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푸름 [16]
아직 16년밖에 안 살아봤지만 알아야 할 건 너무 많고
벌써 16년이나 살았지만 모르는 것도 너무 많다.
시간이 많이 지나 나중에 나중에......,
다시 펼쳐볼 오래된 일기장처럼
지금의 기억과 감정들을 기록해두고 싶다.
다음에 돌아볼 땐
또 어떤 얘기들로 채워져 있을까..
1. 검은색 하얀색
항상 바쁘게만 살아가는 우리들의 시선은
고개를 들면 등의 짐이 무거워서 뒤로 자빠질까 항상 푹 숙인 채 땅만 보고 걸어갑니다
새하얀 도화지 같았던 우리는 오색 빛 꿈을 가졌었지만
수많은 검은색에 물들여져 회색이 되어가고, 수많은 어른들처럼 검어지겠죠
갈피를 잡지 못해 휘청거리다간 이내 검은색이 되어 버리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희망을 얘기하며 걸어가고 싶습니다
2. 비둘기와 고양이
비둘기와 고양이는 참 모순적인 조합이죠
고양이는 비둘기의 천적이니까요
하지만 이 노래에서 나오는 둘의 관계는 친구로 나옵니다
서로 가장 사랑하는 친구 사이인 둘은
어느 날 사막에서 길을 잃게 됩니다
날개가 있는 비둘기는 쉽게 날아 사막을 빠져나갈 수 있었지만
고양이가 있었기 때문에 같이 걸어가자 했어요
하지만 사방에 아무것도 없는 이 사막에서
고양이가 살아남기엔 너무 힘들었어요
며칠이 지나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비둘기는 고양이가 이성을 잃고 자신을 잡아먹을까봐 내심 무섭기도 했지만
끝까지 고양이의 곁에서 사막을 걸어나가기로 했어요
하지만 그런 비둘기의 마음을 알고 있던 고양이는
고마우면서도 겁이 나기 시작했어요
내가 혹시라도 비둘기를 해치면 어떡하지
내가 비둘기를 죽이기라도 하면 난 어떻게 하지
하지만 난 비둘기를 잡아먹지 않으면 살아서 갈 수 없을 텐데......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국 고양이는
괜찮으니 먼저 가 있으라며
금방 따라가겠다고 비둘기에게 말했어요
비둘기는 걱정이 되어서 싫다고 했지만
고양이가 이빨을 드러내면서 가라고 으르렁대니,
꼭 와야 한다며 결국 어쩔 수 없이 먼저 날아가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고양이는 비둘기의 모습이 점이 되어가는 것을 오랫동안 바라보다
웃으며 눈을 감은 채 하늘의 별이 되었답니다
이야기 끝
3. 꺼벙이 안경
어렸을 때 친구들 몇 명이 저를 아주아주 싫어했어요
기억은 너무나도 잘 나지만 왜인지 아직도 그 이유는 모르겠어요
그때도 눈이 많이 나빠서 항상 안경을 달고 살았었는데
친구들이 내 안경이 싫어서 나를 피하는 건가 싶어서
항상 안경을 끼고 있던 제 모습이 맘에 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한번은 안경을 벗고 학교에 가보았는데
친구들의 모습이 너무 뿌옇고 둥글둥글 뭉쳐져서 잘 보이지가 않더라고요
마치 제 눈앞에다가 하얀 색종이들을 마구 덧댄 것처럼요
너무 행복했어요
저를 바라보던 친구들의 눈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아서
너무너무 행복했어요
그러다 잠깐 칠판을 보려 안경을 다시 썼는데
그 순간 하얗던 그 조각들이 똑바로 맞춰지더니
다들 저를 보며 비웃고 있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 날 집에 가서 혼자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안경은 뭐하러 벗어서 그게 뭐가 좋다고 또 웃어대서
난 왜 하필 이렇게 못나서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나쁜 게 아니었는데
그때의 저는 저를 온전히 사랑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상처가 많지만 그 이유를 모르는 분들께
저라도 조금이나마 공감을 해드리고 싶어 만들게 된 노래입니다
4. 졸업식
같은 동네에 살아서 같은 학교에 배정받아 같은 반이 되어서
그렇게 같이 3년 동안 내 친구가 되어준 너희들
우주가 끝나는 그날까지, 영원히 함께하자고 다짐했지만
다른 학교를 가고, 대학을 가고 사회에 나가며 다른 길을 걷게 되겠지
그 마음만이라도 잡아두고 싶어서 만들어 본 곡입니다
(p.s 녹음과 뮤비 촬영에 기꺼이 참여해준 내 친구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