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과 전자음악이 환생시킨 『구운몽』
전통과 현대음악을 넘나들며 다양한 도전을 서슴지 않는 해금 연주자 천지윤과 재즈‧크로스오버‧EDM 등 장르를 넘나드는 국악 싱어송라이터 상흠. 두 예술가의 조합은 개인의 음악적 성향을 뛰어넘어 새로운 시도로 음악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음반이다.
<비몽사몽(BimongSamong)>은 작가 김만중의 소설『구운몽』을 모티브로 구성됐다. 세상의 안과 밖, 현실과 꿈,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넘나들며 꿈이나 환상세계에 초점을 맞췄다. 인생의 허무를 전달하는 구운몽이 아닌,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인생의 의미와 즐거움을 주제로 과감하고 파격적인 음악세계가 펼쳐질 예정이다.
신시사이저와 해금이 만들어내는 전통의 선율과 독특한 효과음으로 표현되는 해금의 음색은 관객에게 색다른 음악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유교·불교·도교를 포괄하는 범 아시아적 철학과 미학은 천지윤과 상흠의 다양한 음악 효과를 통해 표현된다.
곡해설
1. 빨간부적 : 양소유가 귀신과 정을 통한다는 것을 알고 친구 정생은 관상쟁이를 데려와 점을 치게 하고 그들의 사랑을 뜯어 말린다. 양소유 몰래 상투에 붉은 글씨로 쓴 부적을 넣어 놓는다. 선녀로 둔갑한 귀신 장여랑은 눈물을 뿌리며 떠난다. 경기무악 중 무당의 공수거리를 연주한다.
2. 좋은 꿈이었다 : 양소유는 생의 끝자락까지 번영을 누린다. 그는 생을 돌아보며 하룻밤 꿈처럼 사라지는 것에 대한 슬픔을 느끼며 오열하듯 퉁소를 분다. 한 도인이 나타나 돌지팡이를 내리치자 양소유는 백팔염주를 손목에 건 성진으로 돌아간다. “인위적인 일체의 법은 꿈과 환상 같고, 거품과 그림자 같으며 이슬과 같고 또한 번개와 같으니 응당 이와 같이 볼지어다.” 전자음악이 어우러진 해금독주곡으로 지영희류 해금산조 진양을 연주한다.
3. 구름그림자 : 비몽사몽의 모티브가 된 소설 구운몽(九雲夢). ‘아홉개의 구름과 같은 꿈’이라 할 수 있다. 소설의 중요한 메타포가 되는 ‘구름’은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며 작업에 영감을 주었다. EDM과 락의 리프, 사물놀이의 장단이 만나 강력한 사운드를 뿜어낸다. 노래를 부르는 듯한 해금의 아름다운 선율이 담겨 애절함 속에 시원한 비트와 강력한 신스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4. 석교(石橋)에서 : 성진은 석교(石橋)에서 팔선녀와 희롱한다. 그는 도화꽃을 명주로 만드는 도술을 부리기도 한다. 석교에서 나눈 팔선녀와의 정(情)은 성진을 잠 못들게 한다. 이 대목은 변화와 전복을 이끌어낸 찰나의 만남을 표현한다. 동아시아적 정서를 표현한 신비로운 해금의 선율과 굿거리장단의 조화로 천상계의 음악을 그려보았다.
5. 부서진 진주 : 왕의 사위가 된 양소유. 한계 없는 세속의 성공을 경험하게 된다. 사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말발굽에 부서진 진주와 옥비녀가 채인다. 팔선녀가 모두 모인 자리에서 화려한 연회가 펼쳐진다. 부귀영화와 공명의 절정. 이것은 모두 꿈이다. 긴박하게 흘러가는 징의 연주로 시작하여 울렁거리는 전통장단의 그루브를 표현했다. 해금의 쏟아지는 즉흥연주와 함께 강력한 EDM 사운드를 느낄 수 있는 곡.
6. 파계(破戒) : 구운몽(九雲夢)의 주인공인 불제자(佛弟子) 성진은 스승 육관대사의 심부름으로 수궁에 간다. 돌아오는 길, 팔선녀와 희롱하게 된다. 세속에 마음을 두었다는 이유로 육관대사에게 내쳐진 성진. 파계는 곧 환생으로 연결된다. 성진은 ‘양소유’라는 이름으로 부귀공명을 누릴 ‘길한 시각’에 태어나게 된다. 새로운 탄생을 노래하는 ‘기타 산조’를 연주한다.
7. 포구락 : “낙유원에 모여 사냥하며 춘색(春色)을 다투고 꽃수레를 타고 노닐며 풍광을 살피다.” 낙유원에서 열린 화려한 연회. 팔선녀는 시를 짓고, 25현을 연주하고, 춤추고, 노래하며 노닌다. "이기는 쪽은 석 잔 술을 상으로 주고 머리에 채화 한 가지를 꽂아주었고, 못 이기는 쪽은 한 그릇 물을 벌로 주고 이마에 먹으로 점을 찍으니.” 이를 여인들의 놀이. ‘포구락’이라 한다. 디스코에 발랄한 멜로디를 연주한다.
8. 쏟아진 바다 : ‘궁궐이 웅장하여 왕이 사는 곳 같고 문 지키는 군사의 고기 머리와 새우 수염이 세상 사람과 다르더라.' '깨어진 비늘과 쇠잔한 껍데기가 땅에 가득하여 마치 눈이 날리는 듯하더라.’ 양소유는 동정호 수부(水府)에 가게 된다. 동정호 용왕의 딸인 용녀와 정을 나눈다. 이곳에서 용녀를 지키기 위해 짧은 전쟁마저 벌인다. 물이 가득한 세계. 새로운 세계에 입성한 양소유의 마음을 상흠의 나레이션으로 표현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