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유익종의 두 번째 솔로 베스트앨범
부드럽고 달콤한 음색으로 오랜 기간 여성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유익종의 두 번째 솔로 베스트 LP이다. 조용하고 나직하게 들려주는 유익종의 노래들은 청자의 가슴속에 애잔한 눈물이 강처럼 흐르게 하는 동시에 마음을 맑게 해주는 정화의 기능이 상당하다. 가슴 뭉클하게 만드는 그의 감미롭고 슬픈 음색은 드러내기보단 수줍음 가득한 그의 표정과 무대 매너와 닮은 구석이 있다. 앨범에는 대부분 유익종의 활동 초창기인 그룹 활동시절의 노래가 아닌 1985년 솔로 가수 독립 후에 발표해 사랑받았던 12곡이 선곡되어 있다. 수록곡들은 1990년 첫 베스트앨범과 1996년 발표한 리메이크 앨범인「유익종 1/3」그리고 1998년 발표한 정규 5집의 음원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유익종의 두 번째 베스트 앨범 수록곡들은 무엇보다 가수 본인이 직접 모든 곡을 선곡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유익종의 초창기 그룹 활동
포크 음악에 뿌리를 두고 있는 유익종은 1974년 대학 동기인 작곡가 박시춘의 막내아들 박재정과 남성 듀엣 그린빈스(Green Beans)를 결성하며 데뷔했다. 듀엣 그린빈스는 국어 순화운동으로 인해 팀명을‘산과 들’로 바꾸었다. 데뷔앨범에서 <난 이 다음에> 등 창작곡을 발표하며 싱어송라이터의 재능을 드러냈던 유익종은 군 입대로 인해 잠시 활동을 중단했다. 제대 후 박재정과 듀엣 ‘파란 새’로 팀 이름을 수정해 활동을 재개한 그는 <나는 왜> 등이 수록된 독집을 1980년 발표했지만, 대중의 반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활동 동력이 떨어지면서 박재정은 종교 음악과 재즈 공부를 위해 유학을 떠나 팀은 자연스럽게 해체의 과정을 겪었다.
1981년 팀 해체 이후 ‘돼지를 키워볼까, 이삿짐센터를 해볼까’를 고민했던 유익종은 혼성 4인조 그룹 해바라기 출신의 이주호와 박성일과 더불어 트리오 남성 그룹을 결성했다. 그룹명은 세 사람의 성을 딴 ‘유리박’이었다. 별다른 활동 없이 박성일이 팀을 떠나면서 유익종, 이주호는 듀엣 해바라기로 거듭나며 터닝 포인트를 마련했다. 가라앉은 저음과 미성의 고음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했던 이주호는 자신의 톤이 확실한 가수였고 작곡 능력도 탁월했다. 여기에 서정적인 멜로디가 더해진 곡과 호소력 짙은 목소리의 유익종이 함께하면서 듀엣 해바라기의 노래는 대중과 적극 소통하기 시작했다. 특히 멜로디와 하모니가 어쿠스틱 기타에 녹아드는 라이브 공연에서 이들의 매력은 환상적이었다.
그룹과 솔로 활동을 병행
1983년 발표한 해바라기 1집에서 <행복을 주는 사람>, <모두가 사랑이에요> 등 향수를 자극하는 서정적인 멜로디와 아름다운 가사의 노래들을 크게 히트시키며 학생층을 넘어 세대를 초월한 사랑을 받았다. 해바라기의 첫 독집이 큰 성공을 거뒀지만, 음악적 지향점이 달랐던 유익종은 팀에서 독립했다. 그룹에 합류 안하는 조건으로 노래만 부르기로 했던 유익종은 1985년 해바라기 3집에 참여해 <내 마음의 보석 상자>, <사랑은 언제나 그 자리에>와 더불어 <오랜 침묵은 깨어지고>, <도시의 밤 풍경> 등이 라디오를 타면서 2년여 동안 활동하며 많은 인기를 모으게 된다. 해바라기 3집 발표하고 불과 10일이 지난 후 그의 솔로 2집이 발표되었다. 3년의 공백기를 보낸 유익종은 1988년에 세 번째 솔로 독집을 발표하며 솔로가수로서도 존재가치를 확실하게 다졌다.
1990년대에 발표한 솔로 곡들로 구성
이번 베스트 앨범의 타이틀곡 <그저 바라볼 수만 있어도>는 그의 세 번째 솔로 독집의 최대 히트곡이자 지금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솔로 대표곡이다. 이번 베스트 앨범에 선곡된 <세상 가장 밝은 곳에서 가장 빛나는 목소리로>는 1988년 발표된 컴필레이션 앨범「캠퍼스 4계절」을 통해 처음 발표된 유영건의 창작곡이다. 이 노래는 1990년 유익종 베스트에도 다시 수록되었을 정도로 그의 솔로 대표곡 중 하나이다. 하광훈 곡 <이연>은 2014년 유익종 데뷔 40주년 기념 공연의 타이틀이기도 했다. 1990년 발표된 3집 격인「유익종 2」앨범을 통해 처음 발표되어 관심을 끌었던 이 노래는 1989년 미국 LA에서 일어난 흑인폭동으로 인해 교민들 사이에 화재가 되기도 했다. 유익종 3집으로 표기된 1991년 발표한 <차창에 흐르는 이별>이 수록된 네 번째 솔로 독집은 그가 처음으로 직접 제작했을 정도로 공을 많이 들였지만 대중에게 외면 받아 상업적으로 실패했던 앨범이다.
유익종은 1992년에 첫 베스트 앨범을 발표했다. 이번 앨범에는 첫 베스트 음반에서 <상처>, <세상 가장 밝은 곳에서 가장 빛나는 목소리로>, <어서 말을 해>, <그저 바라볼 수만 있어도>, <이연> 등 5곡이 선곡되었다. 특히 <상처>는 곽지균감독이 연출하고 최수지와 강석우가 주연해 1989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상처」의 주제가이다. 1993년 발표한 4집(실제로는 다섯 번째 솔로 독집)으로 그는 꾸준하게 활동을 이어갔다.
유익종은 1996년 발표한 리메이크 앨범「3분의 1」에 여진의 <그리움만 쌓이네>, 조용필의 <들꽃>, 최성수의 <해후> 등 라이브 무대에서 즐겨 불렀던 자신의 애창곡들을 수록했다. 리메이크 앨범에서는 1989년 남화용과 남성 듀엣 유심초가 먼저 불렀던 <사랑하는 그대에게>, 혜은이가 1989년 발표했던 히트곡 <비가>, 강영숙이 1979년 발표해 히트시킨 <사랑>과 더불어 이동원이 1984년, 김광석이 1995년 리메이크해 널리 알려진 <내 사람이여> 등 4곡이 이번 베스트앨범에 선곡되었다. 원곡에 충실한 리메이크 버전들은 화려한 편곡 없이도 유익종의 목소리만으로도 감상의 즐거움을 안겨준다.
달콤하고 서정적인 유익종의 매력적인 목소리
1998년에 발표한 6집(실제로는 일곱 번째 솔로 독집)에서는 <그리운 얼굴>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번 베스트 앨범에는 6집에서 <그리운 얼굴>과 더불어 <9월에 떠난 사랑> 2곡이 선곡되었다. 꾸준하게 자신의 음악 여정을 묵묵하게 걸어온 유익종의 노래들은 달콤하고 서정적인 그의 목소리 최대 매력 포인트이다. 2000년대 이전 유익종의 솔로 가수 활동 역사가 총망라된 이 앨범은 조용한 그의 성품과 활동반경처럼 차분하지만 집요하게 청자의 가슴 속으로 파고들 것으로 기대된다.
글_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한국대중가요연구소 대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