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거쳐간 양반네들이 사용하다가 버린, 손때 묻은 부채에서 탄생한 도깨비.
산속 깊이 홀로 사는 도깨비는 산을 넘어가는 이들에게 장난치고 골탕 먹이고, 노래를 부르며 지내왔는데,
언젠가부터는 지나가는 이조차 없다.
산속에서만 지낸 터라 멀리 보이는 마을을 볼 생각조차 없었는데, 반짝이는 마을 빛을 보자니 마음이 일렁인다.
누군가의 온기를 느껴본 건 기억도 나지 않는 오래전, 아득하다.
사람들의 틈에 들어가고 싶지만, 아직 준비되지 않은 마음은 쉽지 않다.
저 멀리 있는 누군가가 다가와서 마음을 ‘툭’치고 열어줬으면. 헛된 기대를 품으며 양반 흉내나 내본다.
‘용기를 내볼까? 혼자가 좋은 거 아닐까?’ 수많은 고민이 머리를 스친다.
기나긴 고민 끝에 몸을 일으켜 숨을 크게 들이쉰 후,
코 끝으로 바람을 느끼며 세상으로 한 발짝 내딛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