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왜 비에 대한 노래는 슬프고 아련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제가 이전에 쓴 노래뿐 아니라 많은 가요에서 비는 이별의 감정을 매개하기 위해 등장하거든요. 비가 내리면 마음이 쓸쓸해지고 결국 보고 싶은 사람이 떠오르는 그런 전개가 많죠. 이번에는 비에 대한 그런 도식화된 이미지를 벗어나 보려고 했어요. 비가 내려서 센치해지는 우리가 있는가 하면 비가 내려서 즐거워지는 우리도 있으니까요. 비가 내리는 날을 밝게 표현해 보고 싶었고, 장면들을 시각적으로도 청각적으로도 생생하게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윤종신 버전의 ‘싱잉 인 더 레인’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작업했어요.”
이번 곡은 일본 AOR(Adult Oriented Rock) 장르의 원조라고 불리는 ‘하마다 킨고(Kingo Hamada)’가 작, 편곡으로 참여했다. ‘기분’(2020 [월간 윤종신] 7월 호), ‘생각’(2020 [월간 윤종신] 8월 호)에 이은 세 번째 작업. 처음 데모를 들었을 때 윤종신은 맑고 화창한 이미지를 떠올렸다고 이야기한다. 멜로디와 사운드 모두 경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가사 작업을 하면서 곡이 전해주는 밝은 정서는 그대로 이어가되 떠오르는 심상은 살짝 비틀어보고자 했고, 그래서 ‘비 오는 날’을 주요 소재로 삼게 됐다. ‘Rain’에 ‘Happy’를 결합해 보니 뻔하지 않으면서도 기분 좋은 이미지들이 하나 둘 떠오른 것이다. 다행히 하마다 킨고도 윤종신의 이러한 표현 방식을 마음에 들어 했다.
“‘기분’과 ‘생각’을 작업한 이후에 하마다 킨고 상에게 계속 작업을 이어 나가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그 이후에도 여러 곡을 받았고 또 지속해서 교류해왔습니다. 하마다 킨고 상과 작업할 때는 늘 한 수 배운다는 생각으로 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제 칠순이 넘으셨기도 하고 일본 시티팝의 원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여전히 제가 지향하는 음악을 하고 계시기도 하고요. 제가 중, 고등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활동하셨는데 전해주시는 음악을 들을 때마다 경지에 오른 사운드란 이런 것이구나 감탄하게 됩니다. 앞으로도 하마다 킨고 상과의 작업은 계속될 테니 시티팝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기대해 주시길!”
[5월호 이야기]
“내리는 것보다 닿고 흐르는 게 더 좋은 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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