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긴 터널을 지나왔다고 생각했다.
어둡고 시끄럽고 단조로운 이 긴 터널이 끝나자 어둠에 익숙해진 눈은 대낮의 밝은 햇살에 잠시 눈이 멀듯 화이트아웃 상태가 되었고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다.
그러나 금세 익숙해진 눈앞엔 푸르른 산과 절벽 밑으로는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다시 돌아온 여름이 있다.
시대나 계절에 맞춰 노래를 만들고 준비하는 건 익숙하지 않은 일이었지만 이번에는 그냥 그렇게 해보고 싶었다. 밝고 약간은 신나는 노래들을 만들면서 터널 밖 밝은 세상을 기다리고 더 나아가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가수는 자기 노래처럼 된다는 얘기다 있다. 일종의 자기 최면일 텐데 이 소중한 짧은 여름 동안은 이번 노래들처럼 밝고 뜨거운 순간들이 찾아와주길 바라며 노래를 불러본다.
1. City light
언젠가 내가 생각하는 그곳에 다다를 수 있다면 그때 그곳에 너와 함께 가고 싶어 그게 너를 향한 내가 할 수 있는 전부
2. 여름밤
여름 하면 바다수영을 떠올린다. 막상 자주 가지는 못해도 기억 속에 해마다의 밤 수영은 차곡차곡 서로를 덧칠하며 그림처럼 남아있다.
달빛, 바람, 파도 소리. 기왕이면 우리만의 여름바다를 표현하고 싶어서 순우리말들을 빌려와서 채워 넣었다. 이번 여름밤 모두들 달망달망 춤출 기회가 있길.
3. california
잠에서 덜 깬 어느 아침, 꿈 속인지 아닌지 구분도 안되는 뿌연 정신 속에 너를 보았다. 반갑고 놀라운 마음에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너를 따라가기로 했다. 한참을 헤매다가 도착한 길의 마지막에서 넌 너와 나의 세계가 다르다는 걸 알려주었고, 그제서야 비로소 난 너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만, 지금 잠시 동안 만이라도 그냥 이대로 날 속여주길. 꿈 속에서 만이라도 날 찾아와주길.
4. 그대라는 순간
오래전 그날, 청춘의 시작점부터 우리는 함께였지. 이젠 기억도 나지 않는 그 시절은, 두근거리던 마음과 같이 사라진 지 오래다.
하지만 기억하고 있다, 우리의 반짝이던 시절 그 때 그 순간만큼은 진짜였다는 것을. 그리고 그 순간의 한 중심에 오직 그대가 있었다는 것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