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피아노 한 대, 그리고 그녀의 따뜻한 이야기」
피아니스트 리케이의 첫 번째 미니음반 stories with a piano가 오는 11월 12일에 발매된다.
리케이의 본명은 이 경.
이 이름 두 글자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하나음악과 푸른곰팡이 시절을 지나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대중가요의 기반을 이루던 음악가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음반의 속지나 공연의 팜플렛의 크레딧까지 속속들이 읽어 내려갔던 극소수의 애호가임이 분명하다. 그 정도로 일반 대중들에게는 낯선 이름일 수 있다.
하지만 30년이 넘도록 쉴 새 없이 이어진 조동진, 장필순, 한동준, 낯선 사람들, 이규호, 이소라, 성시경... 등의 세션과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 굵직굵직한 우리나라 대표 라이브 방송에서의 세션 경력, 그 뿐 아니라 양희은 ‘당신 생각’, 장필순 ‘그래도 Merry Christmas’등을 작사/작곡한 장본인이라 하면 그녀의 이름을 처음 들어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런 그녀가 리케이라는 이름으로 본인의 첫 음반을 발매한다. 그녀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환호할 만한 소식이다.
앨범 수록곡 중 a story with a piano I, II, III, IV는 솔로 피아노 연주 트랙들이다. 그녀의 마음 속 아름다움, 평화로움, 위로와 따뜻함에 대한 이야기를 잔잔하게 담아 내었다. 마지막 트랙은 그녀의 오랜 인연, 장필순의 반가운 목소리로 피쳐링 된 [곱다]이다. 누군가 삶에 지치고 힘들어도 본래의 고운 마음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써내려 간 곡이다.
이 다섯 곡은 그녀에게는 오래 전 일기같은 곡들이다. 이 음반을 만들기 위해 새로 써서 내놓은 곡들이 아니다.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악보도 없이 만들어 두고 오랫동안 혼자만 들춰보던 피아노 일기. 그 숱한 일기들 중 다섯 곡이 추려져 그녀의 첫 이야기로 공개된다.
그녀의 오래된 피아노가 손에 잡힐 듯 그려지는 이 앨범에서 그녀와 악기는 허물없는 오래된 친구같은 깊은 교감이 느껴진다. 피아노 앞에서 그녀는 노련하나 여전히 순수하며, 성숙하나 여전히 순진하다.
초겨울의 새벽 공기처럼 청량하고도 안온한 위로로 다가올 리케이의 미니앨범은 녹음과정 및 제작 전반에 걸친 조동익의 세심한 프로듀싱으로 이루어졌으며, 2021년 11월 12일 정오에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와 실물앨범으로 동시에 발매된다.
¶ Liner Notes
오래된 친구와의 이야기
Lee K, [Stories with a piano]
피아노는 신기한 악기이다. 예닐곱살의 꼬마가 건반을 둥당당 눌러보면서 처음 만나게 되는, 누구나 조금씩은 칠 수 있는 흔한 악기이면서, 또한 제 몸처럼 잘 다루는 이를 만나기란 흔치 않은 악기.
여든 여덟 개의 하얗고 검은 건반이 넓은 높낮이를 표현할 수 있고, 나무의 따스함과 철의 차가움을 한 몸에, 현의 섬세함과 해머의 강렬함을 동시에 갖고 있다. 그래서 자유자재로 여러 가지 결을 표현할 수 있는, 넉넉한 캔버스가 된다.
Lee K의 피아노는 나무의 따스함을, 현의 섬세함을 담아 이야기를 전한다.
뚜렷한 빛깔의 주인공이 종횡무진하며 뽐내는 것이 아니라, 너른 들판에 바람에 따라 촤아아 쓸려가는 억새나 보리처럼 여러 건반이 부드럽게 흐르면서 아늑한 대화를 주고 받는다.
거기엔 주인공도 주제도 필요치 않다. 오로지 결이 남는다. 그 결에 흐르는 온기가 남는다.
이 이야기들은 오래되었으며 새로운 이야기다. 낯선 이름 LeeK는 사실 오랫동안 많은 공연과 앨범에서 마주할 수 있었던 숙련된 건반 연주자이며 하나음악의 [뉴페이스], 푸른곰팡이의 [강의 노래] 앨범의 참여 아티스트이자 장필순의 ‘그래도 Merry Christmas,’ 양희은의 ‘당신 생각’과 같은 곡의 작곡자인 이경이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 긴 시간 쌓이고 쌓인, 긴장보다는 편안함이 감싸는, 이 오래된 신인의 음악이 가진 느슨한 따스함이 당연하다고 느껴진다.
멀리서 들려오는 나무의 뒤척이는 소리는 낮은 시계추의 움직임처럼 조여 있는 마음들을 슬며시 풀게 한다. 여백에 가만히 울리는 진동은 따뜻한 차의 기운이 퍼지듯 향기롭게 몸을 데운다. 마지막 트랙에 이르러 장필순의 음성으로 가만히 부르는 ‘곱다’는 등을 쓸어주고, 손을 잡아준다. 이 섬세하고 유순한 소리들은, 오래된 친구와 나누는 티 타임의 다정함같다. 결국 내가 들은 이야기는, 사실 내 이야기를 들어주려는 마음, 따뜻하고 쾌청한 가을 바람에 실려온 기다리던 소식이다.
2021년 가을, 신영선 .... ....