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 (Hwaryeo) [바다]
물을 좋아합니다.
좀 더 얘기해 보자면 잔잔하거나 일렁이는 수면을, 발끝에 와닿는 물결을, 덥거나 추운 날 손에 느껴지는 온도를, 짜거나 비린 냄새를, 고여있거나 흐르거나 그저 존재하는 자체를 좋아합니다.
바다 앞에서 얼마나 무수한 얘기들을 꺼내놓았는지.
끝도 모를 깊이에 그것들을 다 던져 가라앉혀놓고는, 금세 가벼워진 마음을 휘적거리며 떠난 날들이 결국엔 몇 번이나 저를 살아가게 했는지 모릅니다.
어느 날은 자리에 앉아서, 어느 날은 서서, 또 언젠가는 발을 담근 채로 아주 많은 것들을 토해내고 돌아서곤 했습니다.
그 모든 잔해들을 묵묵히 품어주고 가려주던 여러 날의 바다를 저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물이라는 게 대체 무어길래 저를 비롯한 이렇게 많은 이들이 앓고 품으며 노래하는지 모를 일입니다.
가깝지도 않은 것이 언제 이까지 밀려와 매일 밤을 눈앞에서 아른거리는지 모를 일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