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릴 적 다 태운 살색 연탄을 조심히 굴려 눈사람을 만들었던 기억이 날 듯하다. 눈으로만 만들기에는 도시의 적은 공터에서는 눈사람을 제대로 만들기는 힘들었다.
내가 살던 동네의 거리도 거의 다 차들이 쌩쌩 달리던 도로였고, 친구들도 많아 먼저 연탄을
굴린 친구가 좀 더 뚱뚱한 눈사람을 만들 수 있었다. 동생과 한참을 굴려 몸은 크게 머리는 좀 작게
만들어 올리고, 눈도 그리고 코도 그리고 엄마 몰래 목도리도 감아주고 나뭇가지도 주어와 팔도 만들어줬다. 언제까지일진 몰라도 오래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던 눈사람은 우리의 관심이 멀어질 즘 조금씩 녹아 몸은 작아지고
흘러내린 얼굴은 할머니, 할아버지 얼굴처럼 늙어 보였다. 어린
눈에는 눈사람은 녹아 죽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네가 가는 곳은 언제나 겨울이었으면, 햇빛을 피해 다니는
뱀파이어처럼 더운 날씨를 피해 세계여행을 다니는 눈사람을 생각해 봤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