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ER’S NOTE
『Canon』은, 2022년 10월에 발간되는 나의 저서 『캐논, 김현준의 재즈+로그(logue)』를 위한 OST 앨범이다. 책의 흐름에 맞춰 다섯 명의 피아니스트가 연주에 임했고, 독자들은 책에 실릴 QR코드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앨범이 독립된 작품으로도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길 바란다. 소재로 택한 곡이나 연주자들의 접근 방향은 책의 내용과 직접 관련이 있지만, 이 작품을 통해 한국 재즈계의 오늘을 조망해보고 싶기도 했다. 처음 활동을 시작했던 25년 전, 이런 앨범을 우리의 현실로 마주할 수 있으리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재즈비평가 김현준)
LINER NOTE
연주자나 창작자를 구도자에 빗대는 경우는 많지만, 감상 자체를 구도에 비유하는 일은 흔치 않다. 그러나 『Canon』은, ‘재즈’라는 유기체를 대하는 구도의 과정으로 우리를 이끈다. 솔로 피아노, 자유롭고 추상적이지만 정제된 연주, 파헬벨의 「Canon」 등 몇 가지 콘셉트를 공통분모 삼으면서도, 자기만의 확고한 미학과 스타일을 갖춘 다섯 연주자에 의해 여덟 곡이 긴밀하게 흘러들어 자연스럽게 작품의 질문과 여정에 동참하게 한다.
원곡의 모티프와 스윙을 정직하면서도 서정적으로 활용한 심규민의 갈색. 이지적인 열정으로 정통을 변주한 오은혜의 회색. 같은 자유 즉흥을 펼치면서도 흐름에 모든 것을 맡긴 강재훈의 투명. 강렬한 직관과 매력으로 이어붙인 김은영의 다채로운 색감. 여기에 자신의 경향과 앨범의 정서적 핵심까지 아우른 이선지의 연주에 이르러, 무드음악이나 과시욕에 휘둘리지 않는, 오늘날 한국 재즈에 기대하는 몇 가지 이상적 단면을 한 호흡으로 마주하게 한다.
종교에서 ‘정전(正典)’, 예술에서 이상적 비례나 특정 형식을 뜻하는 ‘캐논’의 어원은 ‘갈대’다. 바람에 흔들리는 인상과 반대로 고대의 측량 기준이었던 갈대의 역할과 관련 있다. 『Canon』의 기준은 연주자들 내면에 자리한 각자의 재즈였을 테다. 연주가 끝나면 서로 연관 없는 것처럼 보였던 선들이 하나의 소실점으로 만난다. 그 순간 깨닫는다. 이들이 눈앞의 평행선을 의미 없이 걸어온 게 아니라 먼 곳의 같은 프리즘을 거쳐왔음을. (대중음악평론가 정병욱)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