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유리잔에 빗대어서 상대방으로 가득 찬 화자의 마음을 표현한 노래.
“유리잔”에 담긴 구원찬
세상에 좋은 음악은 많고 많다. 하지만, 누군가 콕 집어 ‘좋은 음악이 대체 뭐냐?'고 물어본다면 답변하기가 곤란하다. 그래도 나름 고심해 세 가지 이유를 든다면, 첫 번째는 그냥 사운드가 좋은 음악, 두 번째는 상황이 그려지는 음악, 세 번째는 만든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가 느껴지는 음악이 좋은 음악인 거 같다.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충족된다면 사람들에게 좋은 음악으로 회자하지만, 생각보다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한 음악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처음 데뷔 때부터 모두를 갖춘 음악을 발표한 이가 있으니. 바로 “유리잔”의 주인공 구원찬이다.
“유리잔”은 곧 공개될 구원찬의 새로운 앨범 [Object1]의 첫 번째 싱글이다. 우선 [Object1]은 타이틀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듯 사람과 사랑의 다양한 면모를 트랙마다 하나의 사물에 빗대어 음악으로 그려낸 일종의 콘셉트 앨범이다. 이 중에서도 싱글 “유리잔”은 숨길 수 없는 연인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투명한 유리잔으로 표현한 곡이다. 사실 구원찬은 작품 단위의 결과물마다 인생, 음악적 여정을 떠나는 본인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이야기한 ‘컨셉 요정'이지만, 이번 싱글, 나아가 앨범에서는 사물이 지닌 물성을 빌려 와 자신의 마음을 이전보다 더 직관적으로 풀어낸다.
구원찬은 2014년 반쿠디란 이름으로 발표한 돕맨션의 EP부터 시작해 솔로 데뷔 EP [반복], 피셔맨과의 합작 EP [Format], 험버트와의 합작 EP [방향], 국방부 퀘스트에 들어가기 전 발표한 두 번째 솔로 EP [일지] 등 7년의 세월을 거쳐 ‘믿고 듣는'의 대열에 오른 대견한 음악가다. 그렇기에 돌이켜 보면 좋지 않았던 구원찬의 노래를 찾기 힘들지만, 어쨌든 “유리잔” 역시 좋은 음악이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유는 앞서 이야기 한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일단 “유리잔”은 사운드가 좋다. 이미 구원찬은 험버트, 피셔맨, 글로잉독 등 음악적 결이 비슷한 최고의 프로듀서와 호흡을 맞췄다. 그런 구원찬이 선택한 다음 파트너는 바로 헤븐트신유다. 헤븐트신유는 크러쉬, 기리보이 등의 앨범에 참여한 이력이 있고, 생동감이 넘치는 사운드에서 알 수 있듯이 음악을 이루는 소스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가진 프로듀서다. 이들이 함께한 “유리잔”은 차분하고도 낭만적인 무드를 자아내는 디테일한 악기 소스부터 이미 만점을 줄 수 있는 음악이며, 굳이 장르로 분류하면 알앤비를 살짝 끼얹은 얼터너티브라 할 수 있겠다.
“유리잔”은 일련의 상황이 그려지는 음악이다. 이는 구원찬이 사랑하는 이에게 느끼는 자신의 순수한 진심을 투명하고 매끄러운 유리잔의 물성으로 빗대어 노래와 노랫말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특히 그가 구사하는 정제된 단어들, 들끓는 자신의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듯한 보컬 표현, 경건한 가스펠의 요소를 떠올리게 하는 코러스 등은 트랙에 모두 모여 하나의 투명한 유리잔을 이뤄낸다. 이 덕분에 청자들은 수많은 모래를 정제하고, 뜨거운 열을 받아 만들어진 유리잔에 담긴 연인에 대한 감정을 노래를 듣는 내내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을 거다.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유리잔”은 노래를 만든 구원찬이란 사람이 노래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점이다. 팬이라면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구원찬은 음악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되 듣는 이를 배려해 무언가를 강요한 적이 없는 음악가다(공연마다 스위러벱을 강요하는 건 넘어가자). 또, 그는 좋아하는 것에 대해 정말 마음을 다해 말하는 순수함을 지닌 소년이기도 하다. 이런 구원찬처럼 “유리잔”의 화자는 좋아하는 이에게 자신의 마음을 상대방에게 강요하지 않고, 그저 진심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할 뿐이다.
”유리잔”은 좋은 음악이 그렇듯 역시 듣는 이에 따라 감상이 달라지는 트랙이다. 누군가는 노래를 들으며 하나의 유리잔을, 누군가는 마음속에 사랑하는 이를 떠올리게 될 거고, 누군가는 성장한 구원찬의 모습을 보고 흐뭇함을 느낄 거다. 이렇듯 구원찬은 “유리잔”을 통해서 자신이 좋은 음악을 만들 줄 아는 음악가란 걸 다시 한번 자연스레 드러냈다. 그런 만큼 구원찬의 이번 노래를 잘 들었다면 곧 세상에 공개될 [Object1]을, 그리고 [Object1] 이후의 또 다른 프로젝트 역시 기대해 보길 바란다. 후회는 없을 거니 말이다.
- 최승인 (NAVER NOW <BIG FAN>, KBS <원래 이름이 래원> 작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