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경호' [네가 원하는 것은]
'방경호'는 지금껏 안주한 적이 없다. 리처(Lecher), 제이워커(Jaywalker) 등의 밴드 생활을 거쳐 솔로 가수로 자리매김한 지난 몇 년까지 그의 음악은 늘 변화해 왔다. 헤비메탈, 인더스트리얼, 하드록, 재즈, 팝 성향이 강한 로큰롤 등 그간의 문법도 다양하다. 이번엔 강렬한 신시사이저를 가미한 록이다. 4개월 만의 신곡 ‘네가 원하는 것은’은 소리 풍경의 측면에서 언젠가 그가 좋아한다고 밝히기도 했던 디페쉬 모드(Depeche Mode)와 일부 교집합을 형성한다. 큐어(The Cure)로 대표되는 고딕 록의 양식에 닿아있기도 하다. 둔탁한 드러밍과 전자음 다발, 송곳 같은 기타 사운드 사이에서 근사한 균형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평소 일렉트로니카에 품고 있던 애정과 관심의 결과일 테다.
"네가 원하는 것은 단지 누구보다 더 잘난 모습/
화려한 사진 속 숨은 네 삶/ 오늘도 거부하는 현실"
스마트 폰과 소셜 미디어에 둘러싸인 현대인이라면 서늘하게 느껴질 만한 가사도 인상적이다. 가끔 스마트 폰의 작은 액정 속 다른 이들의 잘 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비루하게 느껴지는 스스로가 볼품없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결코 평범하고 초라한 모습을 남들과 공유하려 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자신의 일상 중 가장 빛나고 반짝이는 순간을 포착해 과시하듯 소셜 미디어에 올리고 묘한 만족감을 얻는다. 이 얼마나 덧없고 공허한 자기 위로인가. '방경호'는 이와 같은 씁쓸한 세태를 특유의 날카롭고 담백한 언어로 그려낸다. 마치 거울을 들이대듯, 허세와 거짓이 만연한 오늘날의 군상을 적나라하게 비췄다. 음악과 이야기, 어느 것 하나에도 빈틈이 없다. 뮤지션 방경호는 이번에도 부지런하다.
정민재(대중음악 평론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