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용국 [BANGYONGGUK]
화려한 모습으로 사랑받던 나의 겉모습을 온전히 벗겨내고, 방 안에 놓인 거울로만 나 자신을 마주했을 때. 그 순간에 이 앨범을 만들어야 했다.
지독히 고독하고, 지독히 개인적인 이야기만 담긴 앨범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 지독히도 이 앨범을 펼쳐 보이고 싶었다.
나 자신을 날 것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서 스스로의 지난날을 기록해둔 모든 것들에서 숨겨져 있는 나를 찾아내야만 했다.
그렇게 찾아낸 낡은 일기장 속에는 현실과 비현실적인 상상들이 함께 담겨 있었고, 그것들이 지금 여기에 담긴 멜로디와 가사가 되었다.
세상에 온전히 나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발가벗겨진 기분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통이 트인 뒤에 새롭게 첫 숨을 내쉬었을 때, 안도감을 느끼며 비로소 난 진짜 방용국이 된 것만 같다.
이제 다른 고민을 한다.
예전과는 달리, 샅샅이 벗겨진 나 자신에게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다음번, 또 그 다음 앨범에서 나는 어떤 말들로 음악을 만들어야 할까.
이 앨범을 소개하며 ‘진솔함’이나 ‘솔직함’이란 단어는 너무나 쓰기 싫어 구구절절 적어낸다.
모두 다 속 시원히 털어낸 지금, 나는 다음에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스스로에게 묻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