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rry in Manhattan]
오랜만에 기분 좋은 술을 먹은 날이었다.
유난히 장난스러운 술기운 때문이었을까, 엷붉게 고양된 광대를 앞장세워 생전 찾지 않던 위스키 바를 찾았다. 적당히 어두운 내부의 조명은 맥주 몇 잔에 붉어진 내 얼굴빛을 가려주었고 그날따라 술을 온전히 즐길 줄 아는 사람인 척 너스레를 떨었다.
'맨해튼' 왠지 근사해 보이는 이름의 위스키를 한 입 머금고 '맨해튼'이 미국의 지명이라는 것도 잊은 채 이 술이 지나왔을 영국령 바다를 항해하는 부호의 삶을 떠올린다.
그들의 삶은 지금의 나처럼 여유롭고 느슨하며 만족감에 가득 차 있을 것이다. 있을 리 만무한 내 앞주머니 속 상상의 회중시계의 초침은 느리게 흘러간다. 위스키를 가득 머금은 검붉은 체리는 고혹적인 자태를 뽐낸다.
[Cherry in Manhattan]은 술 잔 속 체리처럼, 어느 영화들 속 멋진 삶을 향유하는 주인공이 된 순간을 노래한 곡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