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STAGE. 세기 말 ◀◀리와인드
傳奇性. 전기성이라 읽는다. 고전소설에 나오는 기이하고 비현실적인 성질을 가리킨다. 쉽게 말하면 홍길동전 할 때 '전', 엽기할 때 '기', 성질 할 때 '성'. 밴드 전기성은 위에 서술한 전기성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그렇다면 전기성의 리더 전성기는 홍길동 정도가 될까.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1999년에 나온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키애누 리브스 분)에게서 전성기를 본다. 1999년이 아니라 1989년쯤에 서식한다는 점이 좀 다를 뿐이다. '급한 일은 컴퓨터 손목시계를 통해 연락이 가능해'('미래미래미래'), '언제부터인가 머릿속에/의무적으로 설치된/트랜지스터를 통하여/정보와 감정은 공유되고'('주파수는 나에게' 중) 전기성의 명석하며 흐리멍덩한 시대착오적 세계관을 노랫말에서 엿본다. 1980년대의 관점에서 1999년의 미래를 염려하는 2018년의 사람들. 이들은 디스토피아를 구하러 오지 않았다. 혼돈의 전기 놀음을 더하러 왔을 뿐이다. 그리고 신시사이저, 신시사이저, 신시사이저….
애석하게도 이 영상이 촬영된 곳은 미국 워싱턴 D.C,의 나사(NASA·미항공우주국) 헤드쿼터나 휴스턴 스페이스 센터가 아니다. 경기 강화도 옥토끼 우주센터다. 이렇듯 전기성은 '페이크'로 점철된 집단이다. 방탄소년단이 'FAKE LOVE'를 노래하는 동안 그들은 페이크 종말론을 설파한다. 리더 전성기는 그룹 '불나방스타소세지클럽'에서 보컬 조까를로스로 활약한 전력이 있다. 2011년경 새 프로젝트 '전기성'을 발기하며 전기 전자란 새 옷을 입고 부활한 셈이다. 듣고 보시다시피 1980년대 신스팝과 뉴웨이브, 가요와 팝을 느낄 수 있다. 웅장하지만 어딘지 가볍게 뿅뿅 대는 신시사이저 사운드, 진지하지만 무언가 우스꽝스러운 가사와 멜로디는 서태지와 아이들, 아하, 조용필의 사이, 어느 공간을 유영한다. 전성기가 "신스팝을 기반으로 한 케이 웨이브(K-Wave·한류) 비슷한 음악"이라 눙친 예술의 실체다.
첫 곡 '사이코메트리-O'에서 전성기는 '롤랜드 G-707' 기타 신시사이저의 위용을 과시한다. 전성기가 "일전에 조용필 선생이 들고 나왔던 모습을 보고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구매했다"는 명기(名器)다. 전기성은, 서구권 신스팝과 한국 팝의 연결고리를 찾다가 1980년대 음악을 정리해보기로 했고 거기 지나간 세기에 대한 헌정을 담기로 했다. '미니무그 보이저' 같은 고풍스러운 신시사이저가 코르그 '카오스 패드'나 '마이크로코르그'와 어우러지면서 세대를 초월한 신스의 황홀경을 자아낸다. 뜻밖에 치열하고 정교한 연주와 헐거운 세계관이 이루는 대비. 옥토끼 우주센터와 나사 스페이스 센터의 낙차만큼이나 아찔하다.
지난해 카세트테이프로만 발매된 전기성 1집의 첫 곡은 '비디오 보이'였다. 세상의 '보이'들은 어른이 되며 환멸을 느낀다. 불법 비디오가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던 그 시절 VHS 테이프의 경고 문구가 '뻥'임을 인지하고, '다이나믹 콩콩 코믹스'에 연재된 '검법소년'이 실은 일본 만화의 복제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가 세계에 던지는 복수의 픽션. 이것이 전기성 음악의 철학적 기반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