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nb, ‘Olive’
'식물원에서 올려다본 올리브는 내 기대보다 훨씬 호기로웠다. 나무 기둥은 올이 굵은 목도리처럼 튼튼했고, 잎사귀는 온 방향으로 자신감 있게 긴 손을 뻗고 있었다. 나는 잠시 멈춰 서서 눈을 감고 은빛으로 찬란한 올리브 숲을 그려본다. 맡아본 적 없는 지중해의 안온한 숨결이 잎 사이사이를 훑고 지나가는 소리는 어떤 음색일까.'
만약 놀라운 권위를 쥐는 대신 감수성을 잃는 삶과 지금 그대로의 삶 중 하나를 택하라면, 나는 후자를 고르겠다. 우선 감수성이 무엇인지 정의부터 해야 할 테지만 요점은 내가 상상과 감상을 그만큼이나 소중히 여긴다는 점이다. 자연과 예술을 곁에 두고 감탄할 수 있는 흥분감이 얼마나 귀한지. 나는 여전히 풀이 찬란했던 순간들을 더듬곤 한다. 책장을 넘길 때에도, 피아노를 칠 때도, 토마토를 씻을 때에도 나는 나무 위로 내리쬐는 태양을 그리워한다.
나는 쉽게 감동하는 편이다. 감동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면 정말 모든 게 감동스럽다. 예를 들어 지금 내 머리 위에 구조물도 그 우직함과 짜임새를 바라보면 얼마나 많은 공학자들의 숙련이 요구되었을지를 상상하게 된다. 더욱이 저 바로 옆 길가에 난 상록수가 온 계절을 한자리에서 조용히 버텨내고 틔워내는 걸 기억한다면 나는 나 자신의 부끄러움과 더불어 식물의 놀라운 굳건함을 상기하게 된다. 이 모든 감상은 고스란히 감탄으로 이어지기에 나는 말 그대로 늘 감동하는 중이다.
나아가 나에게는 지상 낙원에 대한 나름의 원칙이 있다. 그곳에는 반드시 풀잎이 사사사 흔들려야 한다. 옆에는 물결이 부서진다. 작열하는 뜨거운 태양과 푸른 나무 아래에 시원한 음료를 비치한 다음, 자연스러운 음악을 틀면 완성이다. 더불어 한 권의 책을 쥘 수만 있다면 더없이 감사하리라. 이렇게 나만의 낙원을 마음속에 꾸려놓고 나니 일상이 훨씬 편안하다. 잠시 눈을 붙일 수 있는 공간만 있다면 심호흡을 통해 언제든 이 차원의 문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잠깐의 상상만으로 따스한 두근거림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심상, 그것이 내가 믿는 자연의 의미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