를 복원 연주하였다. 허튼소리는 다스름으로 시작해서 굿거리, 자진모리 장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산조의 시작부터 많은 가르침과 음악적 감동을 주신 서용석 선생님께 받은 가락을 녹음하게 되어 기쁘다. 독보적인 대금연주가이면서,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으로 대금산조 및 여러 악기의 산조를 부흥하시고, 국악계에 큰 획을 그으신 스승님을 기리며 이 음반을 녹음하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