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Joyoon), 임은빈 [무감각]
공기는 딱딱하고 해는 저물 생각을 안 한다. 거리는 멈춰있고 나는 너의 손을 붙잡은 채 애절하게 말한다. 내 손을 놓지 마. 날 두고 사라지지 마. 너와 나를 이어주는 감각이 없으면 우리는 무감각의 도시에서 길을 잃고 말 거야.
끔찍하게 예민한 마음을 가진 나는 자주 허우적대고 툭하면 밤을 지새운다. 생각은 잠을 먹고 자라서 거대해지고 밤은 먹을 잠이 없어서 길어진다. 결국, 나는 두 눈을 뜬 채 알람이 울리길 기다린다. 그리고 시체처럼 가만히 누워서 그걸 듣고 있기를 반복한다.
마음은 끔찍하게 예민한데 삶은 끔찍하게 권태로울 때 인간은 허우적대기를 멈추고 그냥 가라앉고 싶다. 수챗구멍으로 흘러 들어가 욕조 속 세상이 환상이었다고 믿고 싶다. 그만 예민하고 싶다.
그럼에도 나는 둔해질 수 없다. 손을 놓을 수 없다. 너와 나를 이어주는 유일한 것은 감각이기 때문에. 나를 이 무감한 삶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도 예민한 감각들이기 때문에. / 정민기 @bon_sense
Track 01. 권태
권태로운 삶.
어디에도 소속되고 싶지 않은 기분.
도망가고 싶고 더 이상의 아침이 오기를 바라지 않을 때, 나는 이대로 꿈속에 영원히 갇혀 있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Track 02. weary day
아주 오래된 관계가 끝나가는 날.
기대감을 가지고 시작했던 인연도 더는 지겹고 무의미하다.
네가 없는, 너로 가득한 내 하루가 주는 무력감.
Track 03. 감각(白夜)
과도한 빛은 오히려 감각을 마비시키고 눈을 멀게 한다.
또다시 반복되는, 무감각하기만 한 이 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린 치열하게 가라앉고 끝없이 예민해진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